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먼바다》로사와 요셉

공지영의 장편소설 먼바다는 운명이었다.

by 별하늘


겨울바다를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겨울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보자. 스치는 바람 불면 너의 슬픔 같이 하자. 겨울 바다로 그대와 달려가고파. 파도가 숨 쉬는 곳에. 푸른 하늘의 겨울바다를 흥얼거렸다. 그러고 나는 공지영의 장편소설《먼바다》로 몰입해 들어갔다. 수지의 몰입 독서법은 소설을 쓴 작가가 되어 보거나 소설 속 인물이 되어서 책 속으로 완전히 빠져드는 것이다. 독서도 감정이다.






연두에 가까운 에메랄드빛의 서해바다에 열아홉 살 이미호 로사와 스물두 살의 요셉이 있었다.


"군대에 갔다 와서 일반 대학에 편입할 생각이야. 다시 입시를 치를 수도 있고"라고 요셉이 말한다.

로사가 묻는다. "신학교는요? 신부는요?" 그러자 요셉이 대답한다. "신부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어." 로사는 또 묻는다. "어머니는 아세요? 신부님은요? 학교는?".

"이미호 로사, 내가 이 말을 이 세상에서 너에게 처음 하는 거야." 그 서해바다에서 요셉과 로사가 나눈 대화이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은 40년이 흘러서야 미국에서 다시 만난다.



공지영 먼바다.png 수지의 몰입 독서법 공지영의 먼바다



미호의 아버지는 고문을 당했고, "하루라도 빨리 이 나라를 떠나라."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신다. 그래서 미호는 독일로 떠나서 공부를 했고 독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미호는 40년 동안 미안했다. '그 중요한 결정을 나에게 처음 말하고 그리고 이제부터 함께하자고 했는데 나는 중얼거리며 도망쳤고, 다시 만날 길은 없었다'라고 회상한다.


미호는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다. 오래전 이혼을 하고 그 이후에도 몇 번의 진지한 연애를 했던, 이제 할머니가 될 여자가 그 생각들을 떨치느라 며칠을 마치 먼바다에서 소용돌이에 휘말린 조난자처럼 힘겨웠다는 게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았다. 아마 미국에 갈 기회가 생겼을 때 그녀는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만나고 싶다. 그리고 묻고 싶다고.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를, 왜 그 말을 했었는지를.


그런데 미호는 얼마 전 알게 되었다. 요셉이 바로 결혼하고 미국으로 갔다고. '그럼 난 왜 만난 걸까?' 궁금했고 물어보고 싶어졌다.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 거면서 겨우 여고 3학년이던 나에게 왜 그런 말을 했어요. 왜?"


40년이 흘러 미국에서 미호 로사는 요셉과 요셉의 여동생을 만났다.


"기억이 안 나요? 나에게 3년을 기다려달라고 했잖아요. 그 이후에 대학 들어갈 거니까 개인 교습을 해달라고. "


요셉은 아무 말이 없이 자리를 떠나고, 요셉의 여동생이 말한다.

"살기 위해 잊었을 거야. 난 알 것 같아. 오빠가 사랑한 사람이 언니였다는 것은 알잖아. 미안해, 언니. 오빠가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빠 지난달부터 별거해. 나 또 거짓말로 두 사람을 떨어지게 하고 싶지 않아."



누군가 물었다면 대답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마치 태어나고 죽는 것처럼 모든 것이, 마치 예기치 않은 만남과 헤어짐이 그렇듯, 그저 운명이라고 밖에는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라고. 미호 로사가 말한다.



먼바다라고 해도 물이 그리 깊지는 않았던 에메랄드빛 서해바다는 따스했다.




40년 동안 간직해 온 추억을 꺼내어 묻는 로사는 따스했던 서해바다의 기억 그대로 머무르며 먼바다 같은 사랑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센 파도의 느낌이 아닌 잔잔하고 은은한 빛을 지닌《먼바다》에서 삶과 사랑의 의미를 찾고 싶으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