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골에 가잖아요. 그러면 할머니가 두 손 두 발 들고 우리를 맞이해요. 그러면 딱 하는 한마디 "어 내 새끼 왜 이렇게 말랐어" 하면서 상을 가지고 와서 밥을 먹입니다. 할머니가 주는 밥을 맛있게 먹어요. 내가 배부르다고 말하더라도 손자가 배고프다고 생각하고 밥을 또 가져와요. 할머니 상처받을까 봐 생각해서 먹습니다. 할머니께서 “간식 가져올까?” 하니까 괜찮다고 얘기를 해요. 할머니가 그거 못 듣고 과일을 깎아주죠.
오늘 할머니는 왜 우리에게 음식을 많이 먹일까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 나눠보려 합니다. 오늘 논의할 것은 총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어요. 문화적 원인, 정서적 연결, 양육 본능.
문화적 원인은 다들 아시다시피 할머니들께서 젊었을 때 일제 치하, 세계 1차, 2차 대전 당시였잖아요. 그 당시는 먹을 거가 없었어요. 우리나라는 꿀꿀이죽, 소나무 껍질을 먹는다든지 해외는 수프를 끓여가지고 몇 날 며칠을 먹었죠.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부터 625전쟁을 한 번에 겪은 나라라 배고픈 것을 전쟁과 같은 고통의 상황으로 생각해 보면 좋을 듯싶습니다. 이러한 집단무의식을 생각하면 할머니분들께서 아! 밥을 먹이는구나를 생각해요.
근데 참 희한하게도 부모 세대가 나이가 들면 밥을 많이 먹여요. 의문이 드실 거예요. 이거에 대해 두 가지가 나오는데요. 하나는 정서적 연결, 양육 본능으로 생각을 해볼 수가 있을 거예요.
정서적 연결은 쉽게 얘기해서 관계 유지하기에 밥을 많이 먹이는 거로 생각해 보면 돼요. 밥과 정서적 연결에 관해서 2007년도에 중국에서 한 연구를 했어요. 중국 3세대의 어린 가정에 조부모가 미친 영향에 대해서. 그 연구 결과를 보니 할머니가 밥을 먹이는 이유가 음식을 교육적, 정서적 도구로 활용했고, 음식을 통해 행동의 틀을 잡았고, 사랑과 보살핌을 표현했다고 하거든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친한 사람들에게 요리해서 마음을 표현해요. 그 사람들이 음식을 먹으면 되게 뿌듯한 기분이 듭니다. 음식을 먹은 사람들과 친해진 기분이 들고요.
3번째 양육 본능은 할머니 가설로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즉, 노인들이 간접적으로 자손들의 번식에 도움을 준다는 말이죠. 즉, 폐경이 온 생물이 딸을 위해 손주를 육아한다고 합니다. 시니어분들이 손주를 돌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처럼 오래 사는 범고래, 코끼리도 폐경이 옴으로 할머니가 되어 손주를 돌보는 일이 관찰되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우리 할머니들이 손주를 보면 뼈가 앙상하다고 느끼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잎으로 된 옷을 입고 생활할 당시 대부분 남자가 사냥을 나갔고 여자들이 양육했습니다. 부족이 있는 곳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생존하는 방법은 사냥하는 방법을 배우며 많은 영양공급을 통해 생존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진화심리학으로 보면 조부모가 본능적으로 손주들을 살리기 위해 밥을 먹이는 것이 영양공급을 통해 후대에 많은 후손을 남기게 하기 위한 전략을 택하는 것이 아닐지 조심스럽게 추측을 해봅니다.
조부모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에릭슨의 심리 사회적 발달 단계 중에 노년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시기해야 될 것은 자아 통합입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유산인 돈, 지혜, 가정 통합 너무나 다양합니다. 그것을 후대에게 물려주며 자신의 삶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 발달과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우리에게 밥을 줘서 정서적으로 연결한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부모님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에서 그 발달 과업을 잘 수행하고 있지 않을까라고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 나눈 이야기는 세 가지입니다. 문화적 원인, 정서적 연결, 양육 본능.
문화적 원인은 우리나라는 일제 치하, 625전쟁까지 연달아 이어지고 범지구적으로 보면 세계 대전으로 인해 밥을 못 먹는 상황에 처했던 집단 무의식을 말합니다. 정서적 연결은 요리를 제공하는 것이 사랑과 보살핌을 표현한다고 하였으며, 양육 본능은 할머니 가설에 의하여 노인들이 간접적으로 자손들의 번식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글을 쓰면서 돌아가신 제 할머니가 생각났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쯤 소천하셨습니다. 그 당시 뇌전증이 온 지 약 2년 정도 지났고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시기였습니다. 그때 할머니 돌아가신 것도 몰랐고 몇 달이 지나서야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목소리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형체만 흐릿하게 기억납니다. 가끔 생각납니다. 할머니께서 방에 앉아서 이야기하셨던 것이 말입니다. 지금은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입만 움직이고, 큰 형체만 기억납니다. 저를 한없이 사랑해 주시던 할머니가 그리운 날 마지막 한 줄 적어보며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