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민교육 리더교사 연수를 다녀와서
12월은 한숨 돌릴까 싶었지만 역시나 바빴다.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주최하는 1박 2일의 디지털 시민교육 리더교사 연수를 다녀왔다. 디지털 시민성은 경기도교육청에서 미래교육 역점사업으로 내세우는 사업 중에 하나다. 이번에 디지털 시민교육 기초학교를 신청하여 예산을 배정받았고, 더 잘 운영하고 싶은 마음에 바쁜 와중에도 1박 2일 연수에 참여하였다. 결론은 정말 가기 잘했다였다. 사실 학기말이라 노트북을 짊어지고 가서 쉬는 시간마다 일을 했지만 그만한 보람이 있는 연수였다.
'메타버스로 소통하는 아이들' 책이 발간되면서 느낀 점은 어른들과 아이들 사이의 갭이 정말 크다는 점이었다.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디지털 이주민인 어른들이 가르쳐야 하는 사회에서 어른들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항상 들었다. 특히 메타버스 수업을 직접 해보면서 느낀 아이들과 교사들의 갭은 정말 컸다. 아이들이 자유자재로 이것저것 눌러보면서 그 세상을 체득하는 데에는 어른들의 3분의 1도 안 되는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자유자재로 디지털 세상을 누비는 아이들, 메타버스로 소통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꼭 필요한 교육이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다. 그 안에서 시민성을 키울 수 있도록, 문해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이들의 삶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연수를 들으면서도 디지털 문해력,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시민성에 대한 정의를 그 누구도 명확히 내려줄 수는 없었다. 학문적 기반 자체가 모두가 사용하는 통일된 개념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떤 것을 상위개념으로 둘지, 어떤 것을 정의로 내릴 지에 대해 그 어느 누구도 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범주를 설정하는 것도 조금씩 다르다. KERIS에서 분류한 디지털 문해력과 경기도교육청에서 분류한 디지털 시민성이 조금씩 달랐다. 그래도 모두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것은 하나였다.
세상은 바뀌었고, 아이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이미 살고 있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그동안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연구들이 꾸준히 이루어졌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 적용한 사례들은 많지 않다. 교재들도 단순히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거나 관련된 내용에 대해 안내해 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항상 디지털 시민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고, 이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가 마음속의 짐이었다. 사실 단편적인 교육만으로는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려운 것이 디지털 시민교육이다. 단순히 1~2시간의 수업을 한다고 해서 아이들이 드라마틱하게 디지털 시민성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그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져갔다.
메타버스로 소통하는 아이들, 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에게 디지털 시민성을 길러주기 위해서 꼭 필요한 건 지속성과 삶과의 연계성이다.
우선, 지속성이 필요하다. 디지털 문해력, 디지털 시민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꾸준하고 인내심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그 세계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기를 때까지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가 휴대폰을 오래도록 들고 있다고 해서 참고 참고 참다가 소리를 지르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중간중간 어떤 내용을 보는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7살인 우리 아들은 요즘 유튜브를 보다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엄마, 이 사람 나쁜 말 해. 나 이거 안 볼래." "이거 나쁜 말이지? 이거 보면 안 되겠다." 사실 지금 세대의 아이들에게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보다 더 중요한 건 보는 콘텐츠의 내용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욕도 듣고, 나쁜 말도 듣는다. 그런데 그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나이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이 함께 살펴보면서 개입하는 것이 좋다. 개입하는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훌쩍 자라기 때문이다. 7살 아들이 저렇게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은 같이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계속해서 옆에 있을 수는 없지만 중간중간 들여다보며 본 내용을 물어보고,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중에서 나쁜 말이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보게끔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지도하는 것은 가랑비에 스며들듯 아이의 삶에 스며든다.
그리고 삶과의 연계성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접속하지도 않는 사이트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거나 개념을 설명하는 일은 아무 소용이 없다. 아이들에게 copyleft가 무엇인지, copyright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의 삶과의 눈높이에 맞춘 삶과의 연계성이 중요하다. 실제 연수를 들을 때에도 아이들의 수준에 전혀 맞지 않는 사례를 이야기하는 강사도 있었다. 모두들 참고 참다가 한 마디씩 했다. 실제 자신이 해보지 않는 것은 단박에 티가 나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교육은 아이들의 오른쪽 귀에 들어가서 왼쪽 귀로 나갈 뿐이다. 아이들 삶의 눈높이로 들어가 삶과의 연계성을 찾는 교육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스며들 수 있는 교육이다.
이런 지속성과 삶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교재를 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이 의미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연수를 다녀오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방학 동안 작업해서 학부모와 교사에게 디지털 시민성에 대해 안내하는 콘텐츠와 더불어 아이들이 지속적이고 삶과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는 학생용 교재를 개발할 생각이다. 아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담아 아이들에게 되돌려 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