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계약(Psychological contract)
유럽계 M사에 다니는 L차장
L차장은 7년 전에 경력직으로 M사 마케팅 부서에 팀원으로 입사했다. 그의 커리어는 15년 가까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팀원이다. 하지만 그의 성실한 태도는 주위 사람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팀장 직위에 대한 욕심이 있을 법한 연차임에도 그는 팀원으로서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평소 회사에 대한 그의 마음은 행동으로 뚝뚝 묻어난다. 본인이 승진에 관심이 없을 뿐 회사는 승진과 기회에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M사에서 장기 근무를 하고 싶어 한다.
L차장은 마케팅 분야에서 박사과정 학업까지 수료했다. 그러나 회사에서 제공하는 직무 관련 소소한 교육도 늘 고맙게 여긴다. 이런 그의 인품을 회사는 높이 인정한다. 업무성과도 양호하여 계획한 목표를 잘 이뤄낸다. 입사 7년이 지나도록 일관된 행동을 보이는 L차장에게 회사는 고마운 마음에 뭐라도(?) 더 해 주고 싶어 (비공식적으로) 얘기해 봐도 회사에 요구사항은 없다고 한다.
L차장과 회사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상호 기대치에 대한 균형이 잘 맞춰진 상태에서 좋은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 회사는 직원들이 모두 L차장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심리적 계약
계약은 일반적으로 둘 또는 그 이상의 당사자가 어떤 형태의 약정이나 책임을 확인 가능한 이면약속으로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계약, 아파트 계약, 자동차 계약 등...
계약을 통해 당사자는 서로 교환관계에 놓이게 된다. 회사의 경우 급여, 휴가, 근로시간 등 직원과 주고받음이 분명한 거래적 계약이 있는가 하면, 교환 당사자들 간의 의무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수 없어 당사자들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교환하는 관계적 계약이 있기도 하다. 심리적 계약은 이들 중에서 관계적 계약의 특성에 중점을 두고 암묵적인 합의나 기대 또는 권리에 대한 상호 간 믿음을 의미한다.
회사와 구성원 사이에 체결되는 암묵적 계약으로, 계약 당사자 간에 존재하는 상호의무와 권리에 대해 상호 간의 믿음(Morrison & Feldman, 1997).
특히 관계적 계약은 지속적인 상호 관계를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심리적인 상황이 영향을 미친다. 관계적 계약은 계약기간이 거래적 계약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구성원들이 회사에게 느낄 수 있는 안정감이나 회사가 구성원을 향한 존중과 같이 광범위하고 주관적 인식이 바탕이 된다. 또, 관계적 계약은 비금전적이며 회사에 대한 충성심, 재직 중 비밀유지, 최소 재직 기간 준수 등의 의무 이행이 요구되며, 상응하여 회사로부터 경력개발 지원, 직무 안정성, 개인 문제에 대한 고충처리 지원 등의 의무 이행을 기대할 수 있다.
심리적 계약의 특징
이러한 심리적 계약은 몇 가지 특성을 지닌다(Robinson & Rousseau, 1994).
첫째, 심리적 계약은 회사와 구성원 간 상호 호혜성을 가진다. 즉, 회사와 구성원 간의 관계는 교환관계로 상호 의존적이란 뜻이다. 양 당사자는 기여에 대한 보답으로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상호 간 기대가 충족되지 않는다면 상대에 대해 불신이 생겨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앞선 L차장은 회사와 상호 의존적인 호회성이 잘 만들어진 관계이다.
둘째, 심리적 계약은 늘 변화하는 상대적 특징을 띤다. 예를 들어, 고용계약은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내용이 정해지지만, 심리적 계약은 구성원의 환경의 변화나 학습이나 상호작용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형태로 계속 변화한다. 신입직원이 회사에 입사하여 느끼는 심리적 계약과 20년 된 중견직원이 느끼는 심리적 계약은 매우 다를 것이다. 심리적 계약은 구성원과 회사가 서로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켜 주는지에 따라 가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구성원과 회사는 균형 잡힌 상호 작용을 통해서 심리적 계약을 유지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L차장의 경우 현재는 만족하지만, 커리어가 더 무거워지고 팀 내 후배들과 경쟁으로 만약 후배가 자신의 팀장이 되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땐 충분히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셋째, 심리적 계약은 문서화되지 않은 암묵적 계약이기 때문에 주관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심리적 계약은 상호작용 과정에서 형성된 행위에 대한 해석과 당사자들이 처한 환경 등 여러 가지 상황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심리적 계약의 균형
요약하면, 심리적 계약은 회사와 나 사이 상호 기대치에 대한 암묵적인 믿음이다. 회사가 금전적이든 비금전적 배려든 더 많이 제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반면에 자신이 받은 것보다 회사에 노력, 일, 성과, 배려 등을 더 많이 했다는 생각할 수도 있다. 모두 주관적인 생각에 따라 보이지 않는 심리적 계약이 존재한다. 반면, 불균형으로 심리적 계약위반(다음 글 주제)이 발생하면 부정적인 일들(지각, 지연 등 반 생산적 과업행동)이 초래될 수 있다.
L차장과 회사처럼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상호 기대치에 대한 균형이 잘 맞춰진 상태이다. 결국 좋은 관계는 양쪽 모두 “신의성실의 의무”를 다하고 서로 기대를 충족시켜 상호 의존적인 관계가 형성될 때 만들어진다. 마치 결혼 후 부부지간 노력처럼. 부부야 말로 심리적 계약관계의 좋은 예이다.
(Chiang et al., 2012)
아래의 진단문항을 통해 회사와 나 사이의 심리적 계약관계 정도를 진단해 보자.
1=전혀 그렇지 않다, 2=그렇지 않다, 3=보통이다, 4=그렇다, 5=매우 그렇다
나의 회사는 공정한 승진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회사는 공정한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회사는 경쟁기업과 비교했을 때, 적정한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회사는 개인의 노력과 성과를 반영하는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회사는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회사는 장기적인 고용안정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회사는 경력개발의 기회부여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회사는 쾌적한 직무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사적인 문제에 대해 회사가 필요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Reference
Robinson, S L. & Rousseau, M.D.(1994), Violating the Psychological Obligations,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15, 245-259
Chiang, J. C., Liao, C., Jiang, J. J. & Klein. G.(2012). Consequences of Psychological Contract Violations for is Personnel, Journal of Computer Information Systems, Summer, 78-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