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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Hunter Mar 16. 2024

파묘

곡성, 만신, 방법, 엑소시스트까지

드디어 시드니에서도 개봉하여 <파묘> 관람하고 왔습니다. 간단 리뷰 가겠습니다.



'무당'이 큰 줄거리를 이끈다는 점에서 위에 두 영화랑 같이 머릿속에서 비교가 되는데요. <만신>은 다큐 형식이라서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라는 유명 배우들이 나옴에도 제가 원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대충 넘겨 보고 말았기에 깊은 이야기는 피하겠습니다.


우선 제가 가장 기대한 것은 굿 장면인데요. 제 느낌으로 가장 맘에 드는 순서를 꼽자면 곡성> 파묘> 만신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룹 이미지 순서는 하늘이 정해주시는 것이라, 파묘>만신>곡성 순서로 점지 받았습니다. 순응하겠습니다(__)


<만신>은 종종 우리가 TV에서 접한 무난한 무당춤을 보는 느낌으로 굿 장면이 흐름상 소재 정도였다면 다른 두 영화는 감독이 확실하게 그것만 놓고 보아도 전율이 오를 정도로 임팩트를 넣은 씬이라서 엄청나게 공들인 것이 보였습니다.


<만신>은 집에서 혼자 보다 껐으니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확인을 못했으나 <곡성>이랑 <파묘>는 호주 극장에서 보았기에 같은 장소에서 군중이란 집합체를 이루며 보았습니다.


이렇게 극장이라는 시스템은 독립된 개인인 <나>가 비슷한 의도를 가지고 모인 <군중>으로 변신하기에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 집단 무의식을 형성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특정 영화에 빠지고 싶다는 동기를 가지고 온 옆 관객들을 힐끔힐끔 관찰하는 재미도 있고 영화가 엄청난 자극을 줄 경우 <나>는 다른 관객들이랑 하나가 되어서 고독하게 집에서 영화를 볼 때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감동을 선사받습니다. 문제는 영화가 엉망일 경우인데요. 이런 경우는 실망하는 강도도 더 가파른 기울기가 됩니다.


더 비싸고 번거롭지만 영화 표를 사서 친구들이나 가족들하고 영화관을 찾는 것은 사실 영화를 보려는 목적보다는 군중이 되는 경험을 사려는 것인데요. 저에게 극장은 늘 기분 좋고 신비한 장소이기에 종교 행사 같습니다. 다른 이들이 집단 무의식에 빠지는 것을 살펴보고 하나 됨을 느끼는 그 순간 착각도 너무 사랑하고요.

 

곡성 vs 파묘

특히 한국 굿판은 외국인들에게도 인정받는 엄청난 우리 문화유산으로 그 안에 언어나 깊은 사연을 모를지라도 충분히 멋진 볼거리입니다. 사실 저도 그 역사를 잘 모르고 굿판에서 외우는 경을 이해 못 하기는 외국인이랑 큰 차이가 없지만 볼 때마다 신비롭고 막대한 전율을 선사 받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호주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했고 <곡성> 때 내 옆에 앉았던 덩치 큰 호주 아저씨랑 이번에는 커플로 보이는 젊은 백인 호주 관객 두 명을 비교하면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어두운 극장이라서 얼굴 표정까지 볼 수는 없지만 <곡성>때 느꼈던 낮은 함성이라던가 압도당하는 느낌이 적었습니다. <파묘> 패배라고 보입니다.


<곡성> 굿판은 사운드도 훨씬 컸던 기억으로 귀청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면 <파묘>는 김고은이라는 배우 개인기만 기억에 남습니다. 그나마도 <곡성>보다 짧아서 아쉬웠고요. 김고은을 더 강력하게 사용하고 말미에 산속에서 일본 귀신이랑 대결하는 장면도 대화가 아닌 굿으로 했으면, 제발 굿이 한 번 더 나왔으면 하고 간절히 기도했으나 결코 이루어지지 않아서 몹시 아쉬웠습니다.


