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돈을 잘 모으는 사람도 아니다.
다만 이상한 기준이 하나 있다.
누군가를 위해 쓰는 돈은 빠르고,
나를 위해 쓰는 돈은 늘 늦어진다.
가족에게 필요한 물건을 살 때는
가격표를 오래 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쓰는 돈 앞에서는
항상 계산이 시작된다.
조금 더 참아도 되지 않을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그 질문들은
늘 나에게만 향해 있었다.
몸이 피곤해도 병원은 미뤘고,
삶을 조금 편하게 만들어줄 선택들은
‘나중에’로 남겨두었다.
그렇게 나는
돈 대신
불편함을 지불했고,
시간 대신
체력을 소모했다.
어느 날,
미루고 미루던 가전을 바꾸고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간단해질 수 있었는데,
왜 나는 이 편안함을
나에게만 오래 미뤄왔을까.
돈이 나가기 때문이었을까.
물론 나는 늘 그렇게 생각해 왔다.
큰 지출 앞에서 망설이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왔으니까.
하지만 내 선택의 패턴을
차분히 점검해 보니,
문제는 돈이 아니라는 쪽에
점점 가까워졌다.
이 기록은
돈을 얼마나 썼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에게만 조용히 청구되어 온
불편함과 미룸의 비용.
그 정체를
하나씩 확인해 보려는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