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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삶과 아이의 삶

강남은 아니지만 그래도 교육열이  높은 학군지에 살고 있다. 여기에 살며 느낀 것은, 대체로 부모들의 학업 성취도나 삶의 양상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들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했고 괜찮은 대학을 나왔으며 대기업 혹은 전문직을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었고, 워킹맘도 있고 전업맘도 있지만 각자의 살아온 삶의 궤적은 대체로 유사했다.


2023년 지금 시점에서 대한민국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는 것은, 그리고 ‘잘 키우려고’ 노력하는 축에 속한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그리고 안정된 삶을 선호하는 성격적인 특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어떤 경로로든 중년에 안정된 삶을 누리고 있는 부모들의 지능이나 성격, 습관 등은 그래도 평균보다는 우수할 것이다. 지능, 성격이 어느 정도는 유전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이를 낳아보니 진짜 아주 사소한 것도 유전인 경우가 많아 꽤 놀랐다), 이런 부모들의 아이들도 내가 아이였던 시절의 평균치와 비교해보았을 때 좀더 우수한 지능, 성격, 습관의 평균치를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그래서 이렇게 더 우수한 집단들 안에서 또 경쟁을 해야하는 것이 지금의 아이들의 숙명인 것이 문제이다. 나 때는 학원도 한번 다니지 않고 한글은 초등학교 가서 배우고, 영어는 중 1때부터 배웠는데, 지금 아이들은 유치원 때 다 한글도 떼고 영어 유치원도 다니고 수학도 선행하고 있다. 나는 우리 아이가 부모를 닮아 나와 유사한 지능, 성격, 습관을 가질 수 있으리라 믿고 어린 시절의 나처럼 공부하면 지금 나와 유사한 수준의 삶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약에 지금 이 새로운 모집단에서의 내가 평균치 혹은 그 밑이라면? 우리 아이도 평균 혹은 그 이하로 자라게 될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란 모름지기 진화를 원하는 동물이어서인지, 나의 다음 세대는 우리 세대보다는 더 낫기를 바라는 마음? 혹은 더 나을 수밖에 없는 숙명? 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하여 나의 아이는 자동으로 30년 전의 나보다는 더 나은 지능과 능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다른 부모들도 같은 생각으로 선행과 수많은 교육을 시키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힘들어 하는 아이들도 있고, 잘 따라오는 아이도 있을테고. 여러 시험을 해본 결과 나의 아이는 선행이 맞지 않는 아이이고, 생일도 늦어 학교 교육도 이 아이에게는 이미 선행이었다. 그리고 나의 아이는 slow learner인 것 같고, street smart보다는 book smart에 속하는 것 같다. 스스로 연구해서 방법을 찾아내기보다는 어딘가에서 배우면 그 배움을 숙달하는 것은 잘하는 스타일이다. 어쩔 수 없이 느리게 가야하는 나의 아이가 이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되는 무한 경쟁에서 마음 다치지 않고 잘 살아나갈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이미 안정된 삶과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룬 부모들 사이에서만 태어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나의 아이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아이를 키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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