김고은이 온몸에 불경을 깨알같이 쓰고 일본 귀신이랑 홀딱 빨개벗고 싸우는 기절초풍할 굿판을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은교> 이후로 노출 연기에 거부감이 있을 테니 제가 감독이라고 해도 설득하기 쉽지 않았겠죠. 그럼 반나체정도로 타협을 해서라도 동양 여배우만 줄 수 있는 섹시함에 무언가 신들린 듯한 매서운 눈빛을 쏘면서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일본 귀신 우두머리랑 패기 넘치게 '다이다이' 뜨는 조선 영매 장면을 구경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지더라도 패기 있게 왜놈이랑 싸우는 강인한 조선 여인은 없고 늘 도망 다니는 모습도 실망스러웠고요.


역사에서는 조선 여인이 왜놈들에게 능욕당했더라도 영화에서는 앙갚음해주길 바랐습니다만 그 소망도 이루어지지 않았네요.


드라마 <방법>


오컬트라는 장르라고 광고한 <파묘>는 그 세계관 설명이나 그 안에서 규칙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도 없어서 관객으로서는 묘를 옮기는 것으로 액땜한다는 정도 말고는 따라야 할 법法을 찾지 못해서 우왕좌왕하게 되고 영화 말미에 몰아서 주입식 교육을 하며 왜놈 장수를 때려죽이는 장면에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규칙이 쏟아지니 아무리 암기식 교육에 훈련된 한국 관객이라도 유튜브에서 <파묘> 선행학습을 하지 않고서는 따라가기 힘든 진도였습니다. 호주나 중국 관객들은 여기서 모두 탈락했을 것이고요.


명확하게 따라야 하는 규칙을 정해준 것은 드라마 <방법>이 최고입니다. 죽이고 싶은 인간 한자 이름이랑 그가 쓰던 사물을 가지고 오면 죽여준다는 규칙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중간중간 그 흐름에 맞게 한 두 가지만 보충되는 플롯이 너무 좋았습니다. 대신 굿판 장면이 아무래도 영화보다는 약했기에 <방법> 영화 버전에서는 그런 부분을 보완한 강력한 굿판을 기대했지만 영화 <방법>에선 굿판 기억이 없습니다.



오컬트라는 장르를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공포 호러 영화랑 차별점을 찾으라면 한 두 가지 전제 조건을 빼고 나머지 사항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야 하는데요. <파묘>는 묘를 이장해야 액땜한다는 것 말고는 크게 신비한 규칙이 없고 그것만으로 두 시간을 끌고 가려니 중간 이후 부터는 황당한 공포 영화처럼 흘러가서 이도 저도 아닌 느낌입니다.


차라리 러셀이 최근에 주연한 <엑소시스트>처럼 99% 악령 사례는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환청이랑 망상이라고 규정 하면서 1% 예외를 추적한다는 설정처럼 현실을 어느정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어야 관객이 설득되어 군중으로 형성될 텐데 <파묘>는 끝까지 현실 관객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아서 한, 중, 호 三國으로 구성된 군중은 집단으로 봉기하는데 실패하게 됩니다.




우리말로 된 놀거리 볼거리가 빈약한 시드니에서 <파묘>를 보는 즐거움은 크고 소중한 경험이었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많고요. 같이 보자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 2차 관람도 생각했으나 이렇게 한 번만 보고 리뷰 쓰며 접겠습니다.


오컬트에 장르에 관심이 있고 배우 김고은 매력을 익히 아시는 분이면 강추합니다. 온몸에 불경을 문신하고 도도한 표정을 보이는 남자 무당 윤봉길(이도현 분)은 기대했던 뻔뻔함이나 만신으로서 전문성은 하나도 없이 김고은 회사 직원으로 따라다니는 모습도 실망했습니다.


MZ세대 만신으로 불경을 MP3로 다운받아서 듣고 애플워치로 시간 확인하면서 굿하고 은행 이체로 복비 받는 최첨단 도구를 쓰지만 영매라는 전문가로서 모습을 기대했던 제 바램도 박살 나고 말았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쇠 말뚝은 어디 있다는 거죠?  
   
실제 영화에선 무기력하기 그지없는 직원일 뿐.. 난 또 기대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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