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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Nov 12. 2022

2023년은 어디서 보낼 것인가?

일선 현장부서 or 정책부서

 거의 대부분의 본청 사람들은 연말 쯤 내년에 어느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근평이 100% 짬으로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부서에 누가 승진해서 나갈 것인가? 또는 승진에 실패해서 이동을 할 것인가?를 계산을 해야 한다. 이러한 승진 구조는 일을 많이 한 사람과 일을 잘 한 사람이 승진을 하지 않고, 그냥 자리에 오래 앉아있는 사람이 승진을 한다는 점에서 매우 비합리적이다. 실제로 객관적으로 저 자리에서 저 일을 하면 승진을 시켜주면 안되는 사람인데도 단순히 짬을 벼슬로 생각하며 앉아있는 사람들이 있다. 21세기에 당연히 바껴야 하는 조직문화이지만 꽤나 오래 전부터 이런 식으로 승진을 해왔기 때문에 바꾸기 어렵다고 한다. 

(감사원도 짬 순으로 승진을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승진을 앞둔 사람에게 일을 제일 많이 준다. 감사주관자라고 해서 자기 감사도 해야할 뿐 아니라 과원들이 해 온 감사도 이해한 후, 감사종합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 일이 만만하지 않다. 그렇지만 승진을 위해서 1년에 2~3번 정도 감사주관자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경찰은 감사원보다도 승진이 더 후진적이다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경찰청장님이 지적해주신 대로 승진을 하려면 일선 현장 부서가 아니라 본청이든 지방청이든 들어와야 한다는 것이다. 본청과 지방청은 현장 부서가 아니라 정책 부서다.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게끔 지원을 하고, 예산을 따고, 인력을 보강하는 일을 수행하는 곳이 본청과 지방청이다. 현장부서와 정책부서, 두 부서의 일 중 난이도가 높은 부서가 어디냐?, 보다 고된 곳이 어디냐?라는 말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각기 고충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진도 50:50으로 되어야 하는데, 압도적으로 본청이나 지방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승진을 많이 하고 있다. 이 틀을 바꾸지 않으면 현장에서 민원을 해결해주는 일선 경찰관들이 승진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은 현장대로 적체가 매우 심하다. 


 다행히도 이태원 참사 관련해서 현장 경찰관들에게 초기에 쏟아진 비난의 화살은 그 강도가 잦아들고 있지만, 지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지휘부에 대한 비판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보고체계의 문제로 인해 지휘체계가 발동하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된 지휘가 나오기가 힘든 구조다. 지휘부들의 112, 지구대 경험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따져봐야 하는데,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정책부서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사람들이 지휘부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실효성있는 지휘가 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검사는 평생 수사만 하면서 기본기를 키우기 때문에 부장, 차장, 검사장이 되어도 수사지휘를 할 수 있지만 경찰은 워낙 처리하는 일도 많고, 본청과 일선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검찰처럼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휘가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본청에서도 아직 짬이 안되어 승진 시험을 공부하려면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은 필요해보이고, 현장부서를 가자니 현장부서도 적체가 더 심해 앞을 내다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나마 현장부서는 실제 수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재미도 있고, 사건을 해결하는 점에서 뿌듯함을 가질 수 있지만 이태원 참사 사건 같은 비극이 터지면 아직까지는 후진적인 구조 상, 현장에서 실제로 일을 한 사람들이 다치게 되어있어 쉽사리 선택하기가 어렵다. 


 이태원 참사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경찰은 만능이 아니다. 너무 분야가 많기 때문에 그 분야를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지휘부에 있기도 하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복무하지만 높은 자리는 적어서 승진하기가 매우 어렵다. 승진도 전문성을 인정 받아 하는게 아니라 짬순으로 한다. 그래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승진을 위한 자리에 찾아가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렇게 되다보면 현장 전문성이 떨어지게 된다. 


 현장 전문성을 쌓으려고 수사부서에 갈 것이냐? 아니면 정책부서에 남을 것이냐?.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조직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병폐와 연결되어 있고, 앞으로도 그 해결이 요원해보이는 만큼 선택을 해야만 하는 시점이다. 어떤 선택이 현명한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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