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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 Apr 29. 2020

독일,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되다.

4월 27일인 이번주 월요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안녕하세요.


브런치를 시작한 이후 매번 독일에서 코로나 관련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다시 새로운 소식이 있습니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되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바텐뷔템베르크 주를 비롯하여 독일의 모든 주에서 적용되게 되었습니다. 특히 공공교통 수단 및 가게에서 반드시 마스클 착용해야하는데요. 이를 어길 시에는 50유로부터 1000유로까지 (마스크 미착용자를 간과한 가게 주인) 벌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 돈으로 거의 6만원에서 12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건데요.


제 감상은, 초반의 마스크에 대한 그들의 시선을 알기에 "정말 세상이 뒤집혔구나"라는 느낌이 드네요.

독일에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 (불과 두달 전) 제가 전염을 막기 위해서 마스크 착용이 얼마나 이성적인 행동인가에 대해 설명했을 때 제 독일인 상사의 반응은.. 뜨뜨미지근했더랬습니다. 결론은 "음.. 좋을 수도 있지.. 근데 그렇게 효과가 확실한 것도 아니고.. 아시아에서는 괜찮아도.. 독일인들은 쓰기 싫어해.."였지요.

제가 그 당시 느꼈던 건 "아.. 여기는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이 이렇게 심하구나.." 였습니다. 뭐.. 흑사병 같은 과거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건가? (그건 아~~주 옛날인데요..) 뭐, 독일인들의 집단 심리에 대해 하나 배운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그러한 거부감이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여긴 뭐 이래? 이성적인 나라인 줄 알았는데 그냥 싫어하는 거에는 답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죠. 과연 정~~말 쓰기 싫어하는 나라에서는 어떻게 되려나? 하고 스스로도 궁금했습니다.


그렇기에.. 쓰지 않아도 된다고, 초반에는 아시아만의 특수성으로 설명하다가, 갑자기 의무화하는 건. 초반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여론 형성에 일조했던 이 곳 지식인들 및 언론인들에게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이유는 "감염을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이유보다는 의료물자 조달의 측면이었던 것으로 설명되고 있으니까요. 물론 의료진의 보호구 역시 가장 중요한 문제지만, 만약 그러한 이유로 일반 시민들에게 마스크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던 거라면,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알리고 물자 조달에 총력을 가하는게 맞는 거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재 정부는 조달 뿐 아니라 생산을 전적으로 서포트하고 있지요. 저도 최근 독일 주정부와 함께 한국에서 보호구를 조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적용된 첫날, 역 앞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배부하는 모습.


어제 출근길 중앙역에서 일회용 마스크를 나눠주는 가판대가 세워져 있더군요. 마스크 의무 착용이 적용되는 첫날이기에 이를 배려한 모습인 듯 보였습니다. 다시 한 번 저에게는 하루아침에 세상이 (독일이..) 개벽한 느낌을 주었지요. ㅎㅎ 생산적인 토론을 거친 이후가 아니면 바꾸는 게 너무 힘든 나라가 하루 아침에 이렇게 바뀌다니. 코로나가 무섭긴 한가 봅니다.


맘편하게 마스크를 쓰고 출근!

초반에는 마스크를 쓰면 인종 차별당한다는 뉴스가 많았고 독일 지인들 중에서 괜찮냐는 소리를 듣던 때도 있었지요. 현재는 마스크를 쓰고 맘 편하게 출근한답니다. 독일은 이제 햇볕이 강해져서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눈이 아프거든요. 이렇게 다니니 마치 투명인간이 된 느낌입니다.. ㅎ


독일 뉴스 ZEIT 대표 화면에 마스크 착용 정보가 있어요.

제가 매일 보는 독일 뉴스 ZEIT에서는 매일 이 화면이 떠 있습니다. 해석하자면


"코로나는 공기 중 기침, 재채기, 대화를 통해 공기 중에 전파됩니다. 이 물방울은 작은 입자가 되어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마스크는 직접 감염을 예방합니다"


와.. 다시 한 번 독일이 변했다는 걸 느끼네요. 역시 독일이 개벽했습니다.


이 곳도 감염자의 확산 속도는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단지, 이제 준비하고 있는 것은 다가 올 경제 위기 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회사에서 전체 회의가 열렸는데요. 주제는 이제 닥쳐 올 어려운 경제 상황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단축 근로 통계

옆에 하나의 통계가 보이실 텐데요. 이는 코로나 사태로 늘어난 단축근로 (Kurzarbeit, 쿠어쯔아르바이트)를 보여줍니다. 독일에는 Kurzarbeit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이는 단축근로 제도 입니다. 회사에서 지불하지 못하는 임금의 일정 부분을 국가에서 부담해주는 것으로서, 실업률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 사용됩니다. 국가는 회사가 지급하지 못하는 임금의 세후급여의 60-67%를 지원합니다. 예를 들면, 회사에서 어떤 직원에게 60%만 일을 시킬 경우, 국가에서 40%의 세후 급여의 60-67%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결국 일을 덜 하면서도 일하는 것보다는 많은 급여를 받는 것입니다.



2008년 경제 위기 직후 독일에서는 1.8 million (1,80만 명)의 단축근로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2020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 단축 근로를 하게 될 인력은 2.35 million (2,35 명)으로 예상됩니다. 경제적 충격이 2008년을 훨~씬 넘은 것이죠.


이 곳에서는 현재 위기가 1930년대 위기 이후 가장 큰 경제 위기라고 합니다. 더욱이 2008년에는 금융 시장에서 위기가 시작된 것과 달리, 너무나 근본적인 생산에서 위기가 왔기 때문에 향후 상황이 더욱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경제 상황이 예측안되는 상황이 있었나? 라고 저도 돌이켜 보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특히 성인이 되어서 느끼는 감정이 어렸을 적 뉴스와 부모님을 통해 느낀 IMF사태와는 또 다릅니다.


화창한 햇볕 아래 평화로운 도시 풍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점점 좋아져 가네요. 모든 비현실적인 상황에 더해 이 상황과는 상관 없는 듯한 날씨에 문득 "여긴 어디, 나는 누구..?"한 느낌이 듭니다.


참고로 저는 이제 독일에서 코로나가 확산되는 걱정은 별로 하지는 않습니다. 처음엔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하고 있는 것 같거든요. 이제 5월 초가 되면 많은 곳에 봉쇄 조치가 풀어지고 가게들도 열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도 작은 레스토랑들은 테이크 아웃으로 장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감염자 폭증 없이 스무스하게 상황이 나아져서 장사도 시작할 수 있고, 힘든 사람들도 적어질 수 있도록 기원하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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