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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ingliz Jan 02. 2024

피르스트,  액티비티가 더해진 낭만의 스위스

#5 스위스 피르스트 : 현실 속 낭만 한 자락

그린델발트에서 가장 기대했던 일정을 꼽으라면 단연 피르스트였다.

다른 날은 흐리더라도, 피르스트를 가기로 한 날 만큼은 날씨가 좋길 바라고 바랐다.

가기 전부터 사람들의 후기를 듣고선 가장 마음이 끌렸던 곳이었고,

막상 인터라켄에서의 기억 덕분에, 능동적으로 스위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점점 더 부풀었기에 더더욱 그리했다.


날씨는 무척 좋았다.

이보다 더 쨍하고 맑을 순 없겠다 싶은 날씨였다.

스위스에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맑은 날이었음이 분명해 보였다.


액티비티를 타기 위해선 필요한 것이 바로 '일찍 일어나는 것.'

타고 싶은 것을 오전 내에 다 타보려면 미리 줄을 서야 하는데, 많이들 추천하는 것이 오픈런이었다. 성수기의 피르스트는 아무리 일찍 준비해도,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피르스트 곤돌라 승강장 입구 쪽에 위치해 있었으므로 모든 것이 순조롭게 잘 흘러가서 만족스러웠다.

그만큼 이 날 만큼은 목표하는 바가 확실했고, 차질 없이 순탄하게 이루어지길 바랐다.

무엇이든 괜찮아, 아니어도 괜찮아의 마음은 솔직하게 아니었다. 그동안에 머물며 가졌던 여유와는 조금 다른 각도로, 하나라도 틀어지면 아쉬움이 생길 것 같은 마음에서 아침을 조금 바삐 움직였다.



정상으로 올라가 보니 사람들이 꽤 보였다.

아직 운행을 하지 않았지만, 그 주변을 둘러보고 산책하며 이곳의 풍경을 만끽하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액티비티와 상관없이, 피르스트에 이것만 보고 와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융프라우에서는 '이곳의 정상을 찍었다!'  어깨부터 등 허리까지 몸을 활짝 펴게 하는 감상이었다면, 피르스트 정상에서는 '이 모든 것이 내 발아래에 있다니.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내가 이렇게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니!' 하는 왠지 두 손을 입가에 갖다 모으게끔 하는 경이로움이었달까.


유난스레 빛나는 햇빛 덕분인지, 푸릇푸릇함과 청량함 그리고 시원하게 쭉 뻗어 기개를 펼치는 이곳에 속해있는 모든 것들이 몇 배로 반짝거리며 자신을 뽐내는 듯했다.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고 둘러싼 산들이 보디가드처럼 지켜봐 주는 것 같은 이곳에선, 누구든 동심을 회복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얼 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사랑받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 언제나 나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였던 그 흔적들이 낯선 이곳에서 낯설지 않게 떠올랐을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동심을 열어주었을 테지.


나 또한 가만히 서 있지 못하고 콩콩 뛰어보기도 했고, 무작정 달려보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혔었다.

카메라 앞에선 짐짓 장난스러운 표정들을 지으며, 이곳에 있는 내가 예쁘기보다는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담기길 바랐다. 나도 모르게 하이디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 눈앞에 보이는 모든 사람들이 어린아이처럼 맑은 웃음들을 다 뿜어내서, 나 또한 그럴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볼 수 없는 내 표정이지만 분명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웃음들을 짓고 있을 거야 하는 확신.



플라이어, 마운틴 카트 등

피르스트를 찾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생각하는 이 액티비티들.

사람들이 왜 이곳을 만족스러워하는지 그 이유를 여행 끝자락에서 생각해 보면,

경주월드의 파에톤, 에버랜드의 티익스프레스처럼 그 순간의 짜릿함과 미친 듯한 스릴을 즐기는 놀이기구로서의 역할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즐길 수 있음' 만이 아닌, '이곳에서 즐길 수 있음'이 아니었을까.


이 장소이기에, 이곳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였기에 만족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그 자체로도 즐겁고, 짜릿함까지 더해졌으니 뭐 말할 것도 없지.

순간을 담은 영상들을 다시 재생했을 때, 시원하게 질러대는 내 목청과 옆에 펼쳐진 풍경이 꽤나 잘 어우러지는 걸 보면.


마치 마녀배달부 키키가 되어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을 미끄럼틀 삼아 미끄러지듯 날아 보는 것처럼.

그리고 포뇨가 소스케와 함께 부풀어 커져버린 장난감 배를 타고, 물로 뒤덮인 마을을 항해했던 그 동화 속 장면처럼.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 마냥 한껏 이곳 한 장면, 한 컷에만 몰입하며 빠져들 수 있었다는 것이 지금으로선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었다. 더 이상의 잡념이 들지 않고, 현실 상황 속에서 불거질 온갖 물음과 이어지는 생각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내가 이곳을 날아보고, 항해하는 이 순간에 멈춰서 자유함을 느낄 수 있는 것. 그것이 이 안에서의 가장 큰 행복이었다.


마지막 액티비티 트로티바이크를 타지 않고 우리는 걸어서 내려와 봤는데

그때 우리를 잠식했던 건 무지하게 더웠던 '더위'였다. 생각보다 무지하게 더웠다.

이곳을 산책하며 느끼고 싶었던 낭만에 멈춰있기보다는

눈앞에 놓인 더위가 너무 강렬하여, 다시금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호되게 때리는 더위, 느끼고 싶진 않았지만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었던 축축함. 숙소까지 더 걸어가야 하지만 이미 풀려버린 다리 이런 것들이 다시금 내 몸과 마음을 뒤채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싶더라. 우리 인간은 이러한 잡념들로부터 자유할 수 없기에, 더더욱 그 반대의 것을 찾게 되고 소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앞전의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때의 피르스트가 더 꿈같고, 동화 속 한 장면으로 새겨졌는지도.


그린델발트를 떠나기 하루 전,

이곳 피르스트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며, 스위스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내 품 안에 가득 채워놓을 수 있었다. 여유롭게도, 또 마음으로서는 빡빡하게도 스위스를 즐겨보며,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낭만과, 스위스 사람들은 어쩜 이걸 이렇게 관광적 요소로 잘 활용해 냈을까 하는 현실적 감탄이 동시에 들어서 또 웃음이 절로 난다.

행복했던 스위스에서의 장면들이 꿈결에 지나간 것만 같다. 스쳐 지나가는 그 낭만의 한 자락이 그래도 현실에 이렇게 한순간씩 놓여서 가끔 꿈이 아니었구나 깨어나는 듯싶다.

행복했다. 낭만의 스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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