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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Feb 04. 2024

라캉 對 라캉 - 관찰

거울 단계 & 양자 역학

프로이트를 읽는 사람들 - 오톡 모임

저랑 함께 <라캉 대 라캉>을 읽는 eska 님이 지난 제 글에서 소외, 게슈탈트, 이마고 부분에서 어려워하는 저를 위해 주신 추가 자료를 토대로 다시 진행해 보겠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definition을 이해하는 것에 매달리니 큰 그림이 망가지면서 집중이 깨지기에 eska님께 받은 내용이랑 <라캉 대 라캉> 저작에 있는 내용 중에 교집합 부분만 요약하고 넘어가겠습니다.


6개월짜리 유아는 전체 몸을 인지하는 능력이 없어 눈, 귀, 손 등으로 부분 감각만 느끼다가 거울을 통해 자기 전체 이미지를 보면서 통일감을 갖춘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부분 감각만으로 자신을 느끼던 유아는 엄마라는 타인이 거울 이미지를 매개로 [자아]를 보여주자, 이 외부 이미지를 자기라고 믿기 시작합니다.  


여담인데요. 라캉 이론 초입이라는 [거울 단계]는 이미지, 즉 눈으로 보고 관찰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럼 시력에 문제가 있어서 외부 세계를 눈으로 관찰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유아들 경우 자아를 완성하는데도 문제를 겪을 것이라는 것도 유추해 볼만하겠습니다. 시력 없는 아이들은 자아가 없거나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발견되는 경우가 있는지도 궁금해졌고요. 나아가 20세기 과학에서 화두로 떠오른 '관찰'이라는 것도 새삼 여기서 다시 보게 됩니다.


정신과 의사 매미 쎔이 2023년 1월, 한국정신분석학회지에 올린 논문 <양자 듣기 연구를 위한 예비논문> 중 <고찰> 부분을 아래 인용해 보겠습니다.


"양자역학을 설명하기 위한 여러 이론 중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양자는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이 두 상태를 모두 보여줄 수는 없고 파동의 성질만을 보여주거나 입자의 성질만 보여준다고 하며 이를 상보성의 원리라고 부른다 (Omens 1999). 이 말은 우리가 관찰하지 않을 때는 양자가 파동의 형태로 눈에 보이지 않다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바라볼 때 입자의 성질을 보여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양자의 세계에는 상식과 너무나도 다르고 현실 세계에서 절대로 경험할 수 있는(없는 typo?)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기 위한 해석이 따로 필요하다. (중략) 양자역학이 있는 그대로 이해되기 어려워 여러 해석이 필요하듯, 무의식 또한 의식적으로 떠올릴 수 없어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이론과 해석 그리고 분석가와 오랜 대화 속에서 자신의 무의식을 탐구해 나가는 경험이 필요하다."


매미 쎔이 지적하신 대로 우리 인류는 르네상스를 거치면서 '의식 혹은 이상'으로 대변되는 상대성 원리를 지나 20세기에 들어 오며,  양자역학이 말하는 미시micro 그리고 무의식을 발견하게 됩니다. 양자역학이랑 무의식이 나오게 된 시기가 비슷한 것은 단순한 우연이기보단 의식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나온 것으로 그 둘이 가지는 성격 역시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이런 관찰이라는 행위가 주는 특수함을 찍은 다큐도 기억이 나는데요. 격리된 방 안에 실험자는 확인할 수 없는 뒤편 거울에서 누군가 보는 것 만으로 뇌에 스캔 결과가 달라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렇게 관찰이라는 행위가 주는 특수함을 대하니 떠오르는 것은 관음증인 데요. 역시 무슨 공부를 해도 이런 쪽으로만 관심이 흘러가는 스스로가 대견하고요. [거울 단계]를 더 연구해서 성인이 타인에게 (알몸으로^^) 샅샅이 관찰당하면서 자아가 다시 변하고 그러다 마구 섹스하고 싸우고 하는 글을 쓰고 싶은데 오늘은 참고요. 책 리뷰 시작하겠습니다.


37도 불타는 시드니에서 올리는 글



거울 단계 (p. 28)

거울 단계에서 유아는 거울 속 전체 이미지를 자아로 인지하고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인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나르시시즘 초기 형태라고도 합니다. 거울 단계 6개월짜리 유아는 자기랑 타자 사이에 경계가 불분명한데 이를 전가 현상이라고 하며 이것이 자아 기원이라고 합니다.


즉, 타자 이미지(거울 속 내 모습도 포함)로 자아 성격이 드러나고 이렇게 외부에 위치하는 이미지에 자기를 동일화(전가랑 비슷한 듯) 시키고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이 과정을 다른 말로: 소외 - 자아는 외부 이미지를 기반으로 함). 거울은 이를 위한 매개물에 지나지 않고요.


