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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현승 Mar 15. 2016

A+보다 더 소중한 것들

책 속으로

첫 번째 저서가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골프에세이가 정리되는 동안 몇 꼭지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노재명 드림



 이 세상에서 누구나 맞는다고 믿는 완벽한 진리가 있을까?

 ‘태양은 동쪽에서 떠올라서 서쪽으로 진다?’

그러나 극지방에서는 백야 같은 전혀 다른 기상현상이 발생한다.

 ‘물은 100도가 되어야 끓는다?’

그러나 압력을 높이면 더 낮은 온도에서도 끓게 할 수 있다.

 ‘행복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아니다. 공부를 잘하면 오히려 불행해질 수 있다.


 2008년 재미교포 김승기 박사의 컬럼비아대 박사학위 논문 <한인 명문대생 연구>에 따르면 하버드, 예일, 코넬, 컬럼비아, 스탠퍼드 등 14개 미국 명문대학에 입학했다가 중퇴한 한국인 학생들의 비율이 44%로 가장 높았다. 암기위주의 교육에 익숙해진 한국인 수재들은 막대한 분량의 기본 도서를 읽고 토론해야 하는 1, 2학년 교양과정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학교에서 몇 등을 하느냐의 현재 교육시스템에서의 평가방법은 그저 옆자리의 친구보다 잘하면 된다는 오류를 학습시킨다. 무엇을 어떻게 ‘더’하느냐의 문제가 아닌 더 ‘다르게’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데카르트는 확실하다고 믿고 있는 모든 것들을 하나하나 치밀하게 의심하고 또 의심했다. 이러한 의심 끝에 절대로 의심할 수 없는 한 가지를 찾게 된다. 바로 유명한 이 선언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인간이 살아있다고 스스로 확신하는 많은 근거들이 거짓일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은 오로지 의심하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데카르트가 활동했던 중세 유럽은 신의 가르침을 벗어나는 모든 행동을 악으로 규정하고 학대하고 살해하였다. 마녀사냥이 극에 달하는 건 17세기이다.


 어느 마을에 한 여인의 용모가 아름다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자 질투에 휩싸인 누군가가 이렇게 선동한다.


“현명한 모든 남자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고 있어요. 틀림없이 이는 악의 소행입니다. 그녀는 마녀가 틀림없어요.”


하지만 당시에 고문은 합법적인 집행절차의 일부였으므로 모진 고문에 대부분 ‘나는 마녀다.’라는 거짓자백을 한다. 데카르트는 근원에 대한 이러한 의심을 통해서 종교적 독단과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는 마녀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문제를 접근하는 것이 아닌 ‘그녀는 마녀가 아닐 수 있다.’라는 의심을 통해 당시 유럽이 집단적 광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변하지 않는 삶의 진리라고 지금껏 믿어왔던 것에 대해 의심을 해보자. 우리가 학생으로서 공부를 열심히 하기만 하면 행복해질까? 직장인으로서 성실하게 조직을 위해 평생 일하면 행복해질까? 좋은 대학을 나와 그럴듯한 스펙을 쌓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지금까지 인생의 목표였다면 당신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라는 서비스가 있다. 학습자가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던 기존의 온라인 학습동영상과 달리 교수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간 질의응답, 토론, 퀴즈, 과제수행 등 양방향 학습이 가능한 새로운 교육 플랫폼이다. 온라인이므로 수강인원의 제한 없이 누구나 수강이 가능하다. 학습자는 배경지식이 다른 사람들과의 지식 공유를 통해 대학이라는 기존의 교육시스템을 넘어 새로운 학습을 경험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의 MOOC 서비스는 하버드대학과 MIT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현재는 버클리대학, 보스턴대학 등 유수의 미국 내 대학 뿐 아니라 일본 교토대학교, 홍콩의 과학기술대학교, 우리나라의 서울대학교 등 전 세계 유명대학에서 참여하고 있다. 현재 650개 이상의 주제로 강좌가 열리고 있으며, 이를 위해 1,700명이 넘는 해당 학교 직원과 연구원들이 진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전 세계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는 이 강좌를 통해 이미 58만 명 이상이 수료증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K-MOOC를 2015년 10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다.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등의 주관 하에 서울대학교, KAIST 등 총 10개의 대학에서 27개 강좌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500개 이상의 강좌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열린 고등교육 체제를 통한 대학교육의 혁신’이 K-MOOC가 가진 비전이다. 향후 시스템 보완을 통해 학점인정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하니 미래에 대학과 같은 고비용이 드는 교육기관은 사라질 수 도 있다. 창의와 혁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까운 미래에 기업들이 대학의 학점보다는 MOOC에서 받은 특정강좌의 수료증을 채용의 조건으로 내세울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언제까지 기존 대학의 A+학점 성적표가 취업에 유리할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마셜 골드스미스 ≪내 인생을 바꾼 특별한 순간≫에 나오는 다음의 우화는 삶 속에서 우리가 어떤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지 깨달음을 주고 있다.



나는 1983년부터 탐험대를 이끌고

아프리카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여행 첫날, 나는 우리를 안내할 현지 가이드인

마사이족의 추장 코와이에를 만났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이끄는 일이 처음이었다.

여행을 하는 동안 그는 짐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그에 비해 나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다녔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고,

지친 나는 땅바닥에 배낭을 내던졌다.

코와이에는 내 옆으로 다가와서

내가 도대체 뭘 갖고 다니는지 봐도 되겠냐고 물었다.


나는 배낭을 열고 짐을 하나씩 꺼내 보여 주었다.

구급상자 안에 들어 있는 약병, 지퍼백, 비옷, 접착테이프 등은

그가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이겠지만

우리에게는 모두 중요한 것들 이었다.


참을성 있게 지켜보던 코와이에가

작은 가게를 차려도 될 만큼

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인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그 물건들이 당신을 행복하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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