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출장
이번 주에 싱가폴에 있는 인터폴 글로벌 혁신단지에 다녀왔다. 인터폴은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두고 있고, 전 세계에 지역 거점 단지를 두고 있는데 아시아 지역에 싱가폴 글로벌 혁신단지를 설치해 두고 있다. 이번 출장의 목적은 아동성착취물 데이터베이스 활용 교육을 받는 것이었다. 아동성착취물 수사를 해본 적은 없지만 나중에 본청 생활을 그만두고 여청 수사팀 생활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녀오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아동성착취물을 보는게 두려웠다.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영상인데, 들어보니 처음에는 꿈에도 나타날 정도로 인상에 깊게 남는 영상이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데이터베이스에서 본 아동성착취물은 예상보다 더 끔찍했다. 정말 어려보이는 아이들에게 본인들 성기를 핧게 만든다든가, 아이들에게 스스로 성기를 만지게하고 그걸 바라보면서 웃고 있는 사람들, 아이들과 성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사진과 영상은 정말 충격이었다. 아들을 두고 있는 부모로서 남자 아이들이 피해자인 영상은 더 괴로웠다. 성관념이라는게 어릴 때 생겨나는 것이라 한다면 부모가 아이들을 성착취 도구로 사용했을 때, 나중에 그 아이들은 어떤 성관념을 갖게 될 것인지? 아마 높은 확률로 성범죄자가 되지 않을까?
전세계 수사관들은 인터폴이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본인들이 확보한 영상을 올리고, 도움을 구하고, 그 도움을 받아 피해자와 가해자를 특정해서 수사를 하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이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수사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그 한계 또한 직시하고 있다. 아무리 가해자를 특정하고 잡아 쳐 넣어도 그 영상은 삭제되지 않고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피해자들이 개인정보를 바꿔도 어떻게 알고 바뀐 개인정보를 버젓이 인터넷에 올려 유통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선 수사관들한테 들어보면 불법 성영상 피해자들은 하루 종일 불안해하면서 수사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상황을 체크한다고 한다. 심지어는 자살하고 싶다고 연락하는 피해자들도 있다고 한다. 한번 찍힌 영상은 인터넷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는다. 주범을 잡아도 없어지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홍보가 꽤 많이 되었음에도 아직도 본인의 벗은 몸 사진을 아무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송하는 경우가 진짜 많다.
다크웹에 영상과 사진을 올리면 안 잡히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경찰 수사력이 훌륭하기에, 그리고 적어도 아동성착취 범죄에 대해서는 전 세계 수사기관들이 최우선순위를 두고 공조하기에 안잡히는 경우는 없다.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어도. 하지만 피해자가 되지 않기위해 노력하는게 최선의 예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