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부조화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비전과 목표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리고 수업 종반에 자신 인생의 리더로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들을 이미지로 찾아 PPT에 붙여 비전보드를 만들어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줬다. 학생들이 자신의 비전보드에 붙인 이미지들은 참으로 다양했다. AI 엔지니어, 영화감독, 콘텐츠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 사모펀드 운용, 여행가, 국가 간의 사회교류를 촉진하는 역할자, 법률인 등..
호주의 TV 프로듀서 론다 번은 [시크릿]에서 끌어당김의 법칙(Law of Attraction)이라는 우주적(?)인 법칙으로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지만, 다소 추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이다. 어찌 되었든 핵심은 간절한 생각이 있을 때 그것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과학적인 이유를 찾는다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간절하면 이루어지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우리의 생각이나 인식은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태도에 따라 행동이 결정된다. 이것을 계획된 행동이론(Ajzen, 1991)이라고 한다. 끌어당김의 법칙도 자신의 꿈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더 많은 생각의 시간을 확보하고 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마치 준비된 우연(Marshall goldsmith)과 같이 결과가 우연히 생긴 것 같지만 그 안에는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이치이다. 모두 가능성을 높이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결과다.
하지만 미래에 내가 꼭 이루고 싶은 모습이나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해 비전보드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로를 갖는다. 예를 들어서 만약 내가 미국차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경품으로 미국산 스포츠카를 받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스포츠카를 직접 경험해 보면서 "미국차도 나쁘지 않네" 하고 생각하거나 좋은 생각으로 바뀔 수 있다. 이 경우처럼 행동과 태도가 일치하지 않거나 행동이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효과 라고 한다. 태도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인 상황과 역순의 상황으로 부조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인지 부조화처럼 행동과 태도 사이의 불일치를 지각하게 되면 우리는 일관적이지 않음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부조화를 감소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이유가 생긴다. 왜냐하면 사람은 부조화 상태가 낮을 때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비전보드라는 것은 자신의 미래 모습, 미래의 행동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비전보드에 자신이 정한 구체적인 이미지(되고 싶은 나)를 꼭 이뤄내기 위해서 태도를 변화시켜야 할 동기가 형성된다. 이것은 타인에 의한 것이 아닌 자발적인 내재동기(intrinsic motivation)에 해당하여 장기적이고 더 강력하다. 그래서 현재의 나와 미래 내가 원하는 나에 대한 차이를 인식하고 그 차이만큼의 부조화를 느끼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지적 부조화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고, 부조화를 감소시키려는 강한 동기를 갖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스스로 내적 통제감(locus of control)을 강하게 형성해 상황을 통제하는 내재론자가 자신의 비전보드에 붙인 이미지를 성취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비전을 자신뿐만이 아닌 주변인에게 알리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들이 했던 것처럼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할 것이라는 전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전보드를 만드는 것은 미래의 내 모습을 구체적으로 형상화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강력하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하지만 더 정확히는 "미래는 구체적으로 꿈꾸고 지금의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자의 것"이다.
인지 부조화의 개념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현재의 나를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
Reference :
Ajzen, I. (1991). The theory of planned behavior.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on Processess, 50(2), 179-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