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승진 인사는 크게 근속승진, 시험승진, 심사승진으로 나뉜다. 경감까지는 오래 근무하면 승진할 수 있지만 경정부터는 근속승진이 없어 시험과 심사만으로 승진을 해야 한다.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승진인사는 참 어려운 것 같다.
1) 근속승진
몇 년을 해당 계급에서 근무하면 자동적으로 승진을 시켜주는 제도이다. 많은 사람들이 근속 기간을 채우면 경감으로도 승진을 시켜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근속 대상자들 중에 40% 정도만 평가를 거쳐 근속 승진을 시켜주기 때문에 그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순경으로 들어와서 경위로 퇴직하는 분들이 많은 현실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오래 근무했다고 승진을 시켜주는게 맞는지는 의문이다. 오래 근무를 한 것이랑 열심히 근무한 것이랑은 100%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2) 심사승진
심사승진은 근평을 근거로 인사권자가 승진대상자를 가리는 시스템이다. 근평이 유일한 근거가 아닌 이유는 출신, 성별 등을 고려해서 승진 대상자를 가리기 때문이다. 특정 연도에는 여자가 더 유리할 수도 있고, 경찰대학 출신이 유리할 수도 있는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일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인은 짬이다. 공무원 근평은 짬으로 그 순위가 매겨지는 경우가 많다.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자리에서 열심히 일 한 사람이 승진을 못할 수도 있다. 저기 한적한 부서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짬이 오래된 누군가가 있다면 그에게 밀릴 수 있다.
실제로 비일비재한 일이기도 한데, 한해 두해 그런 경험이 쌓이게 되면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일하는 사람과 승진하는 사람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너보다 더 오래 공무원 생활을 했고, 나이도 찼고, 젊은 시절에는 중요한 일을 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그건 과거의 일일 뿐이다.
3) 시험승진
직장에서 시험을 봐서 그 성적으로 승진을 시켜주는 곳은 잘은 모르지만 많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진짜 시험만 잘보면 승진을 했기 때문에 많은 경찰들이 근무는 소홀히하고 책만 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시험성적 60%와 근평 40%가 들어가기 때문에 아무리 시험을 잘봐도 근평 점수가 모자라면 승진을 할 수가 없다. 짬으로는 밀리지만 열심히 일했던 자들에게 승진을 하라고 기회를 주는 제도인데 짬이 일정정도 차야만 시험을 볼 수 있는 이상한 현실로 변질되었다.
또한 시험의 당락을 가르는 주관식 시험문제 중 50%는 "거짓말 탐지기의 증거능력에 대해서 논하시오", "공소시효에 대해서 논하시오" 같은 단문형 시험 문제, 6, 70년대 사법시험 같은 형태로 출제되어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닌, 단순 암기형 시험 문제가 출제되고 있는 현실이다.
경찰승진 시스템은 앞서 말한대로 너무 꼬여있어 그 어떤 인사가 와도 풀 수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없음을 알고 있는 나도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이냐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다.
현실을 쉽게 바꿀 수는 없으니까 마음가짐을 바꾸는게 답인 것 같다. 인간인지라 나이가 벼슬이니 내가 승진하는게 당연하다는 사람들을 만나면 열받지만 잠깐 열받았다가도 그렇게 안 늙기 위해 내 하루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그렇게 노력하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승진이 중요하긴 하지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어떻게 하면 조직에만 매달리지 않고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삶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