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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eamLabs Dec 24. 2023

일의 경계를 넘어서야

직무 재창조 : 잡크래프팅(job crafting)


이제 올 한 해가 저물어 간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그동안 일을 대하던 마음가짐과 태도는 어땠는지 떠올려 본다. 과연 난 잡크래프팅을 잘하고 있을까?




홍대리는 디지털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회사 전체의 디지털역량을 강화"하는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로 발탁되었다. 하지만 회사의 “디지털 역량”이라는 의미가 모호할뿐더러 프로젝트의 성공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이 왜 이 프로젝트에 포함됐는지 불만이다.

홍대리는 디지털 분야에 있어서 관련 전문성만큼은 회사에서 자신이 최고라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인 관계, 업무 협력,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사내 홍보 등.. 필요한 영역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또 이번 프로젝트가 자신의 커리어에도 의미가 있는지 아직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회사는 홍대리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권한을 부여할지 갈팡질팡이다.

하지만, 홍대리는 이왕 하는 것이니 프로젝트의 성공과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최선을 다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부터 프로젝트가 예전과 달리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로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적극 제안했고, 모호한 역할들은 더 명확하게 정리했다. 또 유관부서에 필요한 협력도 더 적극적으로 요청해 나갔다. 홍대리만의 전문성은 프로젝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구성원들은 홍대리를 중심으로 좋은 결과들을 만들어 나갔다.

1년 후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홍대리는 회사로부터 인정과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자신의 커리어 개발에 기여점도 컸고, 연말 승진 심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동료보다 더 빠른 승진 기회를 잡았다.


홍대리가 프로젝트에서 보인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의 일을 재창조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초반엔 자신이 왜 프로젝트에 참가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예전 업무경험만으로는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 할 때 스스로 일을 재창조하고, 직무를 개선해 나가는 창의적인 과정잡크래프팅(job crafting)이라고 한다.


잡크래프팅은 과업(tassk), 관계(relation), 인지(cognitive) 크래프팅으로 나뉜다. 홍대리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업무경험을 넘어 사려는 결심을 세웠고 프로젝트에서 실행으로 옮겼다.


잡크래프팅 행동은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SDT)이 관여한다. SDT이론에 의하면 개인이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욕구가 관여한다. 첫째, 다른 사람들과 친근감을 느끼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는 관계(relatedness)에 대한 욕구이다. 둘째, 어떤 활동을 수행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autonomy) 욕구이다. 셋째, 기대하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역량감(competence)이다(Deci & Ryan, 1985). 업무환경에서도 기본욕구 충족은 중요하다. 홍대리의 경우에도 프로젝트에서 이 세 가지 욕구를 충족시켜 가면서 일에 대한 생각이나 행동, 대인관계 활동을 확장해 나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잡크래프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자신의 재량권이나 과제의 복잡성, 회사에서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 회사에 대한 공동체 인식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자신의 일을 통해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를 창조하려는 욕구가 관여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역으로 자신의 일에서 긍정적인 자아형성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있다면, 그 상황을 고치기 위해 동기부여 되고 그들의 직무를 구성하는 과제나 인간관계를 변경하려 노력하게 된다. 직무 재창조 활동이 용이하다면 자신의 일과 회사에 더 큰 만족을 느끼며 그 결과 자신의 일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직무 재창조 활동의 원인과 결과 프로세스





인지 크래프팅


인지 크래프팅은 스스로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는 것을 뜻한다. 다시 말해 일에 대한 의미를 다르게 부여하고 생각을 바꾸는 능력이다. 만약, 내가 성곽을 쌓고 있는 석공이라면 지금의 내 일을 무엇이라 생각하겠는가? 단순히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일당을 받는 일꾼이라 여길 수 있는 반면 1,000년의 세월을 인내할 멋진 성을 쌓는데 내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우리의 행동은 생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내가 일을 대하는 마인드셋에 따라 일에 대한 품질이나 성과도 달라지게 된다.


과업 크래프팅


직원들은 직무기술서에 기재된 직무(R&R)보다 더 적거나 혹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홍대리는 맡은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본인의 업무범위를 넘어서야 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일의 범위를 확장하고 넓히는 것! 여기까지는 내일이니깐.. 저 영역은 내 일이 아니니깐... 등 이런저런 제한사항을 우선시한다면 일이 잘 될 수가 없다. 내 일에 주도성이나 오너쉽이 강할 때 직무확장도 가능하고 대가가 될 수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넘벼드는 습관의 힘! 장인들의 특징 중 하나이다.



관계 크래프팅

관계크래프팅은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인관계 영역의 변화는 누구와 함께 일할 것인지? 얼마나 자주 만날지? 얼마나 많이 관계할 것인지 등 일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사람들의 관계 영역을 확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조직에서 직무를 하며 만나는 고객 및 상사, 동료와의 관계 및 상호작용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직장에서 비슷한 관심과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려고 하거나, 마케팅 담당자가 자신을 더 잘 이해해주고 도움을 주는 영업 담당자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이다.



잡크레프팅이 중요하지만, 나만의 의지와 행동만으로는 어려울 수 있다. 그중에 하나가 시간의 여유다. 아래 그림은 시간이 부족에 따른 잡크래프팅이 창의적 성과에 미치는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결과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을 때는 긍정적인 효과(실선)가 생기지만, 부족한 시간 내에서는 단기적으로(inverted "U" curve) 급상승하던 성과가 정점을 지나 급격히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점선). 창의적인 성과를 위해서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함을 시사한다.


잡크래프팅은 충분한 시간이 제공되어야 성과로 연결된다




Starship이 착륙 중 폭발하고 있다(Space-X)


잡크래프팅은 자신의 일의 경계를 넘어 개선할 것을 과감히 개선하고, 필요한 것을 재창조해 나가는 과정이다. 대가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잡크래프팅 역량이 뛰어나다. Space-X의 일론머스크는 반복되는 발사연습을 통해 추진체 회수에 성공했고 우주 민간인 여행시대를 열었다.


누구나 일을 하다 장애물을 만난다. 그때마다 Why, How, Who…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일이 잘 되도록 개선시켜 나가야겠다. 내년도 자기계발 영역으로 잡크래프팅역량으로 잡고 강화해야겠다.



진단하기

Slemp &  Vella-Brodrick (2013)

아래의 진단문항을 통해 잡크래프팅 정도를 진단해 보자.

1=전혀 그렇지 않다, 2=그렇지 않다, 3=보통이다, 4=그렇다, 5=매우 그렇다

나는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 새로운 과업 수행 방식을 시도한다.
나는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주어진 과업 범위와 방식을 변화시킨다.
나는 내 능력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거나, 내가 관심을 갖는 새로운 과업을 담당한다.
나는 나에게 주어지지 않은 추가적인 과업도 기꺼이 담당한다.
나는 일터에서 고객 및 상사, 동료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나는 업무와 관련된 친목 모임을 주관하거나, 적극 참여한다.
나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새롭게 입사한 후배직원의 멘토가 되어 준다.
나는 내 삶에서 나의 직업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나의 업무가 우리 회사의 성공을 위해 중요하다고 나 자신에게 상기시킨다.
나는 나의 업무가 내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내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나의 직업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성찰한다.



Reference


Deci, E. L., & Ryan, R. M. (1985). The general causality orientations scale: Self-determination in personality.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19(2), 109-134.


Slemp, G. R., & Vella-Brodrick, D. A. (2013). The job crafting questionnaire:  A new scale to measure the extent to which employees engage in  job crafting. International Journal of Wellbeing, 3(2), 126-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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