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대로 볼을 보내는 법
2024년 8월 1일자로 미사강변 풍경채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저녁 6시부터 밤 10시까지 딱 적당한 시간이다.
꽤 넓고 근사한 퍼팅연습장을 두고 퍼팅훈련을 하지 않는 것은 공짜 디저트를 거절하는 것처럼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었다.
수업이 없고, 회원들이 없는 시간에 난 퍼팅 연습에 몰두했다.
나는 왼쪽으로 미스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립잡는 법을 바꾸어 보기도 하고, 볼의 위치 등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으나 가끔 발작적으로 왼쪽으로 공이 출발하는 경우가 있어 꽤나 고민이 되었다.
전신 거울을 보면서 빈 스트로크를 하며 문득 생각했다. 내가 어드레스에서 왼쪽 어깨가 혹시 약간 열리나?
동시에 생각한 것은 내가 퍼터를 들기 위해, 올바른 라이각을 유지하기 위해 손목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냥 퍼터를 진자처럼 만들어서 흔들흔들 치면 안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골프 장비 규칙을 보면서 왜 그런 퍼터가 출시가 안되는지 알아챘다.
요 복잡하고 괴상망측한 용어들로 가득한 골프 장비 규칙에서는 오만가지 퍼터형상, 샤프트의 결합방식 등등에 대해 딴지를 걸고 있었다.
그러면서 뭐라더라, 어떤 경우는 관습적으로 허용한다고 하지를 않나, 어떤 경우에서는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서 부적합하단다.
암튼, 다시 퍼터를 올바른 라이각을 유지한채로 스퀘어하게 볼에 접근하게 하기 위해서는 손목이 꽤나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이 경우 손목이 풀리면서 왼쪽 미스를 유발한다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왼손의 도움을 좀 받기로 했다. 원래는 오른손 위주의 퍼팅을 하기 때문에 왼손은 그저 거들뿐이었는데, 퍼터가 몸쪽으로 쏟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왼손바닥으로 그립의 끝을 조금 눌러보았다. 참, 나는 오른손이 왼손보다 낮게 잡는 일반적인 그립을 잡는다.
이 때, 보통 손바닥이 서로 마주보도록 양손이 접근하는 그립을 잡으면, 왼손의 엄지손가락쪽 근육이 그립을 누르게 되는데 이걸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왼손등이 하늘을 보도록 시계방향으로 돌려잡으면서 왼손바닥 전체로, 그립의 끝이 왼손목의 횡주름선까지 위치하도록 돌려잡았다.
그립과의 일체감을 더 좋게 하기 위해 왼손 검지를 쭉펴서 오른손의 엄지손가락 측면 옆으로 붙이는 방법을 썼다. 이렇게 하자 오른손이 왼손 검지와 그립을 동시에 감싸는 듯한 외형을 갖추게 되었다.
매우 만족스러운 점은 퍼터를 들고 있을 때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왼손으로 지긋하게 아래로 누르면 퍼터헤드가 공중에 잘 떠올라서 움직였다.
두번째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어떻게 하면 왼쪽 어깨가 열리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어깨를 인위적으로 닫거나, 어드레스 하는 루틴 중에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잡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결국 일관성이 부족했다.
사실 그립을 쥐는 방법을 바꾼 것은 이 두번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결합한, 따로 뗄 수 없는, 영혼의 단짝같은 것이었다. 평소에는 양쪽 팔꿈치가 약간 겨드랑이쪽에 가까워지는 형태가 되는데,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매우 좋은 방법을 발견했다.
약간은 올드한, 예전방식을 차용했는데 바로 왼쪽 팔꿈치를 내 겨드랑이로부터 떨어뜨리면서 왼쪽 팔꿈치가 타겟쪽을 바라보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왼쪽의 팔뚝 전체는 타겟라인과 나란하게 되어 직관적으로 매우 좋은 셋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블룸스틱이라고 부르는 매우 길이가 긴 퍼터를 사용하는 경우 방금 언급한 왼쪽 팔꿈치가 타겟방향을 향하도록 하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다소 촌스럽다고? 그러면 오른팔뚝도 벌리냐고? 노! 오른 팔뚝은 그대로다. 정면에서 보면 약간 비대칭적인 팔뚝의 모양이라 의아하겠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헤드를 좀 더 타겟방향에 오래 머무르게 한다.
