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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Oct 17. 2023

나랑 맞는 출판사 고르기

브런치북 출판 - 심사 과정 분석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저는 네 권 응모하고 계속 글을 보완 수정하며 오탈자를 찾고 문맥이 엉성한 곳을 고치는 일만 하며 새로운 글은 쓰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마감 날짜만 기다리다 보니 과연 심사 과정이 궁금해집니다. 내 좋은 대로 글을 쓰는 것이 우선이지만 수상을 기대한다면 심사자들이 원하는 방향을 알고 어느 정도 형식은 맞추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야 선정될 확률도 높아지겠고요.


치사하게 선정을 위해서 글 내용까지 뜯어고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마지막 자존심입니다. 단지 마감을 기다리며 제 글이 과연 어느 출판사랑 궁합이 맞을지 상상해 봅니다. 지명을 기다리는 을乙이 아닌 마치 제가 출판사를 고르는 갑甲이 된 듯 써보겠습니다. 생각만 해도 짜릿합니다.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공지된 수상 심사 & 선정 과정입니다.

파트너 출판사 10곳에서 응모 작품을 심사합니다. 각 출판사에서 수상작 후보를 선정한 뒤, 해당 작가에게 연락하여 책 출간 의사를 확인합니다. 이때 *제삼자의 (수정됨-아래 참조) 저작권 침해가 없는지 등의 팩트 체크를 하고 출판권 계약서 검토 등의 과정을 거친 후 최종 수상을 결정합니다.

지원 작품이 만 편을 넘을 거라는 예상을 하기에 Daum 브런치 팀에서 1차 걸러낸 후에 출판사에게 넘기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위 기준이라면 출판사 열 곳에서 각자 인원을 동원해서 만 편을 모두 검수하는 작업입니다. 그렇다면 제 책들도 최대 열 번 정도 심사를 받게 된다니 생각보다 훨씬 기회가 많네요.


다시 말해서 이 공모전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운이없다라기 보다는 열 명에 심사 위원들이 살펴본 결과, 제 글은 출간할 만한 내용은 아니고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없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열 번이나 기회를 받았다면 고집 쎈 저도 충분히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럼 다음으로 출판사들 열 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책을 발행했고, 어떤 글을 원하고, 평소 지향하는 곳은 어딘지 살펴보겠습니다.

십 출판사 정리


생각보다 11회에 새롭게 참여한 곳이 더 많습니다. 10회 대회에 참여하고 이번에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오지 않은 곳이 60%인데요. 설마 출판사들도 입찰 경쟁을 통해서 Daum으로부터 가격이나 시장성 여부를 논의해서 탈락된 것인지 그 사연이 궁금하네요. 결국 그들도 우리 브런치 작가들처럼 Daum이라는 거대 사업자 앞에서 평가 대상인가 봅니다.


당신들도 우리랑 같군요.

11회 브런치북 내 응모작


논의를 더 하기에 앞서 지금까지 발행하고 응모한 제 책 네 권을 위처럼 요약해 봅니다. 제가 가장 기대하는 책은 <날 사랑한> 시리즈를 모아 놓은 Love Illusion 사랑착각인데요. 저에게는 신앙 같은 정신분석이라는 테마랑 제가 좋아하는 신파극이 어울려 있고요. 작가님들이랑 독자님들에게 좋은 반응도 많이 받았던 기억 때문입니다.


다시, 열 곳 출판사를 하나씩 다 분석하기에 앞서서 우선 저랑 전혀 함께할 일이 없는 곳을 추려 봅니다. 그러기 위해 출판사 성향을 아래처럼 간단히 요약해 봅니다. 간단히 결론 내리면 9번 [한빛미디어]는 우선 아닌 것 같습니다. 이름에서 보듯이 주로 실용서나 과학을 다루는 곳이라 신파극 비슷한 수필 형식인 제 글을 원하지 않을 듯합니다.

십 출반사 요약

평가 기준을 보시면 공통된 기조가 있습니다. 바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글을 찾는다는 것이고요. 여기에 더하자면 재미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공부 잘해야 서울대 간다는 말이라 위 요약에선 뺐습니다.


그럼 아홉 가지 출판사로, 제 판단 아래 책을 한 권씩 짝을 지워 보겠습니다. 죄송하지만 함께하지 못하는 곳에겐 너른 양해 구하고요. 간략하게나마 탈락 사유를 친절하게 적어 보았습니다. 보통 탈락자들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이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막상 연락 온다면, 급! 태세 전환.. 헤헤


그럼 네 곳 출반사에 집중해서 좀 더 쑤셔 보겠습니다.



