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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대없는 소리 말고, 그냥 책으로 해!

변화 감수성(change sensitivity)

by 윤덕수

“아빠, 학교 친구들은 다 스마트폰으로 영어 공부하고 앱으로 숙제도 해요. 저도 태블릿으로 공부하면 안 될까요?”

“무슨 소리야, 공부는 책으로 하는 거지! 쓸데없는 거 보지 말고 그냥 책으로 해!”

“아니, 아빠, 이렇게 하면 오히려 더 재미있고 집중도 잘 돼서 친구들은 성적도 올랐대요”

“네 친구들이 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꼭 좋은 건 아니야!”


일상적인 아빠와 아들의 대화입니다. 어떤가요? 무엇인가 막혀서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변화감수성이 낮으면 이런 대화가 오고 가게 됩니다.




변화감수성, 꼭 갖추어야 할 생존 본능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중 하나는 조직을 이끄는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으로 구성원들을 안내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리더가 정한 방향이 늘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 성공했던 전략이 오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어제 옳았던 결정이 오늘도 옳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변화감수성(change sensitivity)이 중요해지고 있지요.


변화감수성은 주변 환경이나 상황의 변화를 예민하게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신속하게 적응하는 능력과 태도를 의미합니다. 변화감수성이 높은 사람은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빠르게 감지하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실질적인 행동으로 연결합니다. 하지만 변화감수성이 부족한 사람은 변화에 둔감하거나 변화를 인식하더라도 기존 방식을 고집하여 결국 변화의 물결에 밀려나고 맙니다.


변화감수성의 필요성은 진화론의 시선에서 더 분명하게 보입니다. 다윈은 강하거나 지능이 높은 종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종이 살아남습니다. 환경의 변화를 빠르게 포착하고 유연하게 적응한 종만이 생존할 수 있었지요. 반면 변화에 둔감하거나 기존 방식을 고수한 종은 결국 멸종의 운명을 맞았습니다. 이는 조직과 리더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화감수성을 갖추지 못한 리더는 결국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 경쟁력을 잃게 마련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동물의 세계에서도 변화감수성이 뛰어난 리더가 오랜 기간 무리를 이끌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침팬지 사회를 보면, 무리의 알파 수컷이 오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힘이나 공격성보다 변화를 읽고 대응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지요. 환경 변화로 먹이가 줄어들거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을 때, 변화를 빨리 감지하고 무리를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거나 갈등을 해소하는 유연한 대처 능력이 뛰어난 알파 수컷이 결국 오래 살아남습니다. 반대로 힘과 공격성만을 내세워 변화에 둔감했던 알파 수컷들은 대부분 무리에서 배척당하거나, 도태되어 그 지위를 잃게 됩니다.


사람들도 변화감수성이 높은 리더 곁에 더 많이 모입니다. 변화감수성이 뛰어난 리더는 조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새로운 상황을 빠르게 이해하며, 시대가 원하는 변화와 혁신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타인에게만 변화를 강요하는 리더는 구성원들의 반감과 저항을 불러일으켜 결국에는 지지와 신뢰를 철회하고 분열과 갈등을 겪게 됩니다. 결국 조직 문화는 경직되고, 혁신과 창의성을 점점 잃게 되지요.



변화감수성을 높이는 방법


변화감수성은 다행히 훈련과 습관을 통해 충분히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꾸준한 관찰 습관입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관심분야의 트렌드를 접하면서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인지하는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반복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면 심리적 유연성이 커지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듭니다.


세 번째는 경청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판단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면 변화 수용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작은 변화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출근길을 바꾸거나, 새로운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시작하는 등 작은 변화를 실천하다 보면 변화에 대한 저항이 점점 사라지게 됩니다.


만약, 아빠와 아들의 대화에서 아빠가 변화 감수성이 높았다면 아들의 눈 높이에 맞는 대화를 했을 것이다.

다시 부자간의 대화를 각색하였습니다. 어떤가요?^^




“아빠, 학교 친구들은 다 스마트폰으로 영어 공부하고 앱으로 숙제도 해요. 저도 태블릿으로 공부하면 안 될까요?”

“그래? 아빠한테 보여줘볼래? 아빠도 궁금한데?”

“여기요! 이 앱으로 공부하면 공부하면서 영어로 채팅도 할 수 있어요. 친구들이 하는거 봤는데,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그러네. 영어도 언어라서 듣고 말하고 소통하는 것이 참 중요할 것 같아. 재밌겠는데, 앱 깔고 무료버전 찾아서 먼저 경험해볼래?”



변화감수성 진단하기


변화인식(perception)

주변 사람들이 하는 작은 말이나 행동에서 조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새로운 흐름이나 트렌드를 접하면 금세 눈에 띈다.

일상에서 기존과 다른 점이 있으면 쉽게 알아챈다.


변화 수용(Acceptance)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보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려는 편이다.

변화는 나를 성장시키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갑작스러운 변화에도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는 편이다.


변화 적응(Adaptability)

변화를 맞이하면 그에 맞는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낸다계획이 틀어지더라도 상황에 맞춰 전략을 바꿀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편이다.


감정조절(Emotion Regulation)

변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도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변화가 두렵더라도 행동으로 옮기는 편이다.


변화 지향성(Proactivity)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변화에 대비해 미리 준비한다. 현재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방법을 찾는다. 변화가 없을 때에도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고 느낀다.



Reference


Judge, T. A., Thoresen, C. J., Pucik, V., & Welbourne, T. M. (1999). Managerial coping with organizational change: A dispositional perspective.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4(1), 10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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