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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Mar 28. 2023

너무 힘든 국제공조

 권도형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혹시나 경찰 기관 간 공조를 통한 검거인지 궁금했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위조여권을 통해 출국하려고 했기 때문에 사법당국의 눈에 발각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경찰과 해외 경찰이 공동 검거작전을 펼쳐 피의자를 송환하기는 매우 매우 어렵다. 많은 경우 적색수배를 신청하고 기다린다. 권도형 같이 무효화된 여권, 위조된 여권을 갖고 출국하다가 잡히기를 말이다. 


 국제공조, 인터폴 공조, International cooperation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멋있어 보인다.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FBI 같은 기관과 소통하면서, 현지에서 공동작전을 펼쳐 해외에 나가있는 피의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한국에 데리고 들어와 정의를 구현하는 모습은 국제공조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경찰이 원하는 모습이다. 나도 올해 처음 국가공조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을 때 그런 나의 모습을 상상했지만 실제 현실은 이상과 한참 멀었다. 


 외국이 개입되어 있는 수사를 하려면 일단 번역을 해야한다. 일선 수사관이 파파고를 돌리면서 번역까지 할 수는 없으므로 본청, 지방청 근무자들이 번역을 한다. 이 번역이 상당히 노가다다. 또 고상한 단어를 번역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 담기 싫은 말들을 번역해야 하기 때문에 감정도 심하게 소모된다. 이렇게 번역을 해서 해외 인터폴에 보내면 해당국 경찰이 수사를 해서 우리가 요청한 내용을 밝혀주기를 기다린다. 한없이~~~


 인터폴을 경유하지 않고 해당 국가 경찰과 직접 연락을 한다해도 한국경찰은 그 나라에서 경찰력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해외경찰이 강제수사를 할 때, 그 과정을 참관하기도 어렵다. 이래서 범죄를 저지르면 도망가는게 최선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할 때는 중범죄인데, 해당 국가에서는 중범죄가 아닌 경우 더더욱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표현의 자유가 강조되는 나라에서는 불법 몰카물 조차도 아동 성착취물이 아니면 죄가 되지 않아 해당국 경찰에 의한 수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죄가 됨이 명백함에도 외국 경찰의 협조를 얻을 수가 없어 체포 및 송환을 진행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사법권이 외국에도 미칠 수 있도록, 우리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근거로 해당 국가에서 영장을 집행할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논문도 읽은적이 있는데, 너무 이상과 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주권 침해가 명확한데, 어느 국가가 나서서 이를 용인해 줄 것인가? 


 결국 국제공조를 통해서 성과를 내려면 읍소해야 한다. "이 사건이 우리한테 매우 중요한 사건이니까 협조 부탁한다", "다음에 너네가 요청하면 우리도 잘 해줄게"라는 말부터 물질적인 지원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나쁜 놈을 잡아 피해 구제를 하는 일에 읍소가 필요하다면 만번이라도 할 수 있지만 그렇다해도 성과가 나올지 안나올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나쁜 놈이 외국에 나가기 전에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금액이 크고, 의심이 되면 일단 출국정지를 해 놓아야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 피혐의자의 인권침해를 따지기에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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