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이 섬에 혼자 덩그러니 살아갈 생각에 지옥불에 떨어진 것 같았는데 굳건히 섬을 지키는 산양들이 있었다. 딸들이 독립하면서 평생 넘치게 살았던 살림을 다 처분하고 에어프라이어, 노트북, 전기난로를 들고 왔다. 섬이니 더울 땐 그늘을 찾던 물에 들어가 있던 더위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추위는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다.
에어프라이어는 혁명이다. 사실 도심에 살 땐 싱크대 위를 자리차지하는 애물단지여서 창고신세였다. 빵도 굽고 산양에서 짜낸 산양유로 커피를 만들어 먹을 생각이다. 그리고 음식 데우는 데 사용하기 안성맞춤이다. 애초에 대용량을 사지 않은 건 이제야 신의 한 수다.
노트북은 또 어떤가. 무료할 수 있는 섬생활에서 블로그랑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쓰려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매일 본 것, 들린 것, 느낀 것을 모조리 글자로 옮겨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