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책의 결과는 남지 않을까
(결과 누적과 성과 분석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
정책이 비슷한 것이 문제는 아니다.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매년 극적으로 달라질 동기는 크지 않다.
문제는 정책이 비슷하다는 데 있지 않다.
문제는, 그 정책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었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는 데 있다.
평가를 거치지 않은 정책은 개선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반복되는 정책은 주민에게 효능감을 주지 못한다.
정책이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정책이 무엇을 바꾸었는지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의미다.
개선이 없다면 정책은 반복될 뿐이고, 반복되는 정책은 주민에게 실제적인 효능감을 주기 어렵다.
정책의 시행이 곧 예산의 집행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정책평가는 대체로 만족도 조사 수준에 머무른다.
참여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평균 만족 점수가 몇 점인지가 주요 지표가 된다.
이 수치들은 행정적으로는 관리하기 쉽고, 보고서로 정리하기에도 편리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질문들이 빠져 있다.
그래서 이 정책으로 대상자의 삶은 무엇이 달라졌는가?
정책을 통해 실제로 개선된 점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만족도 점수만으로는 알기 어렵다.
물론 정책 대상자 한 명 한 명의 변화를 개별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행정의 현실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일부 대상자에 대해서는 심층 인터뷰를 요청할 수 있지 않을까.
정책 이후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어떤 부분이 여전히 불편한지,
정책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최소한의 기록은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성적 데이터가 쌓여야
같은 정책이라도 개선의 방향이 생기고,
성과가 없다면 중단이라는 판단도 가능해진다.
또 그 위에서 새로운 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현실에서는 정책 대상자의 수와 만족 점수로 계량화된 데이터만 남는다.
정성적 데이터가 부족하다 보니,
참여자가 많고 만족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은 다음 해에도 거의 같은 형태로 반복된다.
그 과정에서 정작 정책 대상이었던 주민들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숫자는 남지만, 이야기는 남지 않는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렇게 말하게 된다.
"분명 작년에 했던 정책인데…”
이 문제는 정책 평가의 방식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이 한계를 강화한다.
대부분의 정책은 지자체장의 공약이나
상위 시·도 단위 정책 집행이라는 형태로 시작된다.
이러한 탑다운 방식은 속도와 통일성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주민들의 실제 필요를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는 약점도 함께 가진다.
그 결과 정책 과정에서 시민은
‘정책의 수혜자’로는 존재하지만,
정책 설계 단계부터 함께 고민하는 주체로 자리 잡기 어렵다.
정책의 효능감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정책 설계 과정에 주민의 관점이 반영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조건에 가깝다.
그러나 이 글은 모든 정책을 그렇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모든 정책이 동일한 방식일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주민의 삶과 밀접하거나,
상징성이 크고 반복되는 정책만큼은
조금 다른 방식의 평가와 사후관리를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정책은 단지 계량화된 수치의 결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시행 이후의 변화,
그리고 그 변화가 다음 정책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까지 포함한
하나의 과정이고, 하나의 이야기다.
행정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관리 없는 정책이 반복되는 한
정책은 끝나자마자 사라질 수밖에 없다.
정책이 실패해서가 아니라,
기억하고 축적하는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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