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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ingliz Sep 26. 2023

돌고 돌아 드디어 만난 '스위스'

#1 스위스 도착 BEFORE & AFTER

첫 유럽여행을 계획했을 당시, 지인들은 서유럽을 다녀오는 거라면 꼭 스위스를 당일이라도 넣어서 가보라고 얘길 하곤 했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3개국을 다녀오는 일정을 얼추 생각하고 있었으니, 나 또한 그 사이에 끼어있는 스위스를 이참에 다녀오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이미 계획한 일정상 스위스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단 1박이었고, '장기 머묾'을 선호하는 나로선 아무리 스위스라고 하더라도 무리해서까지 굳이 1박을 다녀올 필요가 있나 했었다. 결국 스위스를 다녀오지 않았다.


'다음에 곧 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두 번째 유럽에서는 동유럽을, 세 번째 유럽에서는 오로지 폴란드만을 다녀오게 되면서 생각보다 여행에 있어서 '다음'은 잘 없고, '겸사겸사'는 더더욱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예상치 못하게 가지 못하게 되자 더더욱 스위스가 고파지는 그때에, 코로나까지 터지는 바람에 스위스를 마음 한편에 꽤 오래 담아 두고 있었던 듯싶다.

결혼하고 남편과 장기 여행을 계획하던 중,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이 바로 뉴욕과 '스위스' 였으니.


스위스를 다녀오겠다고 마음먹은 후에도, 다녀오기 직전까지도 50:50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50:50은커녕, 나는 스위스를 정말 가고 싶어 했던 사람이란 걸 그제야 정확히 알았다. 

자기 자신의 니즈를 정확히 안다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감사하게도 이번에 나는 그 니즈를 충족시키는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고. 


괜히 그랬던 것 같다. '너무 기대했다가 실망하면 어떡하지? 나도 모르게 국내에서 다녀왔던 다른 지역과 비교하게 되면 어떡하지?' 

그래서 일부러 스위스를 가기 전까지 큰 기대를 품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일주일 가량 먼저 다녀온 이탈리아가 이미 완벽했기에 더 이상 바라지 않아도 된다고까지 생각했던 것 같다. 이 말을 쓰고 보니 아무래도 아주 깊게 기대를 했나 보다.


와!

결론은 스위스는 역시 스위스였다.

자연경관 그 자체가 대표적 관광지인 스위스는 어느 곳이든 장관이었고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보다 눈으로 담아내는 것이 더 아름다웠고 강렬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기차 안에서 다들 넋을 놓고 기차 밖 풍경을 바라본다.

긴 여정에 지쳐있는 사람들도, 새로운 여정에 들뜬 사람들도,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휙휙 바뀌는 풍경이 사라질 새랴 카메라를 들고 영상을 찍는다.

그리고 캐리어를 끙끙 거리며 내려놓고 함께 발을 디디자마자 모두들 감탄한다.


기차역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경탄이 절로 나온다니.

지나가는 슈퍼마켓도, 쓰레기통도 그냥 흘릴 것 없이 

쏟아져 내리는 선내의 승객들을 생각할 틈도 없이 모두가 이걸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본다.


마을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는데도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주위의 어떤 상점이 열었느냐에 따라 내 눈앞의 풍경은 매번 달랐다. 그리 쉬이 익숙해지지 않았다. 

고대 로마의 웅장한 흔적과, 피렌체 아름다움의 끝인 두오모를 보고, 베네치아의 운하를 보고 온 후였지만 그와는 또 달랐다. 원래부터 존재해 왔던 것이 주는 위엄과 본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상이 단번에 나오질 않았다. 순간적인 경탄은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일렁이는 마음이나 생각은 안에서 조금씩 천천히 쌓이는 느낌이랄까? 그 안에서 충분히 머무르고, 경험하고, 사랑하는 이와 나눈 후에야 감상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많은 걸 하지 않아도 좋았다.  더 많은 것을 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해보고 싶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경험들이 물론 더 좋은 선택지였을지도 모르지만, 새로운 것, 더 강렬한 것에 갈급하지 않았다. 이미 지금 현재로도 충분했다. 정말 바라만 보아도 좋았고, 이 공간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스위스가 그만큼 특별했던 것도 있지만, 동시에 기대를 가득 안고서 방문하게 된 스위스이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스위스를 다녀왔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나만의 감상을 더욱 많이 남기고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각각의 좋은 때, 타이밍이라는 건 존재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지금부터는 기분 좋게, 행복하게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좋은 때일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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