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틴 브랜드 최초의 온천 리조트, ‘Westin Yilan(宜蘭)'
웨스틴 브랜드 최초의 온천 리조트, 로컬 소롱포 맛집, 세련된 바캉스 분위기의 카페, Tripadvisor 이란 지역 레스토랑 1위, 카발란 위스키 증류소, 수제 맥주 공장... "Yilan(宜蘭)으로의 주말 여행 시작!"
타이페이 피플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말 여행지, ‘이란(宜蘭)’. 대만에서 가장 긴 터널인 ‘설산터널(雪山隧道)’을 지나 한 시간이 채 안되게 달리다 보면 창밖으로 보이는 연둣빛의 논밭이 오늘의 목적지, ‘이란’에 도착했음을 싱그럽게 알려준다.
우리네 시골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소박한 풍경이지만 이 곳은 WORLD-CLASS 위스키, ‘카발란(KAVALAN)’이 만들어지는 본고장이자 질 좋은 온천수가 퐁퐁 솟아나는 신비로운 땅이다. 그리고 2017년, 그 특별함을 알아본 웨스틴 그룹이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브랜드 최초의 ‘온천 리조트’, ‘웨스틴 이란(Westin Yilan Resort)’을 오픈한 곳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는 이란 지역의 몇 안되는 5성급 인터내셔널 브랜드인 이 곳에서 짐을 풀 계획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호텔 체크인 전 이란 시내에 들려 아침으로 로컬들에게 유명한 ‘소롱포(小籠包)’를 먹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正好鮮肉小籠包’라는 이 허름한 가게의 이름은 직역하자면 ‘정말 신선한 고기의 소롱포’. 소롱포의 원조는 대만이 아니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매우 얇은 피’의 소롱포는 대만의 ‘딘타이펑’이 원조가 맞으며, 대만 전역에서는 이 얇은 피 스타일의 소롱포 가게를 흔히 볼 수 있다. (예상외로 로컬들이 ‘아침 식사’로 즐겨 먹는 메뉴이기도 하다.)
노상의 목욕탕 의자에 앉아 먹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소롱포는 듣던 대로 꿀맛! 젓가락으로 뜨거운 소롱포를 살짝 터뜨려 진한 육즙이 중국식 수저에 흘러나오게 한 후, 생강을 얹고 식초와 간장을 뿌려 먹는 것이 정석이다. 딘타이펑의 소롱포가 한화 8천 원이 훌쩍 넘는다면, 이곳 ‘正好鮮肉小籠包’의 소롱포는 10개에 한화 3천 원 가량으로 반값이 채 안 되는 아름다운 가격. 소롱포와 궁합이 잘맞는 매콤 시큼한 산라탕(酸辣湯)까지 곁들이며 이란에서의 아침을 맛있게 열었다.
체크인 시간까지 아직 여유가 있어 들른 ‘Daily Blossom Cafe & More’는 이란에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다. 말그대로 논밭 한가운데 위치한 이 카페는 타이페이와 견주어도 밀리지 않을 세련된 인테리어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간만에 먹었던 소스 듬뿍 올려진 핫도그와 정성스레 내려준 핸드드립 커피는 그저 거들뿐, 천장에서 살랑이며 돌아가는 실링팬과 창밖으로 보이는 푸르른 논밭 뷰가 완벽하게 어우러져 휴가지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었던 매력적인 장소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Daily Blossom Cafe & More’를 비롯한 대부분의 요식업장과 메이저 호텔들은 이란현(県)의 유명한 온천 마을 ‘자오시(礁溪)’에 위치하고 있지만, 웨스틴 이란은 전략적으로 이 피 튀기는 경쟁지역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원산(員山)’에 터를 잡았다. 원산은 자오시만큼 관광지로 유명하진 않지만 대신 WORLD-CLASS 대만 위스키, ‘카발란(KAVALAN)’의 본고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렇게 잠시 달려 웨스틴 이란에 도착. 리조트 규모는 저번 편에 소개했던 ‘웨스틴 따쉬’보다는 훨씬 작아 보이며 건물 외벽의 연주황색은 흡사 미국 아울렛(!)이 떠오르는 이국적인 색상이다. 뾰족한 지붕의 로비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서니 마치 작은 마을처럼 낮은 건물들이 한 동 한 동 늘어서 있다.
나름 가장 꼭대기 층인 3층에 위치한 객실에 들어서자 시원하게 높은 천장고가 우리를 반겨준다. 따뜻한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아늑한 조명이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맨질맨질 깨끗하게 관리된 나무 바닥과 모서리 없는 둥근 테이블도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기가 있는 우리 가족에게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가장 좋았던 객실 내부의 온천 시설. 젠 스타일로 깔끔하게 지어진 온천풀은 꽤나 널찍해서 한창 물놀이를 좋아하는 아기와 함께 놀기도, 나 홀로 와인 한 잔 하면서 여유를 만끽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공간이다.
