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취미와 술이 만난다면?

by 노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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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연출을 중점으로 보는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영화가 얼마나 그럴듯한 짜임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것을 유심히 살핍니다. 어차피 주인공의 무술 실력과 대충 쏴도 악당들이 다 쓰러지는 총격씬은 모두 허구이겠지만 현실성 있게 플롯을 짜고 화면을 그럴듯하게 엮는 기술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덕분에 주제곡 같은 음성 기반 콘텐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술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아니, 지금부터는 술을 끊기로 결심했으니, 좋아했었다고 표현해야 맞겠습니다.


보통 술을 먹고 살짝 기분이 달아 오른 채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기분 좋은 취기가 사라지지 않을 만큼의 술과 안주를 더 챙겨서 모니터 앞에 자리를 잡습니다. 영화를 보며 술을 마시면, 아니 술을 마시면서 영화를 보면 행복합니다. 액션 장면에서는 더 신이 나고, 감정이입도 잘 되고,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치명적인 단점은 취기를 통제하지 못하면 나중에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게 됩니다. 바보 같은 짓이지요. 인생의 일부를 투자해서 영화를 보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다니요?


심한 경우에는 고심 끝에 영화를 골랐는데 거의 끝날 때쯤에야, '아, 짜증 나. 이거 그때 본 거잖아?'라고 스스로를 원망합니다. 술은 뇌에 정말 나쁜 영향을 미치는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40대 아저씨지만 나는 늘 새로운 것을 접하려고 하고, 금액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와디즈나 킥스타터라는 사이트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펀딩 하는 것을 즐깁니다. 무엇보다 세상에 없는 것을 가장 먼저 써 볼 수 있다는 점이 스스로를 우쭐대게끔 만드는 것 같습니다. 고상한 척 하지만 나도 별 수 없는 속물인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고,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것을 기꺼이 만들어 내려고 하는 프로젝트 팀의 헌신과 노력이 멋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동참하는데 나는 기쁨을 느낍니다. 여러분도 만약 쿠팡이나 아마존 같은 오픈마켓에 나와 있는 물건들에 더 이상 흥미가 없다면 이런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이런 프런티어 정신으로 범벅이 된 나의 뇌는 비로소 '배그'라고 부르는 게임까지 손을 대도록 나를 인도했습니다. 배그는 배틀그라운드의 약자입니다. 작은 섬에 100명이 낙하산을 타고 내린 뒤 각종 무기와 아이템으로 무장하고 최후의 1인이 되어 살아남는, 배틀 로열이라고도 부르는 전투 서바이벌 게임입니다.


3인칭으로 때로는 1인칭으로 시점을 바꿔가며, 총성이 어디에서 들리는지,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는 충분한지, 가방을 열고 살피며, 주변에 매복하고 있는 적이 없는지 숨을 죽여가며 목표 지점으로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동하는 그 스릴은 경험하지 않으면 도저히 상상하기 힘듭니다.


그 난이도 또한 매우 사악하여, 아무리 잘하는 고인물이라 하더라도 총을 서너 방만 맞으면 바로 로비로 나가야 할 처지가 됩니다. 탄환의 속도와 낙하, 투척 무기의 궤적과 구름 등 매우 현실적인 물리엔진을 사용하여 그 현장감이 배가 됩니다. 이렇듯 배그라는 게임은 매우 현실적이어서 현생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 매우 안성맞춤입니다.


눈치를 채셨겠지만, 세상 재미있는 이 게임과 술을 결합해 보니 이건 정말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술을 먹으니 좀 더 용감해지고, 달리기도 더 빨라지는 것 같고, 총을 맞아도 에너지가 덜 깎이는 것 같은 이상하고, 엉뚱한 기분이 듭니다. 이 또한 술 때문에 중간에 기억을 잃은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좀 허무합니다.


기분과는 반대로 상위 랭킹에 올라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술을 먹고 얼큰하게 취한 상태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 오히려 만족도가 더 높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술을 먹고 좋아하는 것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현재 다른 것을 즐기고 있는 분도 계시겠지요?


부디 이 책을 끝까지 잘 읽어보시고 저처럼 술의 유혹과 나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큰 보람이겠습니다.


나중에 술을 끊고 다들 함께 모여서 축하 건배를 하는 것도 재미가 있겠습니다. 잔에 무엇을 채울지는 우리 자신이 결정해야겠지요?


자, 이제 시작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