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나 예쁘고 질 좋은 것들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이 뒤집혀서 매장이건 온라인이건 가리지 않고 구경을 했다. 구경을 하니 다 사고 싶었다. 캐나다에 돌아가면 무조건 쓸 것, 우리 동네에 없는 것, 우리 동네에서 4배나 비싸게 팔던 것, 안사면 무조건 후회하는 것 등등의 이유를 붙였다. 필요 없는 곳에는 돈을 잘 쓰지 않았던 나는 한을 풀러 온 사람처럼 플렉스를 해버렸다. 워낙 가격이 착해서 아무리 플렉스를 했어도 이 정도 가격이 나오면 안 될 것 같은데 한번 결제하고 나면 몇만 원이 훌쩍 넘어가버렸다. 그래도 캐나다에서 사면 몇 배는 더 비싼 것들이기 때문에 합리화가 됐다. 캐나다 오기 이틀 전 짐을 쌌다. 아이들 옷이나 다른 물건들도 많았지만, 다이소에서 산 것들을 제일 소중하게 쌌던 것 같다. 구석구석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택배상자에 처음 계획했던 이민가방 2개는 진작에 넘어섰고, 4개를 꽉 채운 후 무게제한에 간당간당하게 맞추고 나서야 짐 싸기가 끝났다.
"이것이 바로 풀소유구나."
언니는 나를 놀렸지만 나 역시 완전히 동의하는 바였다. 정신 차려보니 스스로도 어이가 없기도 하고, 상황이 기가 막혀 둘이 배꼽 잡고 한참을 웃어버렸다 하하하하
아등바등 캐나다로 가져온 다이소 물건들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소중한 다이소 물건들 중에서도 제일 소중했던 '다이소 말랑핏'. 한국 가기 전부터 유튜브에서 보고 꼭 사리라 다짐했던 냉동고 저장용기이다. 올해 초에 그동안 참고 참았던 냉동고 정리를 위해 브랜드 저장용기들을 사려고 했었다. 하지만 너무나 비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해외배송비까지 더하면 정말 비싼 가격이라 그냥 지내기로 했었는데 다이소에서 거의 같은 기능의 용기가 출시가 됐다는 소식에 오매불망 한국 갈 날만을 기다렸었다.
한국에 가자마자 다이소 매장에 가서도 사고, 온라인에서도 샀는데 매장은 하루이틀, 온라인은 1~2분 정도면 품절이 돼버려 사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매장도 여기저기 다녀보고, 온라인으로는 재입고 알림 신청을 해놓고 나서야 겨우 구입할 수 있었다.
다양한 크기에 색상은 카키/그레이 두 가지 색이었는데 나는 색상 따지지 않고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용량만 따져 구입했다.
시차적응에 비몽사몽이었지만 캐나다에 오자마자 냉동실 정리부터 했다.
아마존의 정글처럼 켜켜이 쌓여있는 봉지, 봉지들. 뭐 하나라도 찾으려면 수많은 것들을 헤치고 겨우 찾아내던 지난날이었다. 냉동고 저장용기가 꼭 필요했다.
어지럽다
이렇게나 지저분했다. 찾기도 힘들고, 모양이 일정하지 않으니 자기들끼리 쓰러지고, 겹치고.. 정리를 해봐도 딱 그때뿐이었다. 오랜 숙원이었던 냉동고 정리를 말랑핏 덕분에 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다이소!!
냉동고 정리를 위해 물건들을 전부 꺼냈다. 바닥에 마구마구 꺼내놓고 하나씩 말랑핏에 옮겨 담았다.
극히 일부분이다.
봉투들이 끊임없이 나왔다. 가장 안쪽에서는 화석이 되어있는 무언가 들이 쏟아져 나왔다. 못 먹을 것, 안 먹는 것들은 싹 버리고 봉지 안의 내용물들을 꺼내 말랑핏에 넣었다. 다 정리된 용기 겉면에는 이름을 적어 붙였다. 유튜브를 보니 다들 이렇게 하길래 따라 했는데 정말 좋은 아이디어다. 안이 적당히 보이는 용기이지만 개수가 많으니 일일이 확인하기에 불편함이 있는데 이름을 붙여놓으니 실수할 일 없이 바로바로 찾을 수 있다. 테이프는 집에서 늘 쓰는 약간 불투명한 스카치테이프를 썼고, 네임펜으로 적었다. 테이프를 그냥 붙였더니 뗄 때 너무 힘들어서 한쪽 끝을 살짝 접었다. 손쉽게 떼고 붙일 수 있어 편하다. 정리가 다 된 것들을 착착 쌓아 넣으니 공간이 이렇게나 남았다. 용기에 옮겨 넣기 곤란한 것들은 그냥 봉투째로 넣었다. 너무 개운하다. 이제 냉동고 열기가 무섭지 않다.
개운
3달 사용해 본 말랑핏저장용기의 장점.
1. 저렴하다.
2. 용량이 다양하다.
3. 밀폐력이 좋다. (물 넣고 뒤집어 봤는데 새지 않는다)
4. 재료가 쉽게 떨어진다.
5. 뚜껑이 유연하다. (살짝 과하게 담아도 뚜껑이 휘어지면서 닫힌다)
6. 적층이 가능하다.
7. 설거지 후 보관이 용이하다.(바닥면이 살짝 좁은 형태로 빈그릇끼리 겹쳐 보관할 수 있다. 용기는 용기끼리, 뚜껑은 뚜껑끼리 보관하고 있는데 공간이 절약되어 좋다)
8. 조건부 식기세척기 사용가능(열풍건조만 하지 않으면 사용가능하다고 하는데 좀 불안하여 손 설거지 하고 있다. 설거지가 부드럽게 잘 돼서 손설거지도 어렵지 않다)
아쉬운 점.
1. 뚜껑 열고 닫기가 빡빡하다.(이것 때문에 밀폐력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능)
강한 양념이 된 음식을 넣어본 적이 없어 색배임이나 냄새배임이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 외에는 지금까지 너무 잘 쓰고 있어서 특별한 단점은 아직 찾지 못했다. 상추나 깻잎등 씻어놓은 야채 보관할 때도 사용하고 있는데 2주 정도는 싱싱하게 유지가 됐다. 매우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