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음식의 천국

오늘도 달려 달려! 방콕의 배민, 그랩!

by Mong

“휘릭, 휘파람 소리에 날개짓으로 반응한다. 가볍게 손을 치켜들자 곧장 창공으로 날아오른다.”




몇몇 피자 프랜차이즈를 제외하고는 음식 배달 같은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 피자들조차 배달료가 붙으면 가격이 치솟았으므로, 무언가를 집으로 가져와 먹는 최선의 방법은 늘 픽업이었다. 그렇게 들고 와 먹을 수 있는 음식도, 그런 가게들도 흔하지 않았다. 이국살이가 아직 낯설던 시절부터 배달음식은 늘 향수병을 건드리는 타국살이의 암초였다. 그래서 캐나다에서는 참 많은 음식들을, 집에서는 절대 해 먹지 않을 것 같던 것들까지도 무던히 직접 만들어 먹곤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역시 중국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었다. 가만히 집에 앉아 전화 몇 통만 돌리면, 이내 따뜻한 음식이 식탁 위에 오르는 일은 가히 마법 같았다. 코비드19 팬데믹을 거치며 한국의 음식 배달 시장은 무섭게 팽창했다. 이제는 식당이든 시장이든 카페든 거의 모든 먹거리가 집 앞까지 배달된다.


방콕은 아시아에서 음식 배달 시장이 가장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도시다. 꽉 막힌 도로 위 차량들 사이로, 녹색 음식 박스를 단 그랩푸드 오토바이들이 잽싸게 내달린다. 자세히 보면 같은 모양의 주황색, 연두색, 보라색 박스를 단 바이크들도 흔하다. 그만큼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태국은 인건비가 싸다. 지역별로 최저임금에 차이가 있는데 방콕은 일당이 약 400바트 정도다. 우리나라의 두 시간 시급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러 요인이 있지만, 이 낮은 인건비가 태국 배달 시장을 키우는 중요한 원동력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유난스러운 태국의 외식 문화와 교통 환경도 한몫하지만 말이다.


배달료도 그만큼 저렴하다. 수백 원에서 천 원대에 불과하고, 배달되는 음식의 종류도 다양하다. 심지어 야시장의 팟타이까지도 집 앞으로 가져다준다. 다만 일부 콘도는 보안 문제로 출입이 제한돼 로비에 설치된 배달 음식 보관함에서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숙소 근처 야시장에서 팟타이를 하나 주문한다고 가정해 보자. 팟타이 값이 100~150바트, 배달료가 20바트. 우리 돈으로 약 4,500원에서 6,000원 사이면 충분하다. 최소 주문 금액에 걸리면 땡모반(수박주스)이나 망고 스티키 라이스 하나쯤을 더 주문하면 된다. 그렇게 해도 만 원을 넘길 일은 거의 없다.


최저임금의 차이는 산업의 생태계를 바꾼다. 산업화 시대의 노동집약적 산업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교적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의 서비스 산업에서도 그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임금이 오르면 배달 산업은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다. 소비자가 인내할 수 있는 가격 상승의 임계점에 도달하면, 배달과 택배는 다시 소비자의 픽업으로 그 형태를 바꿀 것이다.


우리는 이미 그 임계점에 꽤 가까이 와 있는 듯하다. 치솟는 배달료에 지친 식당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근에는 픽업 할인 문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점차 픽업이라는 선택지에 적응해 가는 중이다.


아직 우리 수준에 이르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태국 역시 경제 성장과 함께 임금 인상에 속도가 붙고 있다. 언젠가는 이곳의 배달 라이더들 또한 지금의 일자리를 잃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방콕은 분명 음식 배달의 천국이다.


언젠가 배달이 그리워진다면, 그 향수를 달래기에 가장 좋은 장소는 방콕이 아닐까.


십 년쯤 후, 한국에서는 부담스러워 잘 시켜 먹지 못하는 치킨이나 피자를 방콕이나 치앙마이의 호텔에서 주문해 놓고 옛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짓는 노인, 아마 그게 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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