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밥 Aug 16. 2024

분풀이하듯 쓰지 않기

책, <은유의 글쓰기상담소>

7월부터 <은유의 글쓰기상담소>를 읽고 있는 중이다.

작가를 좋아하는데 그의 문체는 어딘가 나를 닮아있어서다. 전업주부일 때, 글쓰기로 밥벌이를 시작했을 때, 노동, 젠더갈등, 난민등의 사회적 갈등을 풀어내는 글을 쓰는 작가 덕분에 알지 못했던 현상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데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은유의 글쓰기상담소> 책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 올라갔던 말 그대로 글쓰기 상담에 관한 클립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년 전쯤인 걸로 기억하는데 읽는데만 그치기보다 쓰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서 설거지나 빨래 개며 듣던 오디오 클립이었다.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듣던걸 책으로 다시 읽으니 내가 아는 독서, 글쓰기 관련 대백과사전의 책이 아닌가 싶다.


스스로 '나는 아마추어 작가'라는 이미지를 품고 지냈다. 마음에 품은 것만큼 블로그, 브런치에 글을 계속 썼느냐? 아니다. 언제부턴가 힘이 들어가고 잘만 쓰던 내 이야기가 분풀이로 느껴졌다.


가령 브런치에 엄마와의 갈등을 소재로 글 하나를 쓰면 최소 10개의 라이킷을 받는다. 잘 읽었다와 공감한다 둘 중 하나일 거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더 나아가려면 꾸준한 글 발행을 해야 하는데 쓰고 싶을 때 쓰고 쓰지 않는 날이 쌓이다 결국 방치하고 만다.


<은유의 글쓰기상담소> 후반부에

'나만의 스타일과 문체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판단이 들어간 단어, 이분법적이고 단정적인 말, 감정이 드러나는 말, 옳은 말, 당위적 표현은 자제하자. 생활의 언어와 일상의 사례를 중심으로, 사람을 살게 하는 방향으로 쓰자.
p240

내 글엔 감정이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 깊이 고민하지 않고 당장 일어난 일에 대한 내 감정을 서둘러 꺼낸 게 티가 난 모양이다. 인정한다.

작가는 이런 말도 했다.


글에다가 거친 감정을 그대로 쏟아내진 않아요. 그건 분풀이지, 글쓰기가 아니니까요.

한때 가깝게 지내던 글이웃은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내 글을 읽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요. 솔직하고 생활의 이야기를 날것으로 쓴 글이 마음에 들어요'라고 했다.

그 말을 스스로 희망고문하며 숱한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아 후회된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글도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읽다 보면 나를 휘감는 문장들로 마음이 들썩거릴 때가 많다.

아직 나는 아마추어 작가 기질이 있는 게 아닐까 또 다른 희망고문을 품어도 되는 걸까.

매거진의 이전글 주제를 알아야 주제를 쓰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