이자 Dual 경합 (p.29)

만약 타자 이미지가 자기 이미지가 된다면 반대로 내 이미지도 타자 것이 된다는 뜻이죠. 따라서 이미지를 놓고 타자랑 뺏고 빼앗기는 결투가 일어나고요. 이처럼 이미지를 인지하는 구조에서 우리는 '너인가, 나인가'라는 양자 대립 (이자 경합)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여기서 "질투"라는 인간 심리가 나옵니다. 내가 아버지 등 외부를 이해하기 위해 만든 모델 이미지(=이마고)를 타인에게 빼앗기면 원래 가지고 있던 조각난 이마고가 나에게 다시 찾아와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으로 이렇게 자기 이미지를 결정하지도 못하고 타자에게 이미지 뺏기기도 하는 불안정한 상태를 상상계라고 합니다.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2021

너무 어렵습니다. 예를 찾아보고 다음 단계인 상징계로 넘어가겠습니다. 책은 거울 단계를 이야기하면서 상상계를 슬쩍 끼워 넣고 바로 상징계로 넘어가려 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요. 그렇다고 제가 상상계를 다 설명하기 힘드니 이를 가장 쉽게 표현했다는 <오징어 게임>을 예시로 보고 가겠습니다. 내용 스포가 있습니다.  


성기훈 (이정재 분)은 상상계에 사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하는 짓이나 행동이 6개월 유아입니다. 엄마가 밥을 차려줘야 하고 엄카에 손을 대며 그저 자기 욕망에 이끌려 사는 다 큰 아기입니다. 이 시기에 성기훈은 착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며 그냥 자아를 가지지 못한 상태로 욕망만 쫓는 불안정한 상상계 인물입니다.


성기훈이 사는 세계는 언제나 전쟁터입니다. 채권단이 늘 조폭을 보내고 돈에 치이며 삶에 치입니다. 그러면서도 돈 좀 생기면 신이 난 나머지 생면부지 창구 여직원에게도 지금 행복을 전가하며 자신이랑 동일시하는지 만원을 쾌척합니다. 뿐만 아니고 공유에게 코피가 터지게 싸대기를 맞고 번 돈으로 고등어를 사서 상우 어머니에게 자랑하고는 길고양이에게도 그걸 나눠 줍니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싶은데, 잘 보면 나랑 타자 간에 구분이 모호한 상상계에서 꼴리는 데로 규칙 없이 살기 때문입니다.


열려라, 상징계!

아버지(대타자/절대자)가 없는 성기훈이기에 상상계에서 상징계로 가지 못합니다. 그런 기훈에게 아버지 역할을 하는 공유가 지하철에서 나타나 호된 따귀를 치며 나랑 타아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섬에서 게임이 시작되는 첫날 성기훈은 거울을 보며 그 속에 비치는 자기 모습을 마주함에 즐거워하며 웃습니다. 거울 단계 시작 입니다.



상징계 (p.30)

자기 이미지를 보고 즐거워하는 아이 표정은 아직 그 이미지를 자기라고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자 이미지이며 상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죠. 정신병을 앓는 유아 중에는 그 이미지를 자기 모습으로 인지하지 못하며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 아이는 그 이미지를 자신이 아니라 타자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거울 단계 초입에서 유아는 바로 기쁜 표정을 보이기 전에 어른 쪽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이게 너라는 확인을 받고 나서야 그 이미지에 동일화할 수 있습니다. 이때 어른은 아이에게 이자 관계를 끝내는 심판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상징 = 법法

상상계 안에서 처럼 자기 마음대로 정한 법이나 어떤 강제력도 없는 법이라면 그것은 지켜지지 않습니다. 법이 법으로 준수되려면 절대 권력을 지닌 제삼자로부터 공인받아야 합니다. 거울 단계 유아에게는 자기 생사 여부를 결정하는 어머니 같은 어른이 절대 타자입니다. 절대 타자가 말하는 언어로 아이는 비로소 자기 이미지를 확인하며 상상계를 빠져나와 법이 지배하는 인간 세계로 들어오게 됩니다.


위 내용은 제가 기존에 알고 있는 부분을 추가해서 다시 쓴 것입니다. 원저작이랑은 그러니 차이가 있고요. 입문서라고 했지만 사전 지식을 요구하는 책입니다. 친절하지 못한.. 그만 읽을까...


라캉은 이런 세계를 상징계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상징이란 언어입니다. 즉 상징계는 언어계이며 언어란 문법을 따르는 것을 의미하고 언어/대화로 다툼을 해결하게 됩니다. 상상계 타자란 어머니처럼 감각으로 실존하는 타자가 아닌 절대 타자, 개념이며 언어로서 타자로 실존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령, 신神이 그 대표입니다. 신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그는 절대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大타자 (p.32)

이런 절대성을 부여받은 타자를 대타자 Auture라고 하며 상상계 타자 auture는 소타자로 분류합니다. 대타자는 법을 보증하는 존재이며 언어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언어를 갖추고 태어나지 않고 외부로 받아들이기에 이런 의미에서 언어는 주체(유아를 뜻하는 듯)에게 절대성; 이질성; 외부성을 가진 다른 것입니다. 하지만 대타자는 개념을 넘어 대상/사물로 존재합니다.  


만약 대타자/언어를 절대성만 부여하고 현실에서 만들어진 대상임을 인지하지 못하면 신이 되어서 종교로 넘어가게 됩니다. 정신분석을 종교랑 구분하는 지점이 여기로 이걸 혼돈하면 책을 덮고 신도가 되어 기도하러 갑니다. 




말이 좋아 리뷰지 거의 제 생각을 쓰고 있기에 마사아끼 선생이 이 글을 보신다면 기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라캉 이론 핵심이라는 상상계-상징계-현실계 중에 두 개를 끝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그토록 어렵다는 현실계를 보겠습니다.


모두들 사랑하며

이만 총총



우리 라캉이, 2024, 시드니


https://youtu.be/z1O5O4ZTGm8?si=bJ4AGWwXzOK2XM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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