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과 '관심'은 다르다.

[백일 백장] 100-95

벌써 감정코칭 강의도 3회차에 접어들었다. 깨달음의 장이 번개를 맞듯 알아채는 경험이라면, 감정코칭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스며드는 경험이었다. 둘 다 좋았다. 스민다고 표현은 했지만, 감정코칭 중에도 '아하'하는 소소한 깨달음이 나를 종종 찾아왔다. 그중 하나가 '호기심'과 '관심'은 다르다는 것이다. 나는 질문이 많은 사람이다. 궁금한 게 정말 많았고, 지금도 많으며, 앞으로도 많을 예정이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나의 성취의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나는 그 둘을 구분해 본 적이 없었다. 결국 둘 다 모르는 것에 대하여 알고자 하는 마음인데, 굳이 다르다고 할 게 뭐가 있을지 갸웃했다.
호기심과 관심은 무엇이 다른가. 먼저, 국어사전이 소환됐다. 사전적 의미로 호기심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반면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이는 마음이다. 여기서 주목할 단어는 '주의'이다. 주의라는 단어는 어떤 한 곳이나 일에 집중하거나,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아하, 호기심이 그저 궁금한 것이라면, 관심은 혹여 잘못하는 부분이 있을까 봐 마음을 쓰는 거구나. 그리고 우리는 그런 마음 씀씀이를 '배려'라고 부른다.
그리하여 감정코칭은 호기심보다는 관심 어린 질문을 하기를 권한다. 호기심을 채우기 위한 질문은 무언가를 알고 싶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쯤 되니 나는 내심 찔렸다. 나의 왕성한 호기심과 질문들이 혹여 누군가를 마음 아프게 하지는 않았을까. 위로나 관심이라는 멋진 옷을 뒤집어쓴 채로 말이다. 그동안 나는 질문을 하도 많이 하고 살았던지라, 어땠을지 돌이켜봐도 일말의 단서조차 생각이 나질 않았다. '영 찝찝하다. 찝찝해.'
Gemini에게 둘의 차이점을 물었다. Gemini는 호기심이 '문밖을 빼꼼히 내다보는 것'이라면, 관심은 '방 안으로 들어와 앉는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기막힌 비유다. 호기심이 '알고 싶은 본능'이라면, 관심은 '머물고 싶은 마음'이다. 좀 더 상세하게 정의하자면 호기심은 신기하고 생소한 외부의 자극에 대한 지적 결핍을 채우려는 일시적인 욕구이다. 반면 관심은 좀 더 긴 호흡으로 애정을 가지고 애써 알고자 하는 마음인 것이다. 어쩌다 보니 호기심이 대역 죄인이 되어 버렸다.
아직 아무에게도 말해 본 적은 없지만, 나는 한때 오프라 윈프리 같은 멋진 인터뷰어가 되고 싶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인 걸 나도 잘 안다. 그럼 어떠냐. 나는 궁여지책으로 일상의 대화를 나만의 작은 토크쇼라고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그날의 출연자이다. 나의 서투름으로 폭망하는 회차도 있지만, 가끔은 멋진 케미가 폭발하기도 한다. 나는 묻고 답하는 사이 진심이 통하는 대화를 사랑하는 사람인 것이다. 오늘에야 폭망의 이유를 찾았다. '왜'보다는 '무엇 때문에', '호기심'보다는 '관심'으로 질문할 것. 나의 질문은 내일부터 새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