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강물을 쏜살같이 가르며
"바람 한번 불더니 물 위에 기다란 길이 났고, 한동안 잔파도가 마음에 일렁였다."
수백 킬로미터를 거침없이 달려온 물이 광활한 짜오프라야 삼각주에 이르러 비로소 그 숨을 고른다. 물에 실려 온 가벼운 흙들이 겹겹이 쌓여 광활한 평야를 이뤘다. 힘을 잃은 물들은 그리 강하지 않은 저항에도 길을 쉬이 잃고, 약해 빠진 점토들은 갑작스레 흥분한 물길에도 그 자리를 금새 내어줘야 했다. 그렇게 물길은 정처 없이 갈라져 이합집산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한데 뭉쳐서 느릿느릿 태국만의 거대한 바다로 이어진다.
미세한 물살에도 쉬이 일어나는 물속의 먼지들은 황사처럼 강물을 물들인다. 방콕을 통과하는 구간에서 짜오프라야 강의 표고차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때문에 밀물 때면 바닷물이 방콕을 지나쳐 논타부리까지 올라온다. 그러니 이 강은 사실 강이라기보다 호수에 가깝다.
방콕에서 가장 매력적인 교통수단은 수상버스다. 방콕의 구석구석으로 잘 이어지고 연착도 없다. 요금도 저렴하다. 방콕의 주요 랜드마크들은 수상버스의 선착장으로 잘 연결된다. 애초에 방콕은 운하를 중심으로 건설됐다. 자기들이 무슨 지하철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노선들이 얼기설기 이어진다.
배가 흔하지 않은 동네에서는 일부러 비싼 돈을 내고 하는 뱃놀이를 여기서는 지하철보다 적은 돈으로 맘껏 할 수 있다.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강물 위를 쏜살같이 내달리는 보트에서 바라보는 방콕 도심의 풍경은 남다르다. 한껏 낮게 깔려 달리는 스포츠카의 시선이 이럴까? 도시는 왠지 더 압도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버스 차장 같은 안내원에게 행선지를 말하고 돈을 내면 거스름돈과 함께 작은 종이표를 내준다. 구글 지도에서도 수상버스 노선은 실시간으로 잘 안내되어 한두 번만 타보면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방콕의 강과 운하는 표고차가 거의 없어서 유속이 느리고 보트들이 상하류를 오가는 데 부담이 없다. 특히 짜오프라야 강은 수심이 꽤 깊어서 대형 선박들도 운행이 가능하다. 반면 서울의 한강은 수심이 상대적으로 얕고 중간에 솟아 있는 암반들도 있는 데다 물살이 세고, 짧은 구간의 표고차가 5미터 가까이 되어 선박 운항에 제한이 많다. 짜오프라야 강과 한강의 구조적 차이를 알고 나면 최근 한강의 수상버스 사업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운행이 많은 만큼 안전사고도 꾸준히 있어 왔다. 노후된 엔진의 폭발, 승하차 시 실족, 선박 간 충돌, 교각이나 정류장 등 구조물과의 충돌 등이다. 하지만 방콕 시내의 택시나 오토바이보다는 사고율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고, 최근에는 전기 모터와 GPS 등 현대화된 운항 시스템이 도입되는 등 안전조치들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능하면 안쪽 자리에 착석하고, 구명조끼의 위치 정도는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물속이 전혀 안 보일 정도로 탁하지만 냄새는 나지 않는다. 매일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가고 바닥의 진흙이 천연필터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질이 인체에 무해할 만큼 좋은 것은 아니니 접촉은 피하는 것이 좋다.
수상버스는 보기보다 안전하고 쾌적하다.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대도시를 유람하는 일은 알 수 없는 통쾌함을 준다. 특히 짜오프라야 강에서의 이동은 뉴욕의 이스트리버를 떠올리게 한다. 해 질 녘, 반드시 한번쯤 짜오프라야 강 위를 산책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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