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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인재 Dec 23. 2022

순경 출신 경무관 승진 비율 조정

넌 무슨 출신이니?

 이 정권의 주요 경찰정책 공약 중 하나는 순경출신의 고위직 승진 비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숫자로만 보면 순경 출신이 경찰조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나 고위직에는 오히려 경찰대학 출신이 많다보니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그 이전에 선행되어야 할 절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순경 출신이 조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건 경찰 조직의 특수성 때문이다. 일선 치안을 책임져야 하는 경찰은 지구대 파출소에 대다수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다. 경찰 조직 내에서 제일 중요한 조직이 지구대 파출소이지만 여기서 근무하는 사람들을 빠르게 승진시켜 경찰 조직의 의사결정자로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보는 관점과 본청 등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보는 관점은 다르다. 어느 관점이 더 소중하고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중요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들은 본청이나 서울청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조금 더 넓게 보며 각종 사항들을 고려하며 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 결정이 일선에도 영향을 미치기에 상당히 신중해야 하는 자리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실무자일때 현장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고, 중간관리자로서 보고서도 작성해 봐야하고, 다시 현장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충분히 고민해 본 "준비"일 것이다. 


 경무관은 의사결정을 해야만 하는 자리다. 실무자일때 나무도 충분히 봐왔고, 지휘자로서 숲을 보는 훈련도 충분히 겪은 사람이 앉아야만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순경 출신들은 숲을 보는 훈련을 많이 받지 못했다. 경찰대학이나 고시 출신들이 나무를 살피는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인위적으로 당장 순경 출신을 총경, 경무관으로 승진시키기 전에 일선에서 충분히 경험을 쌓은 그들을 정책부서로 불러들여 정책적 판단 근거가 되는 보고서 작성을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순경 출신들이 아직은 본청에서 많이 근무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본청으로 불러 들이고, 경찰대학이나 고시 출신을 일선으로 보내서 나무를 보는 훈련을 더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일선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은 정책부서로 오지 않으려고 하고, 본청에서 근무한 분들은 민원인을 상대하기 싫다며 계속 본청에만 남아 있으려고 한다. 검사들은 법무부나 대검에 갔다가 다시 일선 검찰청으로 가고, 감사원도 감사부서와 비감사부서인 정책부서를 교대로 거치면서 훈련을 받는데, 경찰은 그런 점이 미흡한 것 같다. 


 입직경로가 다양하지만 고위직에는 한 출신이 독점하고 있는 것은 비단 경찰 뿐만이 아니다. 감사원 또한 행시, 변시, 일반 감사공무원 출신이 있지만 고위직은 행시 출신이 독점하고 있으며, 다른 정부부처도 7, 9급 출신이 있지만 고위직은 거의 다 행시출신이 독점하고 있다. 경찰만 타겟이 되어 비판받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이왕 고위직의 출신 다양성을 시도하고 있는 만큼 젊고 열정있는 순경출신들과 경찰대학 출신들의 순환보직을 적절히 설계하여 좀더 건실한 조직이 되었으면 한다. 


 순경 출신 경무관이 조직에서 20%나 돼요, 그러니 우리는 건강한 조직이에요 또는 건강한 조직을 만드는데 우리 정권이 힘을 보탰어요, 그러니 칭찬해주세요라고 말하기 전에 좀더 근본적인 고민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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