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며칠간 장염때문에 고생을 했다. 한 밤 중에 응급실에서 수액도 맞았다. 요새 장염 바이러스가 도는지 응급실에 어린이 장염 환자들이 많았다. 대기가 꽤나 길었고, 그 때문에 나도 밤을 꼴딱 새웠다. 학창시절에도 밤 늦게까지 공부하면 후유증이 꽤나 컸었는데, 나이가 드니 그 피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계장님한테 말씀드리고 돌봄휴가를 사용했다.
애기의 상태는 뚜렷이 나아지지 않아 이틀을 더 휴가를 써야만 했다. 와이프가 승진 시험 공부를 하고 있어서 집에서 애를 볼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출근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일반 직장생활은 해본적이 없어서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고 짧은 로펌 생활을 돌이켜보면 여자 변호사님들도 출산휴가 3개월만 쓰고 복귀하는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출산휴가 3개월, 육아휴직 1년 이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남자인 나도 9개월 정도 육아휴직을 쓰면서 애기를 돌볼 수 있었다. 꼰대 상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람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분위기, 애 때문에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공무원의 최대 장점이 아닌가 한다. 세종시의 출산율이 높은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다.
아버지, 장인어른, 직장 상사를 보면 결국 남는건 가족 밖에 없는 것 같다. 직장에서 맺어진 인간관계는 직장생활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그 끈이 끊어지게 되고, 친구들도 어쩌다 모임에서만 만나는 것 같다. 말년에 인간관계는 가족관계로 귀결되는데 가족하고 추억을 많이 쌓지 않거나, 그 관계가 나쁘다면 은퇴하고 너무 외로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애와 연결되는 사정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애를 위주로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이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곳은 그냥 떠나면 그만이기에...
다음달에는 애를 경찰청 어린이집에 입소시킬 예정이다.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해야하다보니, 또 적응기간이 1주일 정도 예정되어 있다. 어린이집에서 1시간 정도만 있다가 집에 와야하기에 1주일 정도는 또 와이프랑 나랑 휴가를 나눠서 써야할 것 같다.
주위 변호사 친구들에 비하면 한참 돈도 많이 못벌고, 전문성을 쌓지는 못하고 있지만 애가 한참 어릴 때는 공직만큼 좋은 곳도 없는 것 같다. 대신에 돈도 못버는데 가족이랑 관계도 안 좋으면 그건 진짜 최악이니 곧 나의 곁을 떠나갈 애를 위해서, 지금 이 시간의 행복을 위해서 노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