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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Feb 05. 2024

 대타자 對 신神

라캉으로 본 신화

유학생 시절, 독실했던 동네 선배가 신神 존재를 놓고 증명하지 못해 고심하는 저에게 되려 묻습니다.


"드림아, 너 정말로 궁지에 몰리면 그냥 막무가내로 누군가에게 기도하지?"

"네, 그렇죠. 다들 그럴껄요?"

"맞아! 그게 인간 본성이야. 절대자가 우릴 창조하면서 넣어 두신 기능이거덩."


이 기능론에 혹해서 저는 그 형을 따라 기독교에 투신합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흔히 말하는 영성은 그냥 받아들이는 거라는 조언에 동의하지는 못했지만 내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을 느꼈기 때문에 신 존재를 증명하지는 못했어도 당분간은 믿기로 합니다. 그럼 다음으로 "그것" 혹은 신이 무언인지로 제 궁금증은  넘어갑니다.


성경을 통해야만 그분을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경건한 마음으로 새벽에 기도하면 효과도 더 좋다고 하여 매일 새벽 일어나 성경을 봅니다. 마침, 더욱 독실한 회계사 선배에게 영어 성경을 선물 받은 것이 있어서 그것으로 시작합니다. 영어로 읽다 보니 한글 성경이랑 또 다른 느낌에 새로운 것을 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그런 새로운 눈으로 인해 신앙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고 성경 자체가 모순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영어 성경에 신은 God이지만 가끔 "He-is"라는 표현으로 쓰기도 합니다. 뒤에 형용사가 붙을 수 없는 것은 그가 전지 전능한 신이기 때문이랍니다. 성인지 감수성은 둘째 치더라도 완벽한 존재는 감정이 있을 수 없다는 말에서 확 깹니다.


He is sick.

He is Happy.

He is sad.


이럴 수 없다는 것인데 구약에서 마주하는 야훼는 온통 질투뿐이며 분노하고 우리를 사랑하기도 합니다. 사랑도 감정일 텐데.. 심지어 절대자가 질투도 하시네.. ㅠㅠ 이날 이후 성경을 덮고 다양한 음모론, 진화론에 빠져서 불경하게 살고 있습니다.


출 34:14   너는 다른 신에게 절하지 말라 여호와는 질투라 이름하는 질투의 하나님임이니라.

(나 여호와는 질투하는 신이니,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도 해석되는 구절인데.. 유일신이라는 여호와 본인이 다른 신 타박하는 다신론자.. ㅠㅠ)




Zecharia Sitchin 선생님

그러다 나처럼 성경을 삐딱하게 보는 사람을 만납니다. 제카리아 시친 Zecharia Sitchin 선생. 미국계 유대인으로 백화점 재무 총책임자로 영화 <인디아나 존스> 실제 인물로 스필버그 감독이 그가 쓴 저작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구약을 독특하게 해석하는 데에서 나온 것이 <레이더스, 1981>로 시작되는 시리즈이고, 특히 신을 외계인으로 해석하는 부분에서 착안한 것이 그 유명한 <E.T.>죠.


어려서 성경 공부 시간 중 창세기에 나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문구들을 선생님께 질문하여 호되게 야단을 맞은 소년 시친은 여기에 무언가 예민한 것이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평생 연구과제로 삼습니다. 가령 거인 네피림 이야기나 하늘에서 누군가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우리가 (저길) 내려가..' 식으로 유일신이 야훼가 누군가랑 이야기하는 장면들 말이죠.


창 6:2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자기들의 좋아하는 모든 자로 아내를 삼는지라  


상상력이 넘치던 시친 선생은 이를 토대로 평생 (아마도 퇴근 후에) 연구를 하여 수메르 신화를 외계인이랑 섞어 기괴한 역사 이론을 만들어 냅니다. 뭔 황당한 소리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요. 막상 이런 궁금증을 가진 사람이 읽으면 혹할 만한 것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고대 인류부터 인간이 금을 좋아하는 이유;

손가락은 열개인데 모든 문명에서 중요한 것은 12진법을 쓰는 이유 (e.g. 시간, 날짜);

갑자기 등장해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만들어내고 사라진 수메르 기원 설명 따위.


물론 2012년 경에 열두 번째 행성 니비루 Nibiru가 드디어 찾아와 우리는 망하던 흥하던 결판을 보게 된다는 예언을 남기고 아쉽게도 2010년에 돌아가시죠. 살아 계셨으면 참 난처하셨을 텐데 운도 좋으시고요.


