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간의 기록을 마치고, 나는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자리 잡았던 낡고 투박한 계산기 하나를 마당 깊숙이 묻어주었다.
그 계산기는 아빠의 젊은 날을 지켜준 훈장이었고, 나의 어린 시절을 붙들어준 생존 도구였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 삶의 지침이 될 수 없음을 안다.
기록을 시작하기 전의 나는 늘 무언가에 쫓기듯 지갑을 닫았다. 돈을 쓰지 않는 것이 곧 '성실'이라 믿었고, 나를 위해 지출하는 것을 '사치'라 여겼다. 하지만 이 여정을 통해 마주한 진실은 서글펐다. 나는 돈을 아낀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너무 낮게 책정하고 있었다.
평소엔 100원도 아까워 나를 쥐어짜다가, 어느 순간 참지 못하고 거대한 소비로 폭주해버렸던 나의 그 기묘한 모순 또한 이제야 이해가 간다. 그것은 대범함이 아니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내 영혼이 지르는 비명이었다는 것을. 나를 작게 쓸수록 내 안의 결핍은 괴물이 되어 더 큰 숫자를 요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아빠가 아꼈던 그 몇 푼의 돈보다 아빠의 미소와 여유, 그리고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었던 평온한 시간이 훨씬 더 비쌌다는 사실을 이제야 내가 대신 정산해 보려 한다.
아빠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빠 자신의 가치를, 이제는 내가 나를 귀하게 여기는 것으로 증명하려 한다.
이 연재를 함께 읽어준 분들에게 묻고 싶다.
혹시 당신도 지갑 속 숫자를 지키기 위해 당신의 빛나는 시간과 체력을 무한정 출금하고 있지는 않은가.
절약은 미덕이지만, 나를 방치하는 절약은 폭력이다.
나는 이제 나를 지불하지 않는다. 나는 나를 위해 지불한다.
나를 귀하게 쓰는 법을 알아차린 지금, 나의 가계부는 이제야 비로소 '풍요'라는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마지막 질문: 당신의 계산기에는 무엇이 적혀 있나요?
당신은 오늘, 당신의 통장 잔고를 지켰나요? 아니면 당신의 평온한 시간을 지켰나요?
당신이 그토록 아낀 그 돈은, 과연 당신의 삶보다 비싼 가치가 있었나요?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남긴 잔고가 아니라, 당신이 당신 자신을 위해 기꺼이 허락한 '평온의 시간'으로 증명됩니다. 그동안 저의 서툰 알아차림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