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밥 May 25. 2023

 똥차 가면 벤츠 온다

좋은 애 옆에 좋은 애


"엄마 나 이번에 만난 친구들 정말 잘 만난 거 같아."

중학생 딸아이는 사춘기여도 엄마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는 촉새 같은 딸이다. 한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는다. 말하지 않으면 먹거나 노래하거 나다.

매일 누구랑 무슨 얘길 했고, 무슨 행동을 했으며 학원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안타까워하는 마음까지도 나와 공유한다.


자신의 어설프고 허당끼 있는 행동에 비웃기보다 아직 애기 같다며 귀여운 동생 돌보듯 대해준다는 친구들 얘기를 매일같이 쫑알거린다. 행복한 조잘거림이다. 이런 대화거리라면 아무리 내가 피곤하고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더라도 참고 들어주게 된다.

"엄마, 나 이번에 만난 친구들 정말 잘 만난 거 같아."

14살에서 15살이 되면 그 간격에도 철이란 게 드는 모양인지 아이들을 진짜 잘 만난 것인지 친구들을 비웃음 거리로 모는 아이가 지금은 없다고 했다. 딸도 따돌림당하던 시간에서 벗어나 자신을 더 사랑하고 아끼는 시간이 누구보다 몇 만배 쌓이길 바랐는데 바람대로 단단해지는 모습이 보인다.

새 친구들에게 자기가 당했던 경험을 힘겹게 꺼냈을 때 어떻게 그걸 견뎠냐, 힘들었겠다며 안아주었다고 했을 때 너무 감사해서 속으로 세상 모든 신들의 이름을 불렀다.


'나 학교 끝났어'라고 전화가 걸려 올 때 조금이라도 목소리가 쳐져 있거나 힘이 없으면 대뜸 묻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나는 아직도 그 일에서 헤어 나오지 않고 늘 문제의 친구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딸은 새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나보다 더 잘 살고 있었다.

"엄마, 똥차 지나가면 벤츠 온다잖아. 나 지금 벤츠 탄 거야. 걔네들이 똥차지."라고 말할 때 흔들림 없는 눈동자를 보고 안심했다. 감사합니다. 딸이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벤츠도 과속하면 사고 날 수 있다는 말이 입에서 맴도는 이 부정적인 엄마는 딸 때문에 또 하나 배워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꿈에서도 생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