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를 여행하기로 했다면?
아마 바르샤바는 높은 확률로 다녀오게 될 것이다. 바르샤바 쇼팽 공항을 통해서 인아웃을 하게 될 수도 있고 혹은 자유여행자로서 다른 나라에서 넘어온다고 했을 때 교통의 요지인 바르샤바가 빠지긴 쉽지 않을 테니.
그런 데다가 조금만 살펴봐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들르는 폴란드 도시를 알 수 있는데
바로 크라쿠프,
크라쿠프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유럽에서 현존하는 중세 소금 광산 중 가장 오래된 곳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여행자들을 구미를 당기게 하는 원탑 장소이다. 그런 다음에는 오슈비엥침 수용소, 폴란드의 아픈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자 배움과 교육이 일어나야 하는 곳이다 보니 말할 것도 없다.
부모님께서도 처음 패키지로 유럽여행을 다녀오셨을 때, 폴란드를 딱 하루만 다녀오셨는데 바로 그 하루 만에 크라쿠프 지역을 방문하여 소금광산과 수용소를 찍고 찍고 다니셨다고 한다. 더군다나 크라쿠프 구시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니 막상 빼놓고 가기가 쉽지 않다. 이미 한번 다녀왔다면 모를까.
이러한 연유로 두 도시를 선택하게 됐다면 얼추 큼직한 동선이 나오게 되는데
중요한 건 바르샤바는 폴란드의 중부, 크라쿠프는 남부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폴란드의 땅 너비에서 두 도시는 꽤나 거리가 있다는 것. 여기서 다른 도시를 끼워놓는다고 할 때 동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이 이 말머리의 맹점이다.
단순히 대전에서 부산으로 넘어가는 거리는 아니니까.
본인은 폴란드만 자유여행으로 20일 가까이 체류했는데, 처음 항공권을 끊었을 때는 20일 정도면 충분히 원하는 곳을 다 둘러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폴란드 항공 LOT 직항을 끊으면서 바르샤바 IN, 바르샤바 OUT을 하게 됐고 그와 동시에 남부와 북부를 어떻게 돌 것인지, 어느 곳을 선택적으로 방문할 것인지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인아웃이 같으므로 동선상 결국엔 한 방향을 정해서 삥 돌아오는 게 맞는데, 폴란드는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땅덩어리가 컸고, 매력적인 도시가 많았고, 가고 싶은 곳이 많았고, 그만큼 각 도시에 더 오래 머물고 싶었기 때문에...! 그 고민은 쉽사리 풀리지 않았다.
거기에다가 나는 폴란드 그릇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취향에 맞게 브로츠와프를 다녀올 예정이었으므로 남부에 완전히 발목이 잡힌 셈이다. 거기에다가 오슈비엥침 수용소는 반드시 다녀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라라 이렇게 남부로 확정이 되나 생각했을 무렵
다시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봤다.
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가장 내 취향에 가까운 곳은 사실은 북쪽 극단에 있는 그단스크였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나를 폴란드로 이끌었던 도시, 그단스크
그렇다고 해서 그단스크를 위해서 가장 끝에서 끝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쉽게 엄두가 나진 않았다.
끊임없이 의문이 들었다. 그만큼 만족스러운 장소일까?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반나절이면 도시를 두세 바퀴는 거뜬히 돌 수 있을 정도로 도시가 좁고 골목도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말 뿐이었다. 이를 들으니 바르샤바에서 그단스크, 그리고 그단스크에서 다시 바르샤바 혹은 남부의 다른 지역을 이동하는 수고로움까지 더해야 할까 고민이 됐다.
하지만 효율성을 선택했더라면, 그냥 패키지여행에서 잘 짜인 스케줄을 소화해 내면 그만이었다. 효율적인 여행이 목적이 아닌, '내가 가고 싶은 곳, 선택한 곳'을 가는 것이 목적이었기에 나는 결국에 그단스크를 선택했다. 폴란드의 남부부터 북부까지 끝과 끝을 도는 여정을 선택한 것이다.
선택하고 나니 깔끔했다.
아무래도 가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가끔은 이렇게 헷갈리는 순간, 결정을 하고 났을 때 더 정확히 진짜 마음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선택한 나의 그단스크
구글링 한다면야 더 예쁜 사진이 많겠지만, 나로선 항상 내가 찍은 사진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사진을 찍었을 때의 그 설렜던, 감탄했던 마음이 다시 떠올라서 마치 여행하는 분위기를 낼 수 있어서일까.
항구도시의 면모를 뽐내는 그단스크.
발트해 접해있다 보니, 그단스크의 건물은 여러 나라의 건축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폴란드, 네덜란드, 독일 그리고 러시아의 건축물까지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괜히 항구도시가 아니었다.
생기 넘치는 이 도시의 매력을 사진으로는 절대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게 베네치아가 아기자기하고 살랑살랑한 청정 미스트를 향수처럼 칙칙 뿌려보는 그런 포카리 스웨트 느낌이었다면
그단스크는 시원하고 청량하게 스프라이트 샤워를 하는 기분이랄까!
바다를 보고선, 그리고 양옆으로 즐비하게 놓인 아름다운 건축물들과 푸르른 하늘을 보고선 그야말로 넋을 잃었다.
바르샤바에서 바로 그단스크로 넘어와 폴란드의 첫 여행지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여긴 넘버원. 나는 목표한 바를 다 이루었다.
그단스크는 내게 그런 보석 같은 곳이었다.
역시 폴란드, 거리의 악사들도 빠지지 않는다.
방문한 당일은 날씨가 맑고 쨍했으나
그다음 날은 날씨가 흐렸는데, 그런 흐린 날의 그단스크는 우아함과 웅장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얼핏 보아도 사진 속 구시가지에 반복되는 모습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호박 거리나 크레인 쪽 사진은 따로 첨부하지 않고, 메인 거리를 위주로만 올렸지만 확실히 광장이 크진 않다. 하지만 이곳을 왔다 갔다 하며 돌아다니는 것이 2박 3일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지루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았던 기억이 있다. 눈길이 닿는 곳 하나하나가 참 단정하고 아름다워서 시선을 그리 빨리 돌리지도 못했다.
당시 성모승천일 공휴일에 방문하였기 때문에, 그단스크의 마라톤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그리하여 사람들이 모두 나와 축제에 참여하는 분위기였음에도, 이곳에서는 번잡하거나 혼잡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평상시의 그단스크보단 사람이 많았지만 그게 이 도시를 즐기는데 어려움을 주진 않았다. 폴란드 특유의 분위기인 걸까? 편안하고 평온하다.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길,
구시가지 바깥에서 구시가지를 바라보는데 어쩜 그리 아련하던지.
해리포터가 호그와트를 떠나고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돌아가려는 그때, 다시 호그와트를 돌아보는 모습과 같지 않을까?라고 감상평을 말했다가, 엄마에게 머리를 콩 쥐어 박혔다.
그 흔한 브런치를 먹어도 음~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아름다움이 군데군데 묻어 나오는 도시
가장 부유했던 도시답게, 즐길 수 있는 쇼핑 리스트도 많았던 도시
그리고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단정한 아름다움을 완벽히 만끽할 수 있었던,
나만 혼자 알고 싶었으나 결국 자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도시
그단스크는 내게 그런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