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처럼 끝나는 정책, 내 세금은 어디로 갔을까?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개선되는 정책이 필요하다.

by 꿈꾸는 정책기획자

[시민의 삶을 바꾸는 지방정부 정책 설계 시리즈3]


지방정부는 해마다 새로운 정책을 발표한다.
청년지원, 소상공인 지원, 문화사업, 복지 확대.

이름은 조금씩 바뀌고, 포스터는 새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시민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이거 작년에도 하지 않았나?”

정책은 왜 끝나면 사라질까.


나는 이 질문이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우리 지자체 행정의 구조적 문제를 정확하게 짚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갖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정부24에서는 주민등록등본, 건축물대장, 각종 증명서를 손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그 시스템 안에는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된다.

어떤 서류가 가장 많이 발급되었는지,
어느 연령대가 많이 이용하는지,
특정 시기에 이용이 급증하는지.


이 데이터는 다시 시스템을 보완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사용 기록이 누적되고, 누적된 데이터가 개선을 만든다.


흥미로운 점은, 이 구조가 특별히 첨단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록하고, 분석하고, 반영한다는 지극히 단순한 원칙이 작동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질문해야 한다.


왜 지자체 정책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가?


예를 들어 지역축제를 생각해보자.

어느 지자체에서 매년 봄마다 지역축제를 연다고 가정해보자.

방문객 수는 몇 명이었는가

외지인 비율은 얼마나 되었는가

축제로 인해 지역 상권 매출은 얼마나 증가했는가

예산 대비 경제적 파급효과는 어떠했는가

주민 만족도는 어땠는가

개선 요구는 무엇이었는가

이 질문에 대해 체계적인 데이터가 누적되어 있을까?


현실에서는 대체로 방문객 수와 행사 사진, 언론 보도 정도가 남는다.
예산은 소진되고, 결과는 “성황리에 개최”라는 표현으로 정리된다.


그리고 다음 해, 유사한 예산과 유사한 형식으로 축제가 다시 열린다.


정책은 그렇게 반복된다.
그러나 개선은 축적되지 않는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지자체 정책의 상당수는 단년도 예산 구조 속에서 집행된다.


물론 일부 정책은 처음부터 다년도 사업으로 설계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수의 사업은 1년 단위 예산으로 편성되고,
연말이 되면 집행률이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된다.


이 구조에서는 무엇이 우선순위가 될까?

예산을 다 썼는가

사업을 계획대로 진행했는가

반면,

정책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가

다음 해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상대적으로 후순위가 되기 쉽다.

단년도 예산 구조에서는
“개선의 축적”보다 “집행의 완료”가 더 중요한 목표가 되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없으면 평가가 어렵다.
평가가 없으면 책임도 흐려진다.
책임이 흐려지면 개선은 동력을 잃는다.


결국 시민은 매년 비슷한 정책을 처음 보는 것처럼 경험하게 된다.
세금은 집행되지만, 정책은 진화하지 않는다.


정책 실행 과정의 모든 데이터—
양적 지표뿐 아니라 참여자의 경험과 불편, 만족도 같은 정성적 기록까지—
체계적으로 생성·누적·관리·분석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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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야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해진다.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가

무엇이 실패였는가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강화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가능할 때 정책은 비로소 “개선”된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 후보자들은
새롭고 획기적인 공약을 준비한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새로운 정책을 약속하는 것보다
기존 정책을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약속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정책은 창의성 경쟁이 아니라 개선 경쟁이어야 한다.
이벤트는 주목을 받지만, 개선은 삶을 바꾼다.


나는 화려한 답을 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다만 이 질문을 계속 붙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을 정책을 진지하게 대하는 첫 번째 태도라고 믿기 때문이다.


정책이 누적되지 않으면 행사가 되고,
누적되면 시스템이 된다.


정책은 이벤트가 아니라 축적이다.

그리고 축적이 있을 때에만, 변화는 현실이 된다.


그간 연재해온 「시민의 삶을 바꾸는 지방정부 정책 설계 시리즈」는
정책의 ‘새로움’이 아니라 ‘구조’를 이야기해왔습니다.

앞으로는 다시「AI가 바꿀 우리의 삶과 정책 상상」 시리즈로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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