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나를 들여다보는 여행
[월간숨 3호]
요가, 나를 들여다보는 여행
-마디. 지금 여기서 시작하기.
김성아(요가스튜디오숨 대표)
주말, 동네에 있는 무장애숲길을 다녀왔습니다. 역동적인 구름을 품은 하늘도 곧게 뻗은 낙동강 물줄기도 보이네요. 제가 사랑하는 우리 동네. 참 멋지죠?
꽁꽁 몸을 감싸도 차가운 바람에 몸이 움츠러드는 겨울이 왔습니다.
방황하던 20대(물론 지금도 방황중입니다만). 꿈을 찾아 대학 강의실을 박차고 나와 자퇴를 했습니다. 여러 일을 전전하다 20대 후반 다시 대학으로 돌아갔고, 무엇이 그리 못마땅했던지 불만, 불평 등으로 근근이 캠퍼스 생활을 이어가던 때. 논술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교수님의 한 마디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앞으로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지금 여기에 있자.”
지금 여기에 있기.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교수님의 그 말이 얼마나 실천하기 어려운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끝내지 못한 일을 생각하고, 이 일을 하면서 해야 할 저 일을 걱정하고. 부끄러웠던 어제에 얽매여 늘 새롭게 주어지는 오늘을 날려보내기 일쑤였죠.
발버둥쳐도 변함이 없는 여기 상황을 마주할 때면 도망갈 곳은 없는지 저기 먼 곳을 찾기 바빴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오늘 지금 여기에 있나요?
자연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태어나고, 자라고, 움직이고, 빛나고, 솟아오르기를 반복합니다.
너무나 단순히 그리고 무심히. 지금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대나무는 빨리 자라는 것으로 유명하죠. 어떤 종류는 하루 동안 1m까지 큰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빨리 자랄까요? 살기 위해서라고 하네요. 빨리 자라 키가 커야 햇빛을 받을 수 있고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빠르게 자라며 대나무는 마디를 만듭니다. 이 마디 덕분에 대나무는 꺾이지 않고 더욱더 햇빛을 향해 크게 성장할 수 있죠. 흔히 생각하듯 대나무의 마디는 성장을 한 후 호흡을 고르는 쉼표가 아니라 어쩌면 살기 위해 끊임없이 벌이는 사투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무심한 듯, 단순한 듯 보이는 자연도 ‘지금 여기 있기’를 위해 이처럼 투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점점 팍팍해지는 하루하루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을 때도, 숨이 턱턱 막혀 울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지금 여기 오늘의 삶이 주어졌습니다.
궁디팡팡, 어깨토닥 2호에서 잠시 쉬었으니 이제는 다시 길을 나서보도록 하죠.
대나무처럼 마디를 만들기 위해! 추우니 옷을 단디 여미고!
“올바른 자세를 배우기 위해서는 고통과 대면해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요가 수행 디피카》 B.K.S 아헹가, 75쪽
파스치모타나 아사나입니다.
‘서쪽’을 뜻하는 파스치마 ‘쭉 뻗은’이라는 우타나가 더해진 단어입니다. 고대 인도에서는 얼굴 아래에서 발가락까지 몸의 앞부분은 동쪽, 정수리는 위나 북쪽, 발바닥이나 발뒤꿈치는 아래나 남쪽을 가리킨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사나는 우그라 아사나라고도 하는데 우그라는 ‘무시무시한’, ‘힘이 센’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2호에서 배운 우타나 아사나를 기억하시나요? 서서 상체를 굽히는 자세였죠. 파스치모타나 아사나는 앉아서 상체를 굽히는 자세입니다.
우그라라는 의미대로 척추의 강함. 정확히는 요추의 무시무시한 힘을 기르는 아사나죠. 하지만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다리 근육의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극복하지 못하면 요추의 단련은 꿈도 꿀 수가 없습니다.
자! 그럼 어떻게 하면 다리 근육의 고통과 대면해 요추를 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목적을 아는 것입니다.
이 아사나는 요추를 얼마나 강하게 뻗을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다리 고통을 피하기 위해 척추를 동그랗게 말아 앞으로 숙입니다. 이러한 시도는 다리 근육과 요추를 곧추세우며 전해지는 고통을 피하기 위한 ‘지금 저기에 있기’입니다.
