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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Jul 12. 2022

변호사로서 전문성

우영우 변호사를 보고

 자가격리가 끝나고 내일이면 다시 출근을 한다. 지난 해외출장으로 경찰로 정년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을 바꾸게 된 이상 그렇다면 법조인으로서 내 미래는 무엇인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현실이 어떻게 보면 특권이지만 어떻게 보면 끊임없는 불안을 조성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생계유지를 위해 이 직업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묵묵히 직장생활을 할 수 밖에 없지만 공무원을 하고 있는 법조인 같은 경우는 굳이 공무원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직장생활에 강한 집착을 가질 필요가 없다. 경찰대 졸업생들이 로스쿨을 가는 대표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1회 밖에 보지 않았지만 형사사건을 해결하는 우영우 변호사를 보며 내 실무수습 시절을 돌이켜보았다. 실무수습 시절에 나를 위한 방은 없었고, 서류 검토만 했고, 진짜 나이들어 보이는 선배변호사로부터 너는 진짜 나이 들어보인다라는 이야기나 들었고, 감사원으로 이직한다고 대표변호사한테 말씀드렸더니 앞으로는 배신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훗날 고위공직까지 역임하셨던 그 대표변호사의 싸늘한 한마디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다. 

 

 형사 전문변호사의 정의가 무엇일까?. 모호한 의미의 단어다. 경찰, 검찰 출신들이 형사 전문변호사라고 불리는데 수사, 그에 따른 기소를 겪어봤기 때문에 형사 전문변호사라고 하기에는 뭔가 전문이라는 칭호를 붙이기가 어색하다. 형사사건은 정말 종류도 많은데 그 많은 사건을 다 프로처럼 해결할 수 있다는 건가? 차라리 횡령 배임 전문변호사 이렇게 말하는게 더 느낌이 확 다가오는 것 같다. 자본시장법이 얽힌 금융사건 전문변호사라고 하면 일단 형사 전문변호사보다 더 전문적인 느낌이 난다. 실제로 그 사건을 많이 처리해봤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경찰청 내에서 보고서를 쓰고, 보고를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고, 의전을 챙기고. 윗사람의 의중을 파악하고 하는 과정에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까? 쌓을 수 있다고 하면 어떤 전문성을 쌓을 수 있을까? 일을 하는 내용보다 어떻게 보이는지가 더 중요한 상황 하에서 전문성을 쌓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그게 싫어서, 두려워서 일선에서 수사를 하면 어떤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프로같아지려면 어디서 어떤 경험을 쌓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번 격리기간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이 묻고 했지만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조직생활을 시작했을 때, 아빠가 조직에 무조건 충성하지 말라고 하셨다. 조직은 언제까지나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고. 언젠가는 잔인하게 나를 내칠 수 있는 곳이 조직이기 때문에 가족과 건강을 희생해가면서까지 조직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과장 때문에 내가 코로나에 걸리고, 그로 인해 내 아들이 코로나에 걸렸을 가능성이 0이 아니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과장이 연락 한번 없는 것을 보고, 아빠가 해 주신 말씀이 다시 생각 났다. 


 일선에서 온갖 형사사건을 처리한다고 형사전문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어떤 식으로 전문성을 쌓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 자격증, 영어, 학위??? 변호사 자격증 갖고 있는데, 다른 자격증은 굳이 필요없으며, 영어 잘하는 사람은 진짜 엄청 많고, 박사학위 소지자도 너무 많아서 전문가로 인정받기 어렵다. 도대체 뭐를 해야하는지? 우영우 변호사처럼 변호사로서 첫 발을 내딛는 변호사들이 치열하게 고민할 문제를 이제 경력 7년차 법조인인 내가 하고 있다. 과연 답을 찾을 수 있을지???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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