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이 보내는 초대장 12

깨어진 환상 속에서 진실을 마주하다

by 베리바니

Q. 꿈의 시작, '초라한 모습의 도피'는 작가님의 어떤 불안감과 욕구를 드러냈나요?


어젯밤 꿈에서 저는 집에서 몰래 나가려 했습니다. 씻지도 않고 머리는 산발이었으며, 저를 탈출시킬 신발이라곤 낡아빠진 분홍색 운동화 하나뿐이었죠. 그걸 신은 채 허둥지둥, 부모님께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현관을 나섰습니다. 바깥의 풍경은 낯설었습니다.


이 꿈은 '현재의 상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욕구'와 '준비되지 않은 자신'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줍니다. '씻지 않고 산발인 머리', '낡은 분홍색 운동화'는 제가 느끼는 초라함이나 부족한 준비 상태를 상징합니다. '몰래 나가려는' 행위는 어떤 책임이나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바람을 나타내며, 낯선 외부 세계는 제가 마주할 불확실한 미래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반영하는 듯했습니다.


Q. '복권 가게'와 '수석(水石) 아저씨'는 작가님에게 어떤 결핍감과 기대를 품게 했나요?


낯선 밖에서 중국인지 태국인지 모를 외국 음식점이 보였고, 그곳에서 복권을 팔고 있었습니다. 복권을 한 장 구매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사장은 "우리 복권이 좀 비싸요. 아마 당신은 못 살걸요"라고 친절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습니다. 기분이 상한채 다음 가게로 들어섰고 한쪽 구석에선 수석을 구경하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돌 하나에 담긴 묵직한 부(富)와 무게. 저는 속으로 '저런 사람과 친해지면 비싼 돌 하나쯤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국 복권은 구입하지 못한 채로 밖으로 나왔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 길을 걸었습니다. 그나마 우산을 들고 나왔다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꿈은 '경제적 또는 사회적 결핍감'과 '외부로부터의 인정과 도움에 대한 갈망'을 보여줍니다. 음식점사장이 건넨 말은 제가 느끼는 사회적 혹은 경제적 계층에 대한 한계와 무력감을 나타냅니다. 이어진 '수석 아저씨'를 보며 '친해지면 무언가 얻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은, 제가 현재 부족함을 느끼고 있으며, 이를 외부의 힘이나 영향력을 통해 채우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바람을 반영합니다. 비가 내리는 와중에 우산이라도 있는 것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수단은 가지고 있다는 작은 안도감을 주는 듯했습니다.


Q. '주황색 아파트'의 환상이 깨진 순간은 작가님에게 무엇을 말해주었나요?


그때 신랑이 제 옆에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어 말했습니다. "저기 주황색 아파트 단지 보여? 예전에 저 아파트로 이사 오고 싶었어. 친척 언니네 집에서 보면 화려하게 반짝였거든." 무언가 특이하고 눈에 띄던 이름의 아파트 단지. 그런데 신랑이 말했습니다. "거긴 사이비종교에서 운영해. 경비도 아주 어린 친구들이 서는 곳이야." 순간, 아파트가 흐릿하게 흔들렸습니다. 화려한 주황색 벽면이, 경비를 서던 어린아이들의 눈빛이. 그 예뻤던 아파트가 더는 예뻐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꿈의 마지막은 '이상적인 것의 실체'와 '환상이 깨지는 순간의 충격'을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화려하게 반짝이던 주황색 아파트'는 제가 동경했던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나 특정 목표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신랑의 "사이비 종교에서 운영한다", "경비도 어린 친구들이 선다"라는 말은, 그 이상적인 모습의 이면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이나, 제가 알지 못했던 위험한 요소들을 드러냅니다. 이로 인해 '아파트가 흐릿하게 흔들리고 더는 예뻐 보이지 않는' 감정은, 제가 가진 이상이나 동경의 대상이 현실의 진실 앞에서 무너지는 좌절감과 실망감을 나타냅니다.


결론적으로 이 꿈은 저에게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나 이상적인 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합니다. 또한, 현재의 불완전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타인의 시선과 외부의 가치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의 내면에서 진정한 만족과 평화를 찾아야 함을 일깨워주는 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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