호주, '어머니의 날' 침대에서 아침 먹기^^

이날 하루 왕비로 살아보자.

by 몽기

5월 10일은 호주에서 어머니의 날(Mother's day)이었다. 한국의 어버이날과 같은 개념인데 5월 첫째 주 일요일은 어머니의 날이고 9월 첫째 주 일요일은 아버지의 날로 구분을 한다. 가족을 위해 노고가 많은 엄마께 위로와 감사를 전하는 날인데, 호주에서 특별히 하는 이벤트를 꼽자면 침대에서 아침 먹기 (Breakfast in Bed)를 꼽을 수 있겠다.

자녀가 손수 아침을 준비해 침대까지 대령하면 늦잠을 자고 일어난 엄마는 느긋하게 상을 받아 맛있게 먹으면 된다. 이날 하루만큼은 손에 물 묻히지 말고, 주방에 들어오지도 말고 편하게 대접만 받으라는 뜻일 게다.


나의 Breakfast in Bed 역사는 대략 이렇다.

아들이 유치원을 다니던 3살 무렵부터 아침상을 차려왔다. 선생님이 내준 과제였고 아빠의 도움을 받아 토스트에 잼을 바르고 주스 한 잔 따라 쟁반에 받쳐오는 정도였지만 침대에 앉아 아침을 먹는 기분은 꽤 삼삼했다. 초등학교 때는 팬케잌을 구워 왔다. 모양은 흐트러지고 타거나 덜 익거나 했지만 그래도 가장 잘 구워진 것을 골라 내게 대접했고 남은 실패작들을 자기 접시에 담아 먹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고맙기도 했다. 무엇보다 침대에 누워 주방에서 들려오는 달그락대는 소음과 풍겨오는 달콤한 냄새를 맡으며 부산하게 일하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즐거웠다. 어떤 해는 주말마다 풋티를 하느라 분주해서 정신없이 건너뛰기도 했는데 살짝 아쉽기도 했다.


올해는 바쁜 주일 대신 토요일 아침에 상을 차려왔다. 18살, 이제는 운전도 자신감이 붙었다. 아침부터 차를 몰고 수퍼에 가서 과일과 꽃을 사 왔단다. 어제밤 일하던 레스토랑에서 팔고 남은 초코 페스츄리를 알뜰하게 챙겨 왔다. 소소하지만 엄마의 아침 메뉴를 아빠에게 묻고 나름 연구해서 상의껏 차렸다. 아침은 각자 일어나는 대로 자기가 알아서 챙겨 먹고 나가니 뒤늦게 엄마가 요즘 무엇을 먹는지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따뜻한 물을 한잔 마시고 모양을 내서 깎아 담은 과일을 보자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가지런함과 칼라 배치를 보자니 주방 보조 일을 하며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나보다.^^ (아들은 3일은 대학을 다니고 2일은 알바를 하며 직접 학비를 낼 계획이다. 호주의 젊은이들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18살 넘으면 독립적인 편이다.)


내가 과일과 야채를 갈아 놓은 스무디를 먹는 사이 아들은 다시 주방으로 나가 향이 좋은 커피를 내려왔다. 따뜻하게 데운 빵을 한입씩 베어 뜨거운 커피와 먹는 동안 아들과 남편은 내 옆에서 불편한 건 없는지 심기를 살피고 지루하지 않게끔 사는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모든 것이 완벽한 Mother's Day 아침이었다. 이렇게 야무지게 한 끼 얻어먹고, 지난 1년 우리 사이에 있었던 셀 수 없는 분쟁과 다툼들은 묻어버리는 거다. 이렇게 멋진 아들을 두었으니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라고 고백하고 또 한해를 잘 살아보자고 하이파이브를 했으니 올해의 어머니 날은 충분히 잘 지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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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한상 차려먹이고 서둘러 밀어낸 뒤 자기도 같은 자리에서 팬케잌 아침을 먹던 어느 해.^^

이 날은 저녁 산책 바닷가의 석양도 아름다웠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왕비처럼 대접받고 잘 쉴 수 있다면 좋을텐데. 이날 하루만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