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숫자, 그 나열의 의미가 이토록 강렬했던 적이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지난 130년 전의 역사가 이토록 와닿는 것은 천년사랑 백제가요 ‘정읍사’의 한 여인이 남편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노래했던 이야기를 ‘음미’했던 지난 6월 28일 ‘한국가요촌 달하’ 방문했던 그다음 날의 새벽이다.
BTS의 팬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BTS 실물사진이 툭 튀어나와 있어 잠시는 반갑다가도 이내 씁씀함을 지울 수 없었다.
세상은 BTS를 안다. 문화강국 K-POP의 절대적인 지존을 우리는 모두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이 거대한 빛이 ‘정읍사’의 한글 최초로 기록되고 천년을 넘어 옛 선인들이 함께 느꼈던 애절한 사랑의 깊은 정서를 알리는 ‘음미하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한 인간의 예술적인 첫 만남을 지워버린다면 이 생각은 지나친 ‘나’만의 생각일까.
현대가요로 이어져 오는 연속성으로 첫 입구에 ‘실물사진’을 둔 것이라고 포장해 말한다고 해도 ‘정읍사’에 대해 알려고 찾은 방문객 ‘나’와의 첫 만남에서는 시공간을 뛰어넘은 ‘정읍사’와의 공감에 그 본질적인 시각이 담겨야 하지 않나 싶다.
그래서 설명해 주는 분께 ‘정읍사’의 간절한 그리움과 사랑을 방문객이 몸과 머리가 먼저 스며들 수 있는 동선과 주변 홍보물의 배치, 특히 BTS의 입구 실물사진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렸다.
난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정읍시에 ‘귀농 귀촌’ 과정도 함께 생각하며 전북특별자치도농어업농어촌일자리플러스센터와 정읍시지역활력센터가 주신 귀한 기회를 선택받은 9명 중 한 사람이다.
이 전까지 삶이 ENTP 유형의 ‘변론가’의 특징이 숨김없이 표출되는 이런 업보라 다시 ‘외로움’에 빠져든다.
그래서 스스로를 ‘비촉’, 날아가는 화살로 필명을 정했다. 방향성을 잃은 지금의 대한민국 역사에서 난 개혁을 외치는 시민이기 때문이다.
또한 개혁은 외치는 게 아니라 내가 화살이 되어 ‘국민’이라는 과녁에 명중했을 때 일어난다고 생각해서 작년까지는 ‘문화 혁명가’라고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날아가는 화살’은 과녁에 꽂힐 때까지 떠 있어야 한다. 저항의 기득권을 이겨내고 공중에 떠 버틸 힘과 날아갈 인내와 배고픔을 견뎌 내야 한다. 그리고 강한 의지의 방향성을 갖고 날아가야 한다.
그런 나에게 1894년 동학혁명의 정읍과의 만남은 어쩌면 숙명인가 싶었다.
지난 17년간 시민기자의 진정성으로 ‘사이비’ 기자가 되지 않으려고 싸우고 이제는 ‘가짜뉴스’를 만드는 주변 환경과도 싸움을 거는 오마이뉴스의 나의 필명은 ‘진검승부’였다.
한 기사에 2천 원이라는 경제적 가치는 지금 '자본독재'시대에선 영광의 상처가 된다.
17년 동안 지속가능했던 것은 ‘진정성’을 담는 그릇이기에 성향을 떠나 쓰고 싶은 것에 마음 가는 대로 의지를 갖고 시위를 당겨 쏘았다.
‘보’는 하천에 둑을 쌓아 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가뭄이나 농사철에 흘러내려 보내는 가장 중요한 기반시설이다. 1892년 고부군수 조병갑이 부임해 비옥한 배들 평야를 두고 정읍천과 고부천이 만나는 동진강 상류에 ‘만석보’를 세웠다. 만석보 이전에 이미 광산보와 예동보라는 보들이 있어 농사짓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는데 못된 조병갑이 백성을 강제로 동원해 ‘만석보’를 만들고 물세라는 명목으로 가혹한 세금을 착취했다.
그 당시 고부주민들은 가혹한 세금에 대해 감면해 달라고 찾아가 호소했는데 백성의 의견을 묵살하고 되러 곤장을 때리니 분개한 백성들이 1894년 이 ‘만석보’를 허물어 버리고 동학농민혁명의 시초가 된다.
2024년 지금의 대한민국은 권력쟁탈전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지자체와 기관 및 시민사회 시민단체와 체육계, 영화계 문화계 등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22대 국회는 여당과 거대 야당 민주당의 보수와 진보의 진영싸움이 ‘니편 내편’으로 갈라져 죽일 듯이 싸우고 있어 국민의 삶은 없다. 삶의 터전이 고물가와 전세대란과 집값, 그리고 침체된 경제와 정읍시만의 문제가 아닌 ‘지방소멸과 인구절벽’에 흔들리고 있다. 어르신과 청년은 물론이고 4060대 중장년층도 실업과 경쟁, 대립으로 ‘각자도생’의 격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산업화-민주화-선진화의 발달과정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지 못하고 군사 독재 이후 진정한 민주화 기회로 바꾸지 못하고 자본 독재에 기득권이 안주하면서 그들의 권력유지 정쟁으로 말미암아 선진국 문턱에서 민주주의 후퇴와 방향성을 잃어버린 결과다.
‘옳고 그름’의 잣대는 기득권에게는 ‘좋고 싫음’의 자기 기준이 된다.
혁명을 꿈꾸는 자가 130년 지나 혁명의 땅, 정읍에 왔다. 그리고 그 당시 후손인 정읍시민과 청년들을 만났다. 정읍시 수성동에 있는 <기억저장소>의 진정한 의미를 2천 원짜리 기사에 간절히 담아 세상에 알렸다.
마을 만들기와 지역공동체 활성화 및 청년공동체 조성 등 다양한 정읍시 관련 정책에 대해 공부하며 정부보조금과 예산이 있어야만 움직이는 지역 생태계의 근본 문제를 발견했다.
정읍시만의 강점을 파악해 정읍을 대표하는 전통주와 청년을 연결해 올림픽정신의 평화와 자유, 인간숭고미를 파리올림픽 기간에 음미하고 100년 전통의 샘고을 시장에서 각각의 전통주에 맞는 안주거리도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정읍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축제 기획도 했다.
정읍 죽력고, 내장산 복분자, 월탁, 송명섭 막걸리과 동학혁명주와 청명주 등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
지역 대표 전통주업체의 자발적인 노력과 청년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이 시대의 기업가정신이 발현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정읍시의원과 지속가능협의체 직원에게 모욕을 당하면서 난 멈췄다.
정읍시민헌장에는 이렇게 글이 쓰여 있다.
1. 우리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민주시민이 된다.
1. 우리는 자연을 사랑하며 이웃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봉사시민이 된다.
1. 우리는 자랑스런 선열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빛내는 문화시민이 된다.
동학혁명의 후손분들께 묻는다. 그대들은 민주시민, 봉사시민, 문화시민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가. 진정코 부끄럽지 않은 정읍시민으로 남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