호텔 1층에 위치한 공용 온천 시설도 훌륭하다. 원산 지역 온천수는 ‘Yilan River’에서 흘러나오는데, 웨스틴 이란 주변에 두 개의 온천샘(Hot spring well)이 존재한다고 한다. ‘세련된 타이페이 여행법’ 세 번째 이야기에 소개했던 단수이 ‘Yun Estate’ 호텔의 미끌미끌한 온천수와는 달리 웨스틴 이란의 온천수는 ‘무색무취’인 것이 특징이라 몸을 담그면서도 ‘효과가 있을까?’ 싶었으나, 이 종류의 온천수는 피부 미용에 탁월한 효능이 있어 “Beauty Springs”라는 귀여운 애칭도 갖고 있다는 사실!
온천물로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다시 자오시로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오늘 고른 곳은 ‘트립어드바이져(Tripadvisor)’에서 선정한 이란에서 평점이 가장 좋은 레스토랑 ‘MIHAN JIAOXI’로, 'Wellspring by Silks’ 호텔에 위치한 곳이다. 타이페이 호텔 중 레스토랑으로 원탑인 ‘리젠트 타이페이’에서 만든 호텔인 만큼 음식의 퀄리티는 어느정도 보장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MIHAN JIAOXI’에서는 고기, 야채 등을 무제한으로 오더 할 수 있는 “ALL YOU CAN EAT” 형식의 스키야키를 즐길 수 있다. 고기 퀄리티도 좋으며 야채도 로컬에서 나는 유기농만을 사용하는 ‘좀 더 고급스러운’ 무제한 오더 형식이랄까. 계란 노른자에 고기를 콕 찍어먹는 달달한 스키야키도 맛있지만 신선하고 다양한 샐러드바, 그리고 후식으로 나오는 (역시 무제한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도 먹는 재미를 더한다. 호텔에서 즐기는 이렇게 잘 구성된 한 끼가 한화 약 3만원대라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예약은 필수)
덧붙여 이란에서 로컬들에게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을 꼽자면 (이 또한 ‘리젠트 타이페이’에서 운영하는) ’Silks Place Yilan’ 호텔의 'Red Lantern’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대만 최고의 베이징덕이라 칭하는 이 레스토랑의 헤드 셰프는 원래 ‘리젠트 타이페이’ 중식당의 셰프였는데, 불같은 성격 때문에 동료 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 이란으로 좌천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베이징 덕을 재해석해 만든 숟가락에 올린 윤기 좔좔 흐르는 일명 ‘오리 초밥’이 대박을 친 후 그의 이름값은 이전의 몇 배로 뛰었다는 사실. 순수하게 이 베이징 덕을 먹을 목적으로 이란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음날 아침, 이란에 왔다면 꼭 들려야 하는 ‘카발란 위스키 증류소(Kavalan Distillery)’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란의 옛 이름이기도 한 이 ‘카발란’은 위스키 불모지 대만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몸값을 올리고 있는 브랜드이다. 2010년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위스키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영국과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를 압도적 점수 차로 누르며 1위를 차지해 세계 위스키 시장에 첫 존재감을 드러냈고, ‘World’s Best 싱글 몰트 위스키’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위스키 Awards를 여러번 석권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카발란의 위스키는 본고장인 이 곳, 이란의 증류소에서 생산된다. 숙성 기간이 길어야 좋은 위스키라는 오랜 기존 관념을 깨고, 덥고 습해 생산시 증발양이 많은 대만의 아열대 기후를 ‘역으로’ 이용한 단기간의 압축적 숙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며 전문가들은 ‘마치 꿀처럼 목 넘김이 부드러워 마시기 좋다’ 혹은 ’열대 과일의 향기가 난다'라고 평하며 박수를 보낸다. 이 곳 증류소에서는 위스키가 만들어지는 과정 견학은 물론, 무료로 시음을 해볼 수도 있어 매우 만족스럽게 투어를 마칠 수 있다.(웃음)
한국에서도 슬슬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는 카발란의 위스키는 지난해 국내 판매량이 71%나 상승했다고 한다. 다만 가격은 현지가와 꽤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대만 면세점에서 구입하는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위스키에 큰 뜻이 없는 여행자들에게는 웨스틴 이란 근처의 ‘Jim & Dad’s Brewing Company’를 추천한다. 아담한 규모이지만 패션후르츠 같은 대만 로컬 재료가 가미된 북미 스타일의 맥주를 푸르른 자연을 보며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웨스틴 이란으로 돌아와 체크 아웃을 하고 1박 2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꽉 찼던 주말 여행을 마무리했다. 웨스틴 브랜드 최초의 온천 리조트에서 편하게 즐겼던 질 좋은 온천수, 합리적인 가격의 미식 세계, WORLD-CLASS 위스키 ‘카발란’이 만들어지는 증류소 구경과 시음까지, 내가 사는 타이페이에서 고작 한 시간 거리지만 또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이란이다. 여행자들의 경우 타이페이에서 이란까지 버스로는 45분, 기차를 이용할 경우 65-80분 정도 걸리며, 시내에서는 택시로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으니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