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옹이 소녀
깊어가는 가을, 창밖으로 가을비가 내립니다.
차가운 거리를 바라보는 사랑이의 깊은 눈동자에 눈물이 맺힙니다.
‘아~ 고양이가 비 맞으면 추울 덴데~’
어제 예원이네 아파트 앞에서 검은색과 흰색이 알롱달롱 환상적 조화로 털옷을 입고 맑게 울던 길고양이에게 사랑이는 푹 빠졌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 창문만 쳐다본 지가 한참입니다. 학습지 수학문제지도 펼쳐 놓은 그대로이고, 학교에서 내준 책읽기 숙제까지 하려면 오늘 바깥 놀이는 제로입니다. 엄마를 닮아 수학 못하는 것은 분명 유전이라고 사랑이는 믿고 있습니다.
‘수학은 정말 싫어, 엄만 자기도 못하는 수학문제를 왜 나한테 시켜. 정말 미워.’
동물을 좋아하는 초등학생 사랑이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합니다. 아니 ‘만 18세’만 되어도 당장 독립생활을 위해 집을 박차고 나가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집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빌라 전셋집에서는 동물을 키우면 안된다고 합니다. 주인집에서 그 조건으로 살게 했다고 엄마는 말했지만 그것도 사랑이는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엄마는 강아지털이 날리는 것을 너무 싫어하고 집 청소며 정리정돈 잘하기로 소문난 깔끔쟁이입니다. 사랑이가 혼나는 경우는 시험성적보다는 책상정리가 안되어서 혼납니다. 분명 주인집 이야기도 엄마의 핑계라고 사랑이는 생각했습니다. 그 나마 엄마와 허락받은 것은 부동산집 강이지 ‘요미’를 산책시키는 일이었습니다.
푸들 강아지 ‘요미’는 귀요미에 ‘귀’자를 뺀 이름입니다. 사랑이 간식인 ‘치즈’조각을 너무 좋아합니다. 산책 시작한 이후 엄마는 사 놓은 치즈가 너무 빨리 없어진다고 말해 가슴이 찔린 사랑이는 그 후부터는 먹지 않고 요미한테만 줬습니다. ‘치즈’가 떨어지자 매일 가던 요미와의 산책도 좀 뜸해졌는데 그 사이를 길고양이 한 마리가 사랑이 가슴에 박혀버렸습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오자마자 예원이 아파트로 당장 달려가려 마음먹었지만 엄마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에 그만 책상으로 직행한 것입니다.
“수학 문제지 풀고 학교 숙제 다해야해. 그렇지 않으면 외출금지야”
휴대폰 너머 엄마가 너무 미웠습니다. 그런 엄마의 카톡 프로필 바탕이미지에는 어릴 적 사랑이가 연필로 써 준 시 한편이 딱 있습니다.
“동시 제목, 우리 엄마
우리 엄마 예쁘기도 하지
여기서 반짝 저기서 반짝
어디에서든 반짝반짝
엄마는 어찌 에쁠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