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정책은 왜 늘'A양'에게만 돌아갈까?

by 꿈꾸는 정책기획자

[시민의 삶을 바꾸는 지자체 정책 설계 시리즈 1]

- 지자체 정책 수혜가 고착되는 구조


요즘 동네를 지나다니다 보면, 평소에는 잘 보지 못하던 이름과 얼굴의 현수막들이 눈에 띈다.
제9회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출마자들이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을 알리기 위해 내건 현수막들이다.


나는 지난 3년간 서울 모 지역의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행정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선거 때마다 쏟아지는 정책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국가 차원의 정책에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방정부의 정책들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정부 정책이 어떻게 설계되고, 누구에게 반복적으로 작동하는지를 중심으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한다.

먼저 독자 여러분께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여러분은 지방정부의 정책에 참여하거나, 실제로 혜택을 받아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나는 서울시 금천구에 살고 있다. 행정구조상 서울시와 금천구 정책의 수혜 대상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이렇다 할 서울시나 금천구 정책의 혜택을 받았다는 기억은 없다.
이 말은 서울시나 금천구를 비판하기 위함이 아니다. 분명 정책들은 존재하고, 예산도 집행된다. 다만 나는 그 과정에서 수혜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제가 ○○ 행사에 갔었는데요, A양은 거기도 있더라구요.”


청년위원 중 한 명이 들려준 이야기였다. 동네에서 알게 된 A라는 청년이 있는데, 이 A양은 구청에서 하는 거의 모든 청년 대상 행사와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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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지 않은가.
누군가는 어떤 정책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어떤 이는 지자체의 프로그램마다 등장한다. 같은 지역에 살고, 같은 제도의 대상자인데도 말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걸까.


이 현상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에 가깝다.


첫 번째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정책 정보는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가는 것이 아니라, ‘찾는 사람’에게 먼저 도착한다. 지방정부 정책이나 프로그램의 공지는 대부분 일부러 찾아야 볼 수 있는 구조에 가깝다.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지는 간판 정책을 제외하면, 관심을 갖고 탐색하지 않으면 알기 어렵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이미 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정한 문제의식이나 필요를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말하면, 당장의 불편이나 결핍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정책 정보에 접근하기 어렵고, 자연스럽게 수혜 대상에서 멀어질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중복 참여와 중복 수혜를 제한하는 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현금성 지원이나 교육 프로그램처럼 차수로 나뉘는 사업은 일정 부분 중복 참여가 걸러진다. 하지만 연 단위로 시행되는 많은 일회성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해마다 참여하더라도 실질적인 제한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정책의 본래 목적—새로운 대상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가 유지되고 있는지 점검하기 어려워진다. 정책이 반복될수록, 참여자 또한 고정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세 번째 이유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운영 구조의 고착화다.
지자체가 정책을 직접 실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특정 사업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기관에 예산을 배정해 위탁하는 방식으로 집행된다. 문제는 이 위탁을 맡는 기관들이 장기간 고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행정의 효율성과 연속성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이다. 하지만 운영기관이 바뀌지 않으면, 그 기관이 접촉하는 대상자와 네트워크 역시 고정되기 쉽다. 그 결과 정책의 수혜 구조 또한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고착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문제는 일부 시민의 적극성이나 무관심이 아니라,
정책의 결과가 다음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에 있다.


지방정부 정책은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모두에게 열려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정책의 숫자를 늘리는 것보다 정책이 어떻게 집행되고, 누구에게 반복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예산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결과를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 속에서 반복되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만 아는 정책이 아니라,
받는 사람만 받는 정책이 아니라,
지역에 사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필요한 이들이 실제 수혜자가 되는 정책.
그것이 지방정부 정책이 존재하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 아닐까.


이 문제는 더 공정한 심사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이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는 설계의 문제다.

지자체 정책이 시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도달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구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후보자들에게 요구해야 할 진정한 정책 설계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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