수메르 상형 문자 정리해서 외우고 다니던 시절..


검증할 수 없는 이런 놀음에 지친 저는 신학을 떠나서 정신분석학 프로이트 글을 읽기 시작합니다. <꿈의 해석, 1900>은 너무 어려워 포기하고 <정신분석 입문>을 보면서 새로운 눈이 열립니다. 그리고 라캉을 알게 되고 잊고 지냈던 "그것"을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대타자 Auture

우리 인류만 신 타령하는데요. 이것은 우리 인류만이 다른 짐승이랑 다르게 넋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 대부분 종교에서 말하는 것입니다. 그럼 그 영혼, 넋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류가 다른 짐승이랑 또 다른 특이점이 있습니다. 바로 지독하게 나약한 영/유아 시절입니다. 적어도 10년은 부모 보살핌을 받아야 겨우 홀로 간단한 사냥을 하고 먹고살만합니다. 그나마도 무리에서 이탈하면 오래지 않아 사망할 것입니다.


10년이면 다른 짐승경우 손주 볼 나이이거나 이미 자연 수명을 뛰어넘습니다. 우리처럼 무리 생활을 하고 지능이 높은 침팬지, 늑대, 코끼리, 돌고래 등이랑 비교해도 황당하게 긴 양육을 우리는 요구합니다. 80대 부모에게 빨대 꽂는 사례도 흔하니까요.


이 막대한 양육시간에 우리는 부모에게 내 생명 권한을 부탁하고 절대 의지합니다. 이 오랜 시간 동안 부모/양육자는 내게 절대자이며 그렇게 오래 붙어 있는 동안 '언어'라는 교육을 받습니다. 언어는 문법이며 상징이고 기호입니다.


라캉 선생은 이런 절대자가 바로 대타자라고 하고요. 짐승들은 이런 막대한 양육 기간이 없기에 절대자로서 부모도 존재하지 않으며, 대타자가 없어 우리같은 고차원 언어를 갖지 못합니다. 너무 빨리 부모로부터 독립한 짐승들이 가진 언어는 우리랑 달리 아주 간단한 형태이기에 그 안에 넋이 기릴 틈이 없습니다.


짐승은 눈에 보이거나 지금 당장 처한 상황을 표현하는 언어가 주를 이루지만, 대타자가 있는 우리는 시간 개념, 죽음, 연산, 각종 은유 등 지독하게 복잡한 언어를 아주 오랜 시간 익혀야합니다. 배우기 싫다고요? 그럼 문명사회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물론 문명사회에 들어가서 불화를 겪다가 우리는 모두 성도착자 내지 신경증자가 된다는 슬픈 이야기는 프로이트 선생님 글에서 확인했고요. 그 프리퀄인 상상계-상징계를 지난 글까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부모도 유아 시절이 있기에 대타자는 대타자가 있었고, 저도 부모가 된다면 누군가에게 대타자가 됩니다. 이 순환 오류를 막기 위해 처음 대타자, 나 이외에 대타자는 없다는 여러 신들, 신화들이 등장하게 되는 것인데요. 결국 이것은 무수한 신화뿐 아니라 창세기부터 이어지는 성경을 보아도 쉽게 그 발달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것"이 무엇인지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며, 그 호기심덕에 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찾은 것들, 해답으로 내어 놓은 것들 중에 저에겐 마뜩한 것은 어제까지 없었네요.


신神;

귀신;

절대자;

그리고 외계인 까지.


오늘 저에게 "그것"이란 절대성은 가지지만 결국 만들어진 "대타자"라는 결론으로 갑니다.




<라캉 對 라캉> 리뷰하는 과정에서 한 번 정리하고 싶었던 것들입니다. 제 생각이니 틀린 부분이나 잘못된 reference 논리 등은 있을 것이나 저는 역사학자가 되려는 꿈은 없고, 시친 선생처럼 나 스스로만 이해시킬 논리를 찾는 중입니다. 


이렇게 리뷰 글을 쓰면서 가장 도움을 받고 행복한 것은 제 자신입니다. 내용을 정리해서 글을 쓰고 돌이켜 생각해 보는 일상에서 이렇게 새로운 것도 발견하니까요.




모두들 사랑하며

이만 총총




The psychical, whatever its nature may be, is itself unconscious. 영혼이 가진 본성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영혼 자체가 바로 무의식이다. - 프로이트



노사임당, 2024, 게으른 나를 위로해주는 노쎔 글



https://youtu.be/kPK-WMMwLMI?si=xIDEiDnRPPEoio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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