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감정 날씨 '초조함'

[백일 백장] 100-94

꽃샘추위가 기승이다. 꽃이 너무 예뻐서 바람이 시샘을 내는가 보다. 어제와 오늘 나는 아침부터 몸이 우슬 우슬 했다. 나는 꽃도 아닌데 말이다. 아침에 눈을 떴다. 별생각은 없는데, 그저 고단했다. 그래도 밤새 나를 괴롭히는 것이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괴로운 일이나 미워하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감사했다. 아직인 곳도 있지만, 어지간한 기관에서는 차량 2부제를 시행 중이다. 위반 시에는 징계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공문에 서슬이 퍼렜다. 그래서 그런지 출근길 지하철이 콩나물시루가 따로 없다. 콩나물의 일원으로서 서둘러 나도 시루에 몸을 실어 본다. 한날한시에 같은 칸에 탔을 뿐인데, 나는 그들에게서 묘한 연대감을 느꼈다.
고단함부터 감사함과 연대감까지. 아침부터 다양한 감정이 나를 거쳐갔다. 그러나 오늘 나는 대체로 초조했던 것 같다. 제3자의 눈으로 보면 사실 별로 그럴 이유가 없는데, 나는 왜 애가 타고 마음이 조마조마했을까. 어제 친구와 대화하다가, 내가 생각보다 적지 않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뒤처질까 봐 불안해하고 있었다. 사실 나는 하루 중에 그냥 멍 때리는 시간이 별로 없다. 스케줄러에는 머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할일 목록이 빼곡하다. 그날 하면 지우고, 못하면 다른 날로 미루는 식이다. 시시콜콜한 것들이지만, 지울 때면 기분이 좋고 계속 미룰 때면 찜찜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할 일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싶지 않아 시작된 오랜 습관이다. 머리를 가볍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긴 했다.
웃픈건 주가가 올라도 초조했다는 거다. 떨어지면 손해가 나서 그렇다 치고 이건 왜 이러는 건지 참.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헛 웃음이 났다. 어제 떨어졌을 때 조금 샀던 것도, 손톱만큼 오른 주식을 팔 것인지 결정하는 것도 초조함의 연속이었다. 저녁이 되어 정신을 차려 보니, 생각했던 큰 방향성은 있어서 때를 기다리면 되는 것일 뿐인데. 나는 그새 조급해졌었구나. 모든 게 인연이 되어야, 나랑 만나게 되는 건데. 그새 또 잊어먹었다. 칠칠맞지 못한 사람 같으니라고. 그래도 다행이다. 반나절 만에 다시 평정을 찾은 게 어디냐.
매일 글을 쓰기로 한 뒤로, 저녁에 약속이 있는 날은 이 또한 초조할 거리가 되었다. 왜 무라카미 하루키가 소설을 쓸 때, 낯선 곳을 찾아 규칙적인 생활을 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할까. 어쩌면, 운동하고 글을 쓰고 잠을 자는 단순한 삶이 글 쓰는 사람의 숙명인 지도 모르겠다. 무슨 대하소설을 쓰는 것도 아닌데, 나는 뭘 쓰면 좋을까 한동안 초조해하는 편이다. 그날그날 초조함의 길이만 조금씩 달라질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 편의 글이 완성되면, 보잘것없는 글을 읽고 또 읽으며 나는 행복에 잠긴다.
만약 초조함을 덜어낼 수 있다면, 나는 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인가. '타고난 기질이 기왕이면 평범하고 느긋하면 좀 좋으냐'라고 나의 기질을 꾸짖어 본다. 초조함이 나에게 눈을 흘기며, '당신 나 없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냐'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의 넘치는 호기심의 절친은 초조함이었다. 초조함 덕분에 이룰 수 있었던 것들이 그제야 하나, 둘씩 떠올랐다. 초조함이 '나도 다 쓸데가 있다고'라고 배시시 웃는다. 쓱 웃다가 나는 다시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초조함이 자만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