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저자 유진우
당당한 ‘꼰대’의 자서적인 이야기가 눈앞에 나타났다.
표지에 적힌 임사체험이라는 것도 그렇고 읽어 들어감에 있어 귀신과 죽음 등 결코 일상적이지 않은 저자의 고달픈 삶을 예견하고 따라가자니 안 그래도 힘든 세상, 처음엔 짜증도 났다. 이 책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태백산 문수봉 아래 지독히도 가난한 화전민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유진우 작가는 태어나서도 울지 않아 사산아일 줄 알고 3일간 꼼짝도 못 한 어머니가 이불에 둘둘 말아서 윗목에 방치된 죽어 보이던 아가였다. 해산을 앞둔 새댁이 며칠째 보이지 않아 찾아왔던 동네 아주머니가 확인 차 엉덩이를 꼬집자 그제야 터진 “으앙~” 울음에 두 여인을 놀래 키며 세상에 던져졌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힘겹게 버티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서울로 가출해서 양아치 소굴에서 잡혀 앵벌이와 소매치기를 해야 했고 도망쳐 죽도록 맞고 3일 혼수상태에서 4대조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꿈에서 만난다. 이후 깨어나 다시 시작된 삶은 죽음을 곁에 두고 널뛰기를 하듯 위태롭다가도 끈질기게 이어간다. 죽도록 맞으면 맞을수록 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된다.
군대서 신입 하사관과의 맞짱 뜬 게 화근이 되어 5년간 배를 타야 했던 때도 그렇다. 일본과 LA, 모로코, 스페인 등 다양한 곳에서 겪은 어려움과 아직도 끝나지 않은 한국에서의 계속된 불행 속에서 비로소 ‘긍정의 힘’이 터져 나올 때까지 꼰대의 기적은 그렇게 완성된다.
투박하면서도 판에 박힌 인생 역전기라 여길 수 없는 것은 글에 담긴 진정한 독자에 대한 사랑 때문이리라.
기구한 운명의 확실한 ‘꼰대’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