세 번째는 바로 하체다. 하체 즉, 골반이 틀어지면 상체의 움직임에도 영향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든 나는 이걸 해결하고 싶었다. 거울을 보면서 엉뚱한 몸동작을 해보다가 오른쪽 무릎을 약간 펴는 것만으로도 골반이 회전하는 것을 발견했다. 유레카!
이렇게 하면 왼쪽 엉덩이가 다소 뒤로 빠지면서 타겟방향으로 기대는 듯한 모양이 나오지만, why not? 내 볼이 똑바로만 간다면 나는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퍼팅을 시도할 것이다.
이제 셋업은 완성되었다. 절대 고장나면 안되는 회로나 기계장치를 설계할 때 엔지니어들은 어떻게 하는지 아는가? 바로 2중, 3중 더 나아가 다른 장치가 그 역할을 대신할 것까지 고려하여 만든다. 왜냐고? 하늘 위에 떠다니는 비행기는 어디에 잠시 멈추어 서서 정비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공이 절대로 왼쪽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 왼쪽 팔뚝, 비뚤어진 골반모양 2개의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이제 스트로크 순서다. 스트로크란 클럽을 뒤로 움직였다가 타겟방향으로 휘두르는 스윙을 말한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셋업 후 백스윙을 시작하기 전에 타겟방향을 바라보는데 이게 영 똑바로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이것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과 뒤에서 바라보는 것의 시각적 차이에서 발생하는데, 평소 회원들에게 라인을 놓지 말고 퍼팅을 준비하라고 지도하는 이유다.
뒤에서 아무리 똑바로 라인을 두면 무슨 소용인가? 위에서 내려다보면 즉시 불안감과 초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비뚤게 보이기 때문이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불안감 속에서 충분히 거리감을 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바로 방향때문에 거리감을 놓치는 경우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퍼트라면 방향과 거리감이 모두 맞아야 하지만, 두번째 퍼트를 충분하게 성공할 수 있는 거리에 둘 수 있다면 방향보다는 거리가 맞아야 한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은, 투어선수들조차도 2미터에서는 50%, 4미터를 넘으면 20%로 확률이 급감한다. 이런 이유로 3미터를 넘는 퍼트에서는 무리하게 넣으려고 시도하면 안된다. 거리감만 충분히 맞춰야지, 꼭 넣으려고 긴장감이 높아지게 되니 3퍼트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첫번째 퍼트를 2미터 안쪽으로 붙여야 한다는 해법이 나온다.
무엇보다 나는 셋업에서 홀컵과 내 볼을 잇는 가상으 선을 바라볼 때 시각적으로 불편했다. 이미 연습한 스윙 크기대로 스트로크를 하기만 하면 되는데, 영 볼이 지나가는 길이 뒤틀려서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백스윙을 시작하기 전에 머리를 요리조리 돌려보았다. 시각적으로 뒤틀려 보이지 않는 눈의 위치를 찾기 위해서였다. 빙고! 찾았다. 머리를 우측으로 충분히 기울일때 시각적으로 볼이 굴러갈 길이 잘 보였다.
볼이 통과해서 지나가야 할 곳, 볼의 약 20cm 앞의 지점을 보고 퍼팅을 하면 좋은 느낌이 나긴 하는데 이게 영 마음이 불편하다. 즉, 백스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통제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미스가 나는 경우 편차가 컸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하루에 2시간씩 스트로크 연습을 하면서 고민을 했다. 안전장치를 2개나 마련해서 셋업을 잘 했는데, 왜 스트로크를 고민을 해야 할까?
볼이 지나가는 위치를 왜 자주 쳐다봐야 할까? 여기에서 중요한 깨달음이 있었다.
볼을 똑바로 보내기 위한 하드웨어를 셋업했으면 그대로 어깨만 잘 회전시키면 되는 것이 아닐까?
정말 그랬다. 심지어 눈을 감고 스트로크를 해도 볼이 원하는 지점으로 굴러갔다.
이렇게 나의 퍼팅이론이 완성되었다. 한 달만에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을 만들게 되어 매우 기쁘다. 그린의 높낮이를 잘 파악하여 거리감을 정하고, 브레이크를 잘 예측하여 타겟라인에 몸을 잘 정렬하는 순간 이미 볼은 컵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임상을 해야 하는데, 누군가가 이 놀라운 퍼팅기술을 배워서 행복한 골프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 설레고 행복하다.
누가 배워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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