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BTS

하늘을 달려 Sky train

by Mong

“한껏 달궈진 한낮의 공기를 쏜살같이 가르며 그는 떠났고, 서늘한 바람만 그리움으로 남아.”




사진 속의 카드는 방콕의 스카이트레인인 BTS를 하루 동안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원데이 패스(One day pass)다. 150바트로 BTS 전 구간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대도시의 교통 패스는 여행객에게 아주 유용한 아이템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교통 패스가 여행객들에게 제공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어느 하루, 외국의 대도시를 여행하듯 서울을 돌아다녀 보는 것은 어떨까.


BTS의 풀네임은 Bangkok Mass Transit System이다. 우연히도 K-팝 그룹 BTS와 이름이 같다. BTS는 1999년 민자 사업으로 시작됐다. 30년 운영 후 시로 기부채납될 예정이다. 민간 운영이다 보니 방콕 시민들에게는 이용료가 다소 비싼 편이고, 이를 조정하기 위한 갈등도 있다. 그래도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꽤 저렴한 편이다.

시암, 아속 등 도심 곳곳을 세 개의 라인으로 이어 주며, 유명 쇼핑몰과의 연결이 좋아 하루 일정을 BTS 라인에 맞춰 짜고 원데이 패스를 이용하면 가성비와 이동 효율이 좋다.


방콕은 워낙 교통체증이 심해 대중교통 수요가 많았지만, 이를 확충할 재정이 부족해 교통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민자 유치를 많이 하게 되었다. 각 사업의 주체가 서로 달라지다 보니 환승 체계가 불편하고, 환승 요금 적용도 어렵다. 그래서 여행 스케줄을 잡을 때는 같은 이동 수단을 기준으로 동선을 짜는 것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태국의 교통 인프라 민자 사업은 수익과 리스크에 대한 책임이 비교적 명확하게 기업에 귀속된다.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다 보니 운영사는 광고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고가 철도는 창밖 풍경을 시원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인데, 스카이트레인은 온통 래핑 광고로 뒤덮여 있다. 창밖을 향한 시선은 도시의 유니크한 풍경에 끝내 닿지 못하고, 검은 창에 튕겨 되돌아온다. 못내 아쉽고 섭섭한 지점이다.


연약 지반으로 지하 개발이 어려운 방콕의 철도망은 하늘 위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이 도시의 공중 공간은 타이쿤(Tycoons, 재벌)이라 불리는 태국 재벌들의 손아귀에 넘어갔다. 방콕시는 BTS 요금을 20/40바트 단일 요금 체계로 전환하고자 하지만, 정부 정책의 결과로 입게 되는 손실을 민자 사업자에게 보상해야 하는 규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예전 우리의 민자 도로처럼 최소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 조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간섭으로 초래된 피해는 반드시 업체에 보상하도록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 이후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 사업에 민간 투자, 특히 외화 유치를 확대하면서 맥쿼리 같은 회사에게 MRG라는 독소 조항을 허용해 막대한 세수 손실을 겪은 적이 있다. 문제가 되자 자본 구조 재편을 통해 국내 자본의 비중을 높이고, 외화 유출의 틈을 좁히는 대안들이 만들어졌다.

태국의 SOC 사업에 재벌들이 대거 참여해 수익을 독점하는 구조는, 남산 케이블카의 사례가 도시 전체로 확장된 모습을 보는 듯하다.


식수, 전기, 에너지, 도로, 공간권, 사회·문화적 자산 등은 공공재로서 가치 있게 다루어져야 한다. 공공재는 사회 구성원이 함께 축적해 온 사회적 자본이다. 이것을 특정 기업이나 세력이 독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의 손실이 될 수 있다.


집 앞의 택배 상자가 99.9% 안전한 대한민국의 환경 역시 무형의 사회적 자본이자 공공재다. 덕분에 우리는 낮은 수준의 소비자 물류 비용을 부담해 왔다. 최근 급성장한 쿠팡과 같은 물류기업들이 이 공공재를 이용해 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그러나 기업도 사회도 이 사회적 자본의 가치와 수익의 주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공공재는 가능한 한 공공이 사용하고, 수익하며, 그 공익이 사회로 환원되는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을까.


한낮 도심의 플랫폼은 한적하다. 그들에게 이 공간은 사치재일지도 모른다. 문득 멕시코시티를 가로지르는 Cablebús의 곤돌라 창밖으로 펼쳐지던 풍경이 떠올랐다. 시선이 갇힌 BTS 내부의 공기는 서늘하고, 빈 좌석은 묘하게 안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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