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피해야 할 대화 습관 세 가지

인생의 이해

by 꿈기획가

혹시 대화하다가 갑자기 얼어붙은 적 있는가. 상대방이 내 말에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만 쭉 이어갈 때, 그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지만 선뜻 자리를 뜨지도 못하는 그 애매한 불편함.


나도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장면들을 복기하다 보니, 공통점이 하나 보이더라. 그리고 더 무서운 건 — 나이 들면 나도 저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에피소드 하나, 공원에서 만난 시터 이모님

우연한 마주침이 때로는 뜻밖의 거울이 된다

아이를 돌봐주시던 이모님을 몇 년 만에 공원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건강이 안 좋으셔서 그만두셨던 분이라, 내가 제일 먼저 여쭌 건 당연히 "요즘 건강은 좀 어떠세요?"였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전혀 달랐다.

"우리 딸이 이번에 외교부에 들어갔잖아~호호."

순간 뭔가가 툭,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첫째는 서울대, 둘째는 의대, 이번엔 외교부. 자식 농사 잘 지으셨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대화의 맥락과 전혀 상관없이 그 자랑이 튀어나오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그분은 즐거우셨겠지만, 나는 그 이후 대화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에피소드 둘, 상견례 자리에서의 시어머니

긴장감이 감도는 자리일수록 말 한마디의 무게가 다르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신랑과 나는 양가 도움 없이 둘의 힘만으로 신혼집부터 모든 걸 마련했다. 사회생활을 2년 더 한 내가 마련한 결혼자금이 2.5배는 많았고, 주변에서는 "밑지고 들어간다"는 말도 종종 했다. 흔들리지 않으려 꿋꿋이 준비했다.

상견례 자리에서 이모가 먼저 "아들 참 훌륭하게 키우셨습니다"라고 덕담을 건넸다. 당연히 "따님도요"라는 주거니 받거니를 기대했는데, 시어머니의 반응은 달랐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 봇물 터지듯 아드님 자랑이 쏟아졌다.

엄마와 나는 말 한마디 없었고, 이모가 능숙하게 맞장구를 쳐줬다. 성깔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었어도 파토날 상견례였다.


에피소드 셋, 교회 장로님의 20분

조용한 공간에서 가장 선명하게 들리는 건 의외로 자랑이었다

딸과 사위 모두 현직 의사. 이제 그 사위가 서울대 교수까지 된 교회 장로님이 계셨다. 그 자랑은 몇십 년째 마르지 않는 샘처럼 교회 안에서 유명했는데, 어느 일요일 커피숍에서 그분의 20분짜리 독백을 본의 아니게 듣게 됐다. 딸, 사위, 손주까지 쉬지 않고 이어지던 그 자랑. 그걸 끝까지 들어주시던 두 성도님이 오히려 대단하게 느껴졌을 정도였다. 이후 나는 10미터 밖에서도 피하게 됐고, 지금도 마스크와 노트북으로 철벽방어 중이다.


세 장면이 가르쳐준 것

이 세 분의 공통점이 있다. 듣는 사람이 관심 있는지, 지금 그 맥락이 맞는지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 본인만 즐거운 대화였다는 것.


나이 들수록 사회적 필터가 느슨해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맥락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표현될 때, 말하는 사람은 즐겁고 듣는 사람은 서서히 거리를 두게 된다.


나이 들어 갖춰야 할 품격 중 하나는 아마도, 지금 이 대화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감지하는 귀가 아닐까. 말하는 능력보다 듣는 능력. 자랑보다 공감.


나도 언젠가 자식이 잘 되면 자랑하고 싶어질 거다. 하지만 그 순간, 공원에서 얼어붙었던 그날의 내 표정을 기억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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