목적을 알았으니 실천에 옮겨야겠죠.
손이 발에 닿지 않을 때는 밴드를 사용해도 좋습니다. 배꼽을 집어 넣고 척추 전체를 곧게 뻗습니다. 열 발가락은 몸쪽으로 당기고 무릎은 바닥을 누르고.
다음은 호흡입니다.
내쉬는 호흡에 일자로 곧추 세운 척추를 앞으로 민다는 느낌으로 배꼽부터 서서히 숙입니다.
고통스러운 순간이 찾아오면 거기서 가만히 호흡을 합니다. ‘아, 너무 아파!’ 그런 마음이 들 때 한 번 더 호흡을 내뱉습니다.
바로 이 과정의 반복이 요가에서 ‘지금 여기에 있기’입니다.
목적을 명확하게 알 것. 실천할 것. 그리고 호흡하며 고통을 인내할 것.
고통과 마주해야 비로소 성장이 시작되고 마디가 새겨집니다. 마디가 새겨지면 다음 아사나 수련때는 그 마디까지 큰 고통없이 갈 수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시스타 아사나입니다.
바시스타는 고대 인도의 태양족 왕가 제사장이며, 큰곰자리의 별이 되었다는 현인의 이름입니다.
이 아사나의 목적은 골반의 유연성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아사나는 균형을 잡으며 옆구리부터 버팀 다리가 상당히 많이 당기는 고통을 마주해야 가능한 아사나입니다. 물론 주된 고통은 다리를 뻗으며 굳은 골반이 열릴 때겠죠.
카샤파 아사나입니다.
카샤파는 현인의 이름으로 수리아(태양신)와 모든 생물체의 아버지이며, 프라자파티(창조자)로도 불립니다.
이 아사나는 아르다 파드마 아사나(반연꽃자세, 반가부좌자세) 동작이 결합돼 있어 바시스타 아사나와는 다른 골반의 유연성을 만듭니다. 또 왼쪽 팔을 등 뒤로 돌려 반연꽃자세를 한 왼 엄지발가락을 잡아야 해 어깨 근육의 이완도 중요한 목적이 됩니다.
핀차 마유라 아사나입니다.
핀차는 턱 또는 깃털, 마유라는 수공작을 뜻합니다. 이 자세는 수공작이 춤을 추려는 준비 자세와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아사나는 어깨와 척추 전체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어깨는 힘보다 정렬이 중요하며 가장 크게 단련되는 부위는 척추 중에서도 요추입니다. 요추가 강하지 못하면 고개를 들어 균형을 잡기가 어려운 동작입니다.
“요가의 도전은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다. 우리는 몸이라는 캔버스를 사용하여 마음의 틀을 끝없이 확장한다.”
《요가 수행 디피카》 B.K.S 아헹가, 77쪽
요가에서 마디를 만든다는 건 육체적 고통이라는 한계에서 단 한 번 호흡을 내뱉을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저 역시 하루도 빠짐없이 매트 위에 그리고 삶의 매트 위에 선 저를 의심합니다.
늘 새로운 한계에서 주저하고 물러섭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여러 번의 마디를 만들며, 한계를 넘어서는 한 번의 호흡을 내뱉으며,
조금씩 마음의 틀을 확장해왔던 것 같습니다.
'지지 않는 것.' 마디가 늘 저에게 들려주는 교훈입니다.
여러분 역시 각자의 길에서 마디를 만들어왔기에, 그리고 지금까지 지지 않았기에
여기 당신이 있는 곳에 오늘이 주어졌습니다.
겨울은 반드시 봄이 되니,
자신이 만들어왔던 마디를 다시 한 번 돌아보며 쌀쌀한 추위 따위에 지지 않고 매트 위에 올라서 보면 어떨까요?
그게 요가이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삶이라는 매트 위에서 지금껏 해왔던 대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한계를 넘어서는 근육을 움직여
늘 새롭게 주어지는 캔버스를 마음껏 그려가시길!
지금 여기가 시작입니다. 출발입니다. 늦은 것 따위는 없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언제나 여러분을,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