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가 용산경찰서 경제팀에서 근무 중이기 때문에 용산경찰서 소식을 종종 듣는다. 요즘 정말 핫한 곳이 용산경찰서이다. 경찰관들 사이에 기피해야 하는 곳이 존재하는데, 용산경찰서가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다. 원래도 용산경찰서는 사람들이 근무하기 싫은 곳이었는데, 이태원 사건, 청와대 이전으로 인해 그 아성은 당분간 무너지기 어렵지 않을까한다.
용산경찰서는 건물 자체가 많이 낡았다. 빨리 재건축을 해야할텐데,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용산경찰서를 부수면 다시 지을때까지 대체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 대체지 확보가 쉽지 않다고 들었다. 내가 근무했던 광진경찰서는 새 건물이어서 낡은 경찰서에 근무하는 고충을 나는 잘 모르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당직 설 때, 혼자 돌아다녀야 되는데 그 자체가 무서우면 일하기 너무 힘들 것 같다. 쥐가 나온다는 소문도 들었는데, 사실은 아니겠지?
용산에는 잘 사는 사람들, 연예인들이 많기 때문에 접수되는 사건도 많고, 사건의 난이도도 어렵다. 경제팀 같은 경우, 배임 사건이 접수되면 일단 기본 3개월은 수사해야 되기 때문에 사건이 쉽게 빠지질 않는다. 사이버팀 같은 경우, 연예인이나 기획사가 악성 댓글로 고소를 하면 정말 수백명, 수천명의 피의자들을 조사해야 할 수도 있어서 사건이 빠지질 않는다. 형사팀은 외국인 거주가 많은 용산 특성 상, 마약 범죄도 많기 때문에 조사해야할 사건이 많다. 그리고 경비팀은 용산에 있는 대통령실 때문에, 그리고 맨날 출퇴근을 하는 현 상황 때문에 계속 경비, 경호 중이다. 최악의 조건을 다 갖춘 용산경찰서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수사과나 형사과에서 많은 경찰관들이 전출 신청을 했다고 들었다. 많은 경찰관들이 본인의 일이 힘들지만 그래도 동료를 생각해서, 내가 맡고 있는 일을 생각해서 현재 위치에 남지만 용산경찰서 같은 경우는 매우 특별하기 때문에 동료들은 전출 신청을 한 경찰관들을 쉽게 욕하지 못한다. 현재 상황을 해결해야 할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한, 두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워 보이니 용산경찰서에서 근무 중인 사람을 가족으로 둔 나도 답답하다.
확실한 사실은 작금의 용산경찰서는 직원들의 선의, 책임감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의 현실 상 용산경찰서 직원들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거나 승진을 보장해주기 어렵다. 한 달에 300건을 처리하나, 30건을 처리하나 동일한 월급을 받고, 승진은 일의 양이나 난이도가 기준이 아니라 짬이 기준이다. 용산경찰서 직원들도 이를 알지만 용산경찰서 직원이기 때문에 그냥 일하는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묵묵히 일하는 이들 때문에 우리 사회의 치안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고소, 고발건 처리 속도가 느리다, 경찰관들 수사의 질은 떨어진다고 욕해도 묵묵히 자신이 맡은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경찰관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제 기능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아마도 용산경찰서장님은 올 한해를 잘 버티면 경무관으로 승진하시겠지?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실제 현장에서 기록을 만들고, 댓글 조사를 위해 수많은 전화를 돌리고, 새벽부터 경비 근무를 짜는 그 경찰관들이 내년에도 보람을 느끼면서 용산경찰서를 지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