우선 [이야기 장수] 이연실 대표님 인터뷰가 있어서 아래 참고해 봅니다.

https://www.readers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5875

임프린트라는 시스템에서 태어난 회사라고 하네요. 임프린트란, 편집자가 자기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게 해 주는 출판계 사내 벤처 시스템이라고 해요. 즉 문학동네 계열사로 [글항아리]랑 [달]도 임프린트 형제인가 봅니다. (첨에 '임플란트'인 줄 -_-;)

출판사 이름에 "장수"를 넣은 사연이 독특합니다. 책은 지성을 상징하지만 '장수'는 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소리치며 책을 파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학식 높은 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팔리는 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정체성에 넣었다고 하는데요. 제가 가장 아끼는 책 Love Illusion을 담당하기에 아주 적합한 마음가짐으로 보입니다. 파주 사무실에서 뵈올 날을 기대해 봅니다.



다음으로 [미디어 창비]. 아래 홈페이지가 바로 검색되네요.

http://www.mediachangbi.com/


제 책 Good Dream Hunting (GDH)을 부탁하려는데요. 회사가 하는 일을 다시 보니 영화나 서평으로 구성된 GDH를 부탁하기에 알맞은 선택지로 보입니다. 영화 같은 디지털 미디어에도 관심이 큰 회사라고 하네요.

도서 출판과 유통 사업에서부터 디지털콘텐츠 제작 및 미디어 서비스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디오북, 전자책,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에서부터 유통까지 다양한 디지털콘텐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직접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 마포구 6호선 1번 출구 쪽이라니 멀지 않네요. 책 계약 마치고 대표님이랑 편집자분들하고 마포 갈비 먹는 상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RHK 코리아]입니다. 제 책 가장 아름답고 오랜 것을 위해 낙점한 곳이죠.

https://ebook.rhk.co.kr/front/main/main.do

베스트셀러 목록에 곰돌이 푸, 책은 저도 있습니다. 이런 우연이!

양원석 대표 이사님이 쓰신 것으로 보이는 회사 소개를 다시 보겠습니다. 회사 자랑이 많은데 그 부분은 날리고 책 관점에서만 보면:


"경제경영, 자기 계발, 실용, 여행레저, 여성, 인물, 아동, 교육, 장르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콘텐츠를 발굴해 독자가 읽기 쉽고 활용하기 편한 종이책과 전자책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개인의 창조적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을 안내할 것이며, 한국 출판계의 선도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여 신뢰받는 기업으로 정진해 나아갈 것입니다."


줄였지만 그 안에도 '기업'이라는 단어가 있고요. 소개글 전문에도 회사로서 발간종수나 매출 규모 등을 중시하는 기업으로서 출판사 면모가 보입니다. 제 책 가장 아름답고.. 회계사인 1인칭 화자 수기가 주를 이루기에 기업형 출판사 구미에 딱 맞는 궁합이군요! 아주 맘에 듭니다.


회사 위치도 서울 금천구 가산 디지털2로에 있네요. 안 가봤는데 멋질 것 같습니다. 양 이사님 뵈올 날만 기다려 봅니다.



마지막 [흐름출판]입니다. 제 글 브런치를 위한 브런치들을 부탁드립니다.

http://www.nwmedia.co.kr/?ckattempt=1

흐름출판 유정연 대표이사님은 시 같은 인사말을 해주셨네요. MZ세대 말로 안물안궁이라던가요? 인사말을 열자 갑자기 예상치 못한 수기가 시작됩니다.


"계절 끝자락, 그간 못내 가고 싶어 하던 안동에 다녀왔습니다. 서원의 달빛에 머리를 헹구고 다음날 퇴계의 서당 마루에 앉아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중략) 우리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보고 느끼는 세상에 대해 말해 주기를, 함께 듣고 즐기기를."


주욱 읽어보니 대표님께서 player 욕심이 있어 보이세요. 찾아보니 시인이나 수필가는 아니신듯합니다만 무척이나 감수성이 풍부한 시인ish 이사님이라서 제 책 브런치를 위한.. 맘에 들어하실 듯하네요. 딱이네요!




원래 이 글을 시작한 취지는 이게 아니었는데 쓰다 보니 무슨 공상도 아니고 자뻑도 아니고 이렇게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별로 발행한 책을 분석해서 성향을 찾아내어 내 책에 반영할 만한 parameter를 찾아보려 했던 의도는 사라지고 이렇게 황당한 글로 오늘도 대충 수습해 봅니다.


*여담인데요. 수상작 심사 과정 중에 "제3자의"라고 한 부분이 맞춤법 검사기에 걸려서 바꿨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이만 총총


시드니,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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