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직무 적합성(fit)
기업 공채입사 A차장
15년 전에 대기업 공채로 입사한 A차장. 입사지원 당시에는 하고 싶은 업무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았다. 그룹 연수원에서 연수교육을 받은 후 본사 구매팀으로 배치를 받았다. 그의 성실함과 연수원 평가가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였다. 첫 회사, 첫 업무였기에 그는 열심히 배우며 7년을 근무했다. 업무성과도 양호했다.
그 후 총무팀으로 다시 발령이 났다. A차장은 다시 총무팀에서 8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구매팀, 총무팀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재미나 의미를 느끼진 못하고 있다. 연말 인사철이 되면 또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날 것 같아 조마조마하다. 연수원 동기들은 전문성을 키워 연봉과 직위를 높여 이직도 잘하던데.. 자신은 만년 차장으로 커리어가 정체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이제는 연차가 되다 보니 새로운 부서로 또다시 이동해서 새일을 시작하기에도 부담이 된다.
외국계 소기업 J매니저
J매니저는 미국계 L사에서 언론홍보팀 매니저다. 현재의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그는 작은 국내 기획사, 외국계 회사 홍보팀을 거치며 총 4개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그 일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찾아왔다. 첫 회사는 작은 국내회사에서 소소한 일들까지 경험할 수는 있었으나 3년이 넘자 회사가 더 이상 배우고 싶은 일을 제공해 주지 못했다. 좀 더 큰 회사의 홍보부서로 이직을 준비했고 결국 이직에 성공했다.
이직한 회사는 첫 번째 외국계 회사였는데, 다양한 회사에서 온 동료들이 많았다. 전 회사보다 업무 강도나 경쟁이 심했지만 배울 점이 참 많은 곳이었다. 능력 있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는데 운 좋게도 그중에 한 명이 그의 매니저였다. 그의 매니저는 늘 다음 커리어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고 그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다. 매니저는 현재 유명한 글로벌 SNS회사에 홍보임원으로 있는데 계속해서 도움 되는 조언과 영감을 준다. 그는 그의 일을 좋아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미래에 홍보부 임원이 목표라서 더 다양한 경험들을 쌓아나갈 생각이다.
개인-직무 적합성
A차장과 J매니저는 시작점이 다르다. A차장의 경우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적성은 크게 고려하지 않은 채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며 15년이 지났다. 15년 간 적성에 맞는.. 하고 싶은 일에 대해 큰 고민 없이 안정적인 시간이었다. 반면, J매니저의 경우 커리어의 시작은 작은 회사에서 열악했지만 배으고 싶은 일들이 매우 선명했다. 그렇다 보니,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했고,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회사가 작아 기회가 없다면 더 넓고 전문성이 있는 회사로 이직하면 될 일이었다.
A차장과 J매니저는 적합성(fit)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행동을 결정하는데 환경에 긍정적,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긍정, 부정의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적합성은 구체적으로 5가지로 나눠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개인과 조직 간 적합성(personal-organizational fit), 개인과 그룹 간 적합성(person-group fit), 개인과 직무 간 적합성(person-job fit), 개인과 직업 간 적합성(person-vacation fit), 개인과 개인 간 적합성(person-person fit)이 있다(Edwards, 1991).
좀 더 들여다보면, 직무 간 적합성은 다시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째는 요구-능력 적합성이다.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능력과 개인이 보유한 능력 간에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직무 특성과 개인특성이 얼마나 적합한지의 정도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수요-공급 적합성이다. 개인이 직무를 수행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과 직무 수행을 통해 회사가 얻게 되는 것 간의 균형이다. 예를 들어, 직원은 직무를 통해 다양한 경험, 보상(급여), 경력개발, 승진 기회 등을 얻을 수 있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게 된다.
커리어 시사점?
직무 적합성 개념을 적용하여 A차장과 J매니저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룹연수원에서 구매팀으로 발령받은 A차장이나 취약한 회사에 입사한 J매니저 모두 업무에 대한 요구-능력 적합성은 모두 갖췄을 것이다. 하지만, 수요-공급 적합성에서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커리어 초반 선명하게 자신의 커리어를 그린 사람은 J매니저였다. 일을 통해 경험이나 경력개발의 기회가 동기부여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A차장은 직무 경험이나 커리어보다는 안정적인 생활이나 급여, 승진의 기회를 우선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회사와 직원 간에도 입장차이가 있을 수 있다. 먼저 회사의 관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요구-능력 적합성에 무게를 두고 채용, 발령, 인사를 하게 된다. 성과를 내야 하니 일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우선 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직자나 직원들은 수요-공급 적합성까지 숙고한다. 여기서 차이가 발생한다.
만약, 자신이 커리어에 대해 좀 더 선명한 지향점이 있다면, 더 뚜렷하게 직무 적합성을 판단하고 커리어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퇴사의 시대! 입사는 언젠가의 퇴사로 이어지고, 많은 경우 다른 형태의 입사로 순환한다. 대퇴사 시대란 결국 더 많은 사람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더 높은 적합성으로 가는 자정작용이 아닐까.
회사(매니저)는 직원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뿐만이 아니라 직원이 바라는.... 직무를 통해 얻고 싶어 하는 그 무엇에 귀 기울여야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 역시 퇴사를 마치 유행쯤으로 가벼이 여겨서는 곤란하다. 한 분야에서 성공한 커리어는 인내, 열정, 끈기의 결과임을 상기하자(GRIT).
Lauver & Kristof (2001)
아래의 진단문항을 통해 나의 직무 적합성을 진단해 보자.
1=전혀 그렇지 않다, 2=그렇지 않다, 3=보통이다, 4=그렇다, 5=매우 그렇다
나의 능력은 직무의 요구에 부합한다
나는 직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기술 및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직무에서 요구하는 것과 나의 기술은 잘 일치한다
나의 성격은 직무와 잘 맞는다
나는 이 유형의 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사람이다
Reference
Edwards, J. R. (1991). Person-job fit: A conceptual integration, literature review, and methodological critique. Oxford, England: John Wiley &Sons.
Lauver, K. J., & Kristof-Brown, A. (2001). Distinguishing between employees' perceptions of person-job and person-organization fit. Journal of Vocational Behavior, 59